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8월 3일 오후 김희석 교수(총신대)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허락을 받고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재능과 욕망

1. 목회자의 성적 타락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성적 타락의 문제는 단순한 성적 욕구 해소 수준을 넘어서는 문제다. 모든 사람에게 성적 욕망이 있지만, 모든 사람이 성폭행과 성추행을 행하지는 않는다. 목회자의 경우, 욕망에서 현실의 범죄로 넘어가는 길에는 거의 대부분 '권력'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고, 거기서 실패하면 욕망이 범죄로 현실화된다.

2. 권력의 문제란, 목회자들에게 있어서는, 공동체 전체 혹은 구성원을 이끄는 지도력에 관한 문제이다. 즉 공동체를 이끌고 사람을 이끄는 데 있어서, 어떤 방법으로 이끌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3. 권력의 문제에 있어서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은 지도력을 자신의 '기술'을 통해 발휘하고자 한다. 기술이란 내가 잘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는 그 어떤 것을 말한다. 어떤 사람은 스피치가 좋다. 설교를 논리적으로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타고났다. 어떤 사람들은 대인 관계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안다. 스타일을 파악하고 자존심과 감정선을 건드려 말 한두 마디로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어떤 사람은 법과 행정과 제도를 통해서 이런 것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저렇게 일을 벌이고 조직을 손봐서 사람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4. 그런데, 이런 '기술'은 말 그대로 '기술'일 뿐이지 '원리'나 '원칙'이 될 수는 없다. 우리의 지도력의 원칙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신앙'이어야 한다. 사람을 움직여서 공동체를 이끄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 여쭙고 말씀에 순종하고 인도하심을 받아 공동체를 이끄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그런 지도력이 원활하게 되기 위한 작은 한 부분일 뿐이다. 그런데 하나님을 의지하는 신앙을 잊어버리고 그 기술을 믿고 의지하면, 그 기술은 하나님을 놓게 만드는 죄의 원흉이 되어 버린다.

5. 다시 말해, 내가 무언가 잘해서 공동체·구성원들을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그것은 "내가 오히려 늘 하나님 앞에 굴복시켜야 하는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목회적 재능과 달란트는 하나님 앞에 굴복되지 않았을 때 공동체를 파괴하는 주범이 된다.

6. 주님 앞에서의 이런 굴복의 훈련이 되지 않은 채 사역을 하게 되면, 그 재능이 돈·성·명예라는 욕망의 유혹을 만나게 될 때, 그 욕망이 실제 현장에서 범죄로 이어지게 하는 기폭제가 된다. 성도들이나 공동체를 그 재능으로 주물러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유혹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그 재능이 하나님을 위해 사용되어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재능을 통해 자신이 지금 저지르고 있는 범죄가 하나님을 욕되게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욕망을 계속 탐하게 된다.

7. 신학도들이 실제 목회 현장에 서기 전에 늘 훈련해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목회적 재능을 주님 앞에 굴복시키면서 스스로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잘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하나님 앞에 굴복시켜 하나님만이 드러나시게 하는 것이 목표가 되게 해야 한다.

8.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면, 이 말을 깨닫기 전까지는 목회 현장에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주님께 굴복되는 훈련이 되지 않은 재능은 나의 욕망이 범죄로 이어지게 하는 도구가 되어, 언젠가 나의 사역을 무너뜨리는 주범, 나아가 주님의 소중한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주범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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