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당 입구 간판이 눈에 띈다 '수원열린교회 도서관'. (사진 제공 송상호)

8월 2일 수원열린교회(김동명 담임목사)를 찾았다. 교회당 입구는 여느 상가 교회 건물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교회당 출입문에 적힌 간판이 남다르다.

'수원열린교회 도서관'

헉, 도서관이라니. 일반 교회에서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배 본당이 도서관이란다. 흔히 교회들은 본당은 건드리지 않고 소위 교육관 같은 공간에 별의별 소모임을 한다. 아무리 본당만 가지고 있는 조그만 교회라도 본당은 건드리지 않는다. 예배 공간이라는 의식 때문이다.

문을 열었다. 왼쪽, 오른쪽으로 쫙 꽂혀 있는 책들, 그 사이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테이블과 의자들. 이 콘셉트는 누가 봐도 딱 독서 소모임 공간이다. 교회당이라고 알리는 것은 정면에 붙은 조그만 나무 십자가가 전부다. 예배하기보다 앉아서 차를 마시며 책 보기 좋은 공간이다.

여기에서 김 목사와 나(<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더아모의집 목사)의 유쾌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아래는 김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책을 읽고 있는 김동명 목사. (사진 제공 송상호)

- 교회 나이는? 개척 과정은?

4살이다. 사무실 2년, 교회당 2년. 수원의 한 교회에서 부교역자 생활 7년 하면서, 기존 교회의 한계를 돌파하고 싶었다. 최초 2년은 사무실을 열어 사람들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돈이 없어서 그렇게 했다. 전통적인 성장 위주 목회는 하고 싶지 않았다. 교인들이 교회 안에서는 프로인데, 세상에 나가면 아마추어가 되는 구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돌파구로 책을 생각했다.

- 책을 돌파구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부교역자 시절, 세상과 고립되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교회에 갇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세상을 제대로 알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독서를 통해 세상이 보이고 내가 보이더라. 내가 할 일이 보이더라. 지금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 보이더라. 이때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돌파구로 독서 운동을 떠올렸다.

- 요즘 얼마나 책을 읽는가?

하루 6시간 정도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책을 읽는다(일반 교회처럼 목사가 새벽 기도회를 하지 않고, 책을 읽는다고 해서 우리는 서로 웃었다). 아침 8시까지 책을 읽고 하루를 시작한다. 나머지 시간엔 틈틈이 책을 읽는다. 1년에 400~500권을 읽는다.

▲ 교회당(도서관) 왼쪽 벽면과 중간에 있는 공간에서 소모임을 한다. (사진 제공 송상호)

- 책을 읽고 나서 교회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점은?

<기독교 죄악사>(평단문화사) 같은 교회 비판 서적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전에는 "그럴 만하니까 그랬다"였다면 지금은 "나부터 철저히 회개한다"이다.

- 교회를 통해 독서 운동을 할 때 교인들로부터 저항은 없었나?

오래된 골수 크리스천일수록 생각이 고정되어 생각이 변화되지도 확장되지도 못하더라. 실제로 우리 교회 교인들 중에서도 이런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다른 교회로 가더라. 오래된 교인일수록 새로운 부딪힘이 오면 고치려 하지 않고, 그냥 교회를 옮겨 버린다.

- 독서 그룹은 몇 그룹이며, 교인과 비교인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

교인 대 비교인 비율은 50대 50이다. 이 운동을 함께하는 사람들 중 성인 30명, 아이들 10명, 도합 40명 정도다. 독서 그룹은 모두 10그룹이고, 교인 대 비교인의 비율은 이렇다. 혼합 그룹 5개, 교인들만 모인 그룹 3개, 비교인들만 모인 그룹 2개 등이다. 참고로 선정 도서 중 교회 서적 30%, 일반 서적 70%다. 이 사람들이 책을 읽고 토의하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 모임은 어떻게 하나?

이 공간에서 한 달에 20회 정도를 한다. 어른 모임 약 15회, 아이들 모임 5회 정도다. 공식 예배는 수요 예배와 주일예배이며, 한 달에 약 9회 정도다. 그러고 보니 20대 9로 예배보다 독서 모임이 모이는 횟수로는 두 배를 넘어서고 있다.

-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JBS(요셉인재스쿨)란 무엇인가.

우리 교회에서 시도하는 청소년 교육 시스템이다. 아이들이 모여 짧은 글을 읽고, 그 글에 대해 글을 쓰고 토론하는 게 전부다. 아이들에게 비판 능력, 지식 생산 능력을 키워 주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의 부모들은 자녀를 그만두게 하더라. 아이들 중 3분의 1이 줄었다. 여기도 역시 교인 자녀는 극히 일부다.

- 교인 수가 10명이라고 들었다. 교회 운영이 힘들지 않는가.

소위 '자비량 목회'다. 교회로부터 월급을 받지 않는다. 헌금은 교회 운영비로 쓰인다. 아내가 일반 가정에 방문하여 논술 교사를 한다. 그 논술을 통해 아내 또한 돈도 벌고, 독서 가치관 운동도 하고 있다.

- 독서 그룹 멤버들 중 달라진 사람은?

멤버 중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진 사람이 있다. 자신의 가정만 생각하다가 이젠 세상과 인류 전체로 의식이 확장되었다.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신이 일정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평범한 현모양처가 꿈이던 여성은 지금 1년에 200권가량의 책을 읽으며, 고양된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 교회당 오른쪽 벽면에는 책이 가득하다. (사진 제공 송상호)

- 독서 목회라고 불러도 되나.

그렇지 않다. 처음엔 솔직히 목회에 도움이 될까 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사역의 핵심이 되었다. 나부터가 독서로 인해 세계관이 달라졌고, 목회와 교회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독서 운동이라고 하는 게 맞다. 독서 운동이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다. 살아가면서 책을 읽고, 그 읽은 것을 서로 나누는 운동이다.

-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교회 최대 문제점은?

교리와 신학에 빠져 예수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교회를 통해 예수를 이용해 먹고 있는 것, 즉 성장 중심의 교회가 문제다.

- 향후 계획은?

60세까지 교회를 하고, 그 이후엔 교회라는 형식과 목사라는 사회적 제약을 벗어 버리고, 전적으로 독서 운동을 하고자 한다. 저술 활동을 통해 가치관 운동을 하고자 한다.

- 지금 책을 내고자 한다고 들었다. 그 책 내용은?

하나는 독서 운동에 관한 것이고, 하나는 교회 변혁에 관한 내용이다. 원고를 다 써 놓았다. 그중 <다시 쓰는 예수 이야기>는 나의 지난날 목회를 반성하고 새로운 길에 대한 도전이 담겨 있다. 출간해 줄 출판사를 찾고 있다.

- 마지막으로 독서란 무엇이며,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을 읽고 세상을 읽는 것이다. 감명 깊게 읽었고, 추천하고 싶기도 한 책은 미셸 루트번스타인과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이 쓴 <생각의 탄생>(에코의서재)이다.

▲ 김동명 목사가 최근 감명 깊게 읽었다는 책 <이것이 인간인가>(돌베개)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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