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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님, 이건 아니죠
[기자 수첩] 원로목사 하수인 노릇했던 B 장로의 몰락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6.08.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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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교회 원로목사 측근이었던 B 장로. 그는 교회가 한창 분쟁 중일 때 원로목사 편에 섰다. 교인과 위임목사를 쫓아내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최근 원로목사와 반대되는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더 이상 도와드릴 게 없을 것 같네요."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성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불의한 교회 문제에 <뉴스앤조이>마저 침묵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A교회 B 장로와 전화 통화를 하고 난 뒤 화가 치밀었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욕을 한차례 쏟아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서울대입구역 부근에 위치한 A교회. A 교회는 무더기 장로 징계 문제로 2010년부터 내리 4년간 갈등을 빚었다. 갈등 배경에는 원로목사와 소수 장로들이 있다. 노회와 총회에 끈이 닿아 있던 이들은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알았다. 교단은 원로목사 감싸기에 바빴다.

진흙탕 싸움을 거쳐 절반 넘는 장로와 교인을 거리로 내몰았다. 입맛에 맞아 보이는 젊은 목사를 위임목사로 세웠다.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젊은 목사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몰아냈다. 직접 청빙한 목사를 내쫓기 위해 소송을 걸었다. 젊은 목사는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물러났다.

교회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원로목사는 자신과 관련 없다며 발을 뺐다. 장로들은 "목사에게 속아 청빙했다"고 주장했다. 분쟁 전만 해도 1,000명에 달하던 출석 교인은 100여 명으로 줄었다. 교인들이 우수수 나가떨어져도 원로목사와 장로들은 눈 하나 껌뻑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만의 세상이 펼쳐졌다.

한동안 잊고 있던 A교회를 떠올리게 된 건 B 장로의 전화 때문. 원로목사 측근인 그는 늦깎이 장로가 됐고, 열심이었다. 그런데 최근 원로목사 눈 밖에 난 모양이다. 예배당을 허물고 20층짜리 오피스텔을 세우겠다는 원로목사 의견에 반대했다가 치리를 당했다고 한다. 몇 년 전 교회에서 쫓겨난 교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그래서요?"

"이 기자님, 이건 개인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문제입니다. 공의로워야 할 교회가 썩어서는 안 되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저는 끝까지 영적 전쟁을 치를 겁니다."

'이제는 같은 편끼리 물고 뜯고 씹는구나' 생각하니 쓴웃음만 나왔다. 원로목사 곁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는 징계 부당성을 알리며 총회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취재 여부를 떠나 B 장로에게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겼다. 다수 교인과 위임목사를 내쫓는데 일조한 행동에 대해 반성이나 회개는 없는지 말이다.

"장로님, 그때 그렇게 해 놓고 이제 와서 도와 달라고 하는 건...과오에 대한 후회는 없나요?"

"아휴...나도 속았어요. 이 기자님 좀 도와주세요."

"속았다"는 말의 의미가 뭘까. 잘못이 없다, 원로목사가 시킨 대로 했을 뿐이다 정도로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한번 고민해 보겠다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꾹 참았다.

"장로님, 이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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