겨울철이면 어김없이 줄줄 비내리는 어두운 오후! 전화벨이 울립니다. 교회 집사님 전화더군요.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난데 없이 한가지 물어보시겠답니다.

"목사님은 지나가시다가 배가 고파서 교인이 하는 식당에 가셔서 식사하시면 돈을 어떻게 하시겠어요?"

웬 뜬금없는 질문이란 말인가?

"뭐 밥 값을 내지요. 식사 잘했다고"

"교인이 안 받으면요?"

"그래도 내고 오지요. 서빙하는 사람있으니까 그 사람에게 주어도 되고요 민약에 안 받으면 그냥 오겠지만 내 성격상 다음에 갈때 부담스러워서 쉽게는 못 찾아갈걸요"

이렇게 대답하고 뜬금없이 그건 왜 물어보냐고 물었다. 집사님 왈 집사님이 일하는 식당에 사장님이 다니시는 교회 목사님 가족이 와서 식사를 하셨는데 식사를 다 하시고는 전혀 흉내라도 돈 낼 생각을 안하시고는 지난 일년간 밥 잘 먹었다면서 조그마한 액자 하나주고 가셨단다. 또 사모님은 유난히 고기를 익히는 걸 요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주문도 많으시더라는 말을 곁들여서.

사장님이야 목사님 대접해서 좋기는 하겠지만, 자기 눈에는 좀 그렇더라는 것이다.

"그 목사님이 목사님처럼 사례비도 조금 받아서 가난한 것도 아니고 목사님보다 10배는 더 받을텐데, 대개 조그만 교회 목사님들은 그런 상황에서 억지로라도 돈을 내시더라구요 근데 큰 교회 목사님들은 아예 내실 생각을 안 하는 경향이 있어요."

밥 한끼가 얼마나 될까? 또 한끼를 목사님께 대접하는 마음과 정성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어느덧 목사라는 직업(?)은 사랑을 나눠주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기보다는 대접받기에 익숙해져 있는 듯하다. 으례히 대접 받는 로 생각한다.

'밥 한끼 먹는게 대순가 그 대신에 내가 그 밥 먹으면서 그 사업장과 가정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해주는데...'

대접받는 것에 이제는 익숙해져 버릴대로 익숙해져 버린 현실. 한국에서 목회할 때 연초가 되어서 지역에 잇는 대형교회에서 지역 목사님들 저녁 만찬을 시무식 겸해서 초청하게 되었다. 그 행사를 돕기 위해 조금 일찍 갔던 나는 겸연쩍다고 할까 참으로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일을 경험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여선교회 회장님이 담임목사님에게 와서 이야기한다.

"목사님들 대접할 음식을 시간이 없어 미리 셋팅해야 되는데 지금 셋팅하기는 그렇겠지요?"

"조금있다 이 분들 다 가시면 그때 빨리 세팅하세요"

마침 그곳에는 목사님들의 식사 전에 지역 구청소속의 환경미화원들을 대접하는 행사가 있었다.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뜨듯한 국밥에 타월 한 장씩을 받아가는 분들. 가면서 나누는 두런 거리는 이야기 소리들.

"어 뜨듯허니 좋구만 국밥에 소주 한 잔 딱 혀야 되는디"

"이 사람이 교회당에서 벼락맞을 소리 허네 떽기 이 사람아"

"그렇다는 거지 어! 좋다"


그분들이 가고난 자리에는 뜨듯한 국밥대신 일류호텔의 뷔페상이 차려졌다. 귀한 음식에 혀를 녹이는 여러 종류의 감미로운 음식들....

그러나 신자들이나 비신자들이나 내가 먹는 국밥과 동등한 것을 먹으라고 목사에게 요구하는 것 같지는 않다. 목사님에게 가장 좋은 것으로 또 한끼의 식사일망정 정성껏 맛있게 드시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목사님의 음식상도 그분들의 음식상처럼 국밥 한그릇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인들이 있을까?  목사님도 교인의 음식점에 가셔서 식사를 하시고 꼭 밥 값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그들이 목사에게 바라는 것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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