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서울 도심 어디를 가든지 아파트가 즐비하다. 나지막한 주택보다 하늘 향해 높게 솟은 아파트가 더 흔하다.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이곳도 아파트 올리기 대열에 들어설 준비 중이다.
중앙동에는 3~5층 규모의 과천 주공 아파트 단지 12개가 늘어서 있다. 1980년대 들어선 아파트는 30년 넘게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이제 곧 통째 사라진다. 재건축 판정이 떨어져 새 아파트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그중 과천 주공 1단지는 지난 3월 인가를 받고 이미 이주에 돌입했다. 단지에는 3월 30일부터 7월 29일까지가 이주 기간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기존 최대 82㎡, 1,039가구가 살던 저층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최고 28층, 189㎡로 1,567가구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몇몇 경제 신문은 과천 주공 단지가 초역세권 매물로 부동산 시장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라지는 것을 담고 싶었다
제주 태생 현선(31) 씨. 늦깎이로 사진을 배우고 있다. 재건축 판정이 나기 전, 이곳을 우연히 들렸다. 우거진 나무, 세발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벤치에 앉아 이야기하는 할머니들. 아름답고 따뜻한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30년 넘게 사람들을 품고, 떠나보내고, 이제는 자신이 부서져야 하는 아파트. 버려진 가구와 물건들이 쓸모를 다하고 헤어지는 연인같이 느껴졌다. 이사하는 사람들이 남기고 간 씁쓸함이 마을 곳곳에 묻어났다. 예닐곱 번 더 들러 사진을 찍었다.
작업하면서 만난 어르신은 "내가 이 나이에 어디를 가겠나. 평생 살려고 들어왔는데. 혼자서 이삿짐을 어떻게 싸야 하냐"고 푸념했다. 이들에게는 과천 주공 1단지 재개발이 단지 추억이 사라지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지 못한 것들이 자본이나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뀌는 게 안타까웠다. 지키지 못한 첫사랑을 보내 버린 느낌이기도 했다."
다음은 현선 씨가 현장에서 찍어 온 사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