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별 사랑 이야기> / 이사벨 그린버그 지음 / 주순애 옮김 / 이숲 펴냄 / 180쪽 / 1만 8,000원 

[뉴스앤조이-심규원 기자] 최근 다양한 그래픽 노블이 국내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구별 사랑 이야기>(이숲)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책이 다양한 신화와 성경 속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이사벨 그린버그는 그래픽 노블 분야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 작가다. 2011년 '케이프·옵저버·코미카 그래픽 단편 소설상'을 받은 자신의 작품 <가슴 시린 남극의 사랑>을 프롤로그로 차용해 장편으로 발전시켰다.

성경 이야기 상상력 더해 각색

이야기는 북극에서 내려온 남자가 남극 여자를 만나며 시작된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 사랑에 빠지지만, 심술궂은 신의 장난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게 된다. 두 사람을 에워싼 서로 다른 자기장 때문이다.

고난을 극복한 두 사람은 사랑을 키워 나간다. 어느 날 밤 남자는 자기 이야기를 여자에게 들려준다. 여기서 온갖 모험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는 '격자소설' 형식을 갖춘다.

남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렇다. 버드맨이라는 창조주에게는 아들딸이 있는데 딸이 인간세계를 창조한다. 그 세계에서 창조된 최초의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들의 두 아들 이야기는 성경의 가인과 아벨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버드맨이 인간을 증오해 대홍수를 일으킨 이야기, 인간을 사랑한 버드맨의 딸이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게 시킨 이야기, 주인공이 고래 뱃속에 들어가 남극까지 내려오는 이야기 등도 성경 이야기를 모티브 삼았다. 또한 그리스·로마·북구 신화 요소도 포함한 이야기로 장대한 서사를 풀어냈다.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세계를 구경하는 것도 재밌지만 주인공 남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도 흥미롭다. 주인공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주인공이 찾으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풍성한 상상력의 그래픽 노블

다양한 신화를 하나로 모아 풍성한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이 책은 판타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부록으로 포함된 내용을 보면 책의 부제가 왜 '초기 지구 백과사전'인지 알 수 있다. 서로 원수지간인 대그족과 핼족의 역사와 풍습, 사냥하는 방법, 당시 서식하던 생물 등 책에 등장하는 세계의 다양한 배경지식들을 풍성한 상상력과 함께 그림으로 그려 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투박한 듯 보이지만 나름 아기자기한 그림체가 개성 있다. 다양한 신화와 성경 이야기가 묘하게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이었는지 고민하며 읽는 것도 좋겠다.

▲ <지구별 사랑 이야기>의 그림체는 투박해 보이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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