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 언론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기독교언론사후원재단이 주최한 이번 포럼은 '자화자찬' 대신 기독 언론을 향한 쓴소리가 넘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기독교계 언론사는 방송국, 인터넷 신문사를 포함 80개가 넘는다. 여기에 개인이 운영하는 1인 매체까지 더하면 수는 더 많아진다. 가톨릭과 불교보다 많은 언론사가 존재하지만, 영향력과 파급력은 크지 않다.

기독 언론의 현실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기독교언론사후원재단과 한국기독교평신도총연합회가 주최한 '2016 한국 기독 언론 포럼'이 6월 23일 서울 AW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한국교회와 펜'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기독 언론 80여 곳이 참가했다.

이날 이용규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 대표회장)는 '한국교회와 기독 언론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했다. 감추인 것을 드러내고,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을 찾아내는 게 언론 사명이라고 했다. 올바른 여론을 조성해 사회변혁을 이뤄 가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과거와 달리 기독 언론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늘날 기독 언론은 초기와 달리 기능과 역할을 잃어버렸다. 정체성을 못 찾고 있다. 초창기에 비해 역할이 축소됐고, 선교 기능에 치우쳤다. 원인은 주로 한국교회 내부에 있다. 성장 과정에서 신사참배와 신학적 문제로 분열됐다. 민족과 사회 공동체를 향한 관심보다 교회 내부 문제에 집중했다. 1970년대 이후 경제성장에 발맞춰 양적 성장에 집중하며, 사회 구원은 도외시했다. 그 결과 교회와 사회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기독 언론도 (사회보다) 교회 내부에만 집중했다.

교단이 분열되며 초교파적인 기독 언론 기능은 약화됐다. 각 교단 입장을 대변하는 교단지로 전락했다. 감리교와 장로교를 총괄해 온 과거 <기독신보>는 현재 합동 교단지(現<기독신문>)가 됐다. 해방 이후 남측 기독교를 대변하던 <기독공보>는 현재 통합 교단지가 됐다. 교단지가 되면서 교회 갱신을 감당하지 못했다. 한국교회 성장을 견인 못 하고,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기독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이용규 목사는 언론이 교권에서 자유롭고, 재정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교권주의자들의 정치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게 깨어 있어야 한다. 정치적·계파적 이해관계에 휘말리지 않고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일을 선도해야 한다. 내부 문제뿐 아니라, 한국 사회 모든 문제를 다루도록 외연을 넓혀 가야 한다. 또, 재정이 뒷받침되도록 구체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이용규 목사는 기독 언론이 교단 입장만 반영하는 '교단지'로 전락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세계한인기독교총연합회 회장 고시영 목사는 '기독 언론'이 제 역할을 감당해 왔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했는가, 필요한 내용을 보도했는가, 마구잡이식으로 무언가를 기사화하지 않았나, 경직되고 강요적인 보도나 해석이 너무 많지 않았나, 독자 대상을 목사와 장로로 축소하지 않았나, 한국교회 공공성을 염두에 뒀는가 등 의문점이 있다. 신문이 신문다워지면 기독 언론에 대한 시각도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알아본 바, 교인들은 기독 언론에 부정적 인식이 많다. 여기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기독 포럼을 주최한 한국기독교언론사후원재단은 2015년 12월, '기독 언론이 바로 서야 한국교회와 기독인이 바로 선다'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다. 이사장 임원순 목사는 한국교회와 기독 언론이 세상 등불이자 주체로서, 시대 선구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세기총 회장 고시영 목사는 기독 언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며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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