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길가는밴드 리더 장현호가 CCM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교회 안 CCM에 익숙한 기독교인에게 장현호란 이름은 낯설 수 있다. 그는 교회 밖 사회 현장에서 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장현호는 일본군 '위안부', '세월호', '강정마을' 등 고난의 자리에서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른다. 약하고 가난하고 억눌린 자를 만나신 예수의 마음으로, 한국 사회의 약자를 위해 노래한다. 노래로 위로의 손을 내민다.

최근 발매한 앨범 '길가는밴드 EP1'을 포함, 지금까지 장현호는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곡을 만들었다. 곡 안에 예수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지만, 노랫말은 예수가 말하던 사랑, 정의, 화평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런 장현호가 자기만의 스타일로 CCM 앨범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그가 만들어 온 앨범과 달리 기독교 용어도 적극 사용했다. 그러나 앨범을 꿰뚫는 음악 색채는 이전과 유사하다. 교회의 관심 밖에 있지만 예수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곳, 약자와 함께하는 예수의 마음을 노래한다.

한 곡('입례송') 빼고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장현호가 직접 만든 곡이다. 앨범에는 아홉 곡이 실려 있다. △길 △차별이 아닌 차이는 사랑 △시편 74:21 △진리가 너희를 △십자가 △나와요 △주님의 사랑 △a Time To Bless Jesus △입례송이다.

▲ 길가는밴드 장현호는 위로가 필요한 현장 곳곳에서 노래를 부른다. 

길에서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만든 CCM

'주님의 사랑', 'a Time To Bless Jesus'는 기존 CCM처럼 교회에서 부르고 묵상하기 좋은 곡이다. 단순한 노랫말에 장현호의 바람이 담겼다. "양심의 길 따라 의지의 주인 된"이라는 가사로 "주님의 사랑을 일상에서 표현하는 게 피상적이지 않고 실질적인 삶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주님의 사랑 이곳 가득하길 
주님의 사랑 이곳 가득하길
주님의 사랑 이곳 가득하길 노래해

할렐루야 어린양께 할렐루야 어린양께
양심의 길 따라 의지의 주인 된
주님의 종들이 온 땅 가득하네
('주님의 사랑' 中)

'나와요', '입례송'은 그간 장현호가 선보인 곡보다 차분한 분위기다. 잔잔한 멜로디언 기타가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두 곡은 교회 안과 사회 현장에서 두루 불릴 수 있는 노래다.

장현호는 입례송을 두고 "엄혹한 세월, 패배하거나 실패할 수 있지만 그때 혼자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노래했다. 우리 모여 있는 곳에 예수님이 임하셔서 언제나 혼자가 아님을 믿으며 노래한다"고 말했다.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현존하는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음을 말한다.

이제 우리 여기 이렇게 모여 있으니 주여 우리 가운데로 어서 오소서 
절망과 고통 속에 있던 우리 상처 입은 영혼 이 시간 당신께 다 내려놓겠습니다

서로의 손길과 웃음과 위로를 통해 주여 당신이 함께하심을 느끼니
이제 우리 어디 있든지 무슨 일을 당하든지 더는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하소서
('입례송' 中)

▲ 사회 약자와 함께하는 예수의 마음을 담은 CCM 앨범 '크로스로드'가 발매됐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현장에서 부르는 'CCM'

'차별이 아닌 차이는 사랑', '십자가', '길', '시편 74:21'. 이 네 곡에는 기독교적 메시지가 담겨 있지만 교회보다 사회 현장에서 부르기에 적합하다. 곡 곳곳에 그가 만난 예수가 담겨 있다. 다툼이 아닌 평화를 설파한 예수를 따라 사는 기독교인들에게 힘이 되는 곡들이다.

장현호는 곡 '차별이 아닌 차이는 사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초대를 대언하여 말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정작 초대에 응한 사람들의 수고와 무거운 짐을 정죄하는 이상한 현상을 바라본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고 노래하지만 배제나 혐오를 이기지 못하는 사랑이 허다하다.

우린 어떤 사랑의 노래를 불러야 할까? 차별과 혐오, 폭력 등으로 신음하는 이들의 벗이 되어 주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 담겨 있는 겸손한 예수의 형상을 우리들이 보고 닮아 가는 마음을 담아 노래한다."

차별이 아닌 차이는 사랑 혐오가 아닌 포용은 사랑
욕심이 아닌 절제는 사랑 시기가 아닌 섬김은 사랑

거짓이 아닌 진실은 사랑 죽음이 아닌 생명은 사랑
다툼이 아닌 평화는 사랑 미움이 아닌 사랑은 평화

우리의 시선은 그 사랑에 사랑은 부여잡은 손을 통해
흘러가게 하소서 섬김으로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삶으로 세상에
('차별이 아닌 차이는 사랑' 中)

▲ 길가는밴드 장현호 씨는 4월 30일(토) 엔.소.이와 함께 세월호를 기억하는 콘서트를 연다.

장현호, 날것 그대로의 음색

9곡을 이끌어 가는 장현호의 음색은 소박하고 단순하다. 사람들 귀를 잡아끄는 기교는 없지만 그의 담백한 목소리는 단순한 노랫말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이번 앨범에는 예수전도단 화요 모임에서 오랫동안 일렉기타와 편곡을 담당한 박정수, 10여 년간 어노인팅과 다리놓는사람들 앨범에서 연주, 편곡, 자작곡을 담당했던 이지음이 앨범 프로듀싱을 맡았다. 피아노와 기타를 위주로 연주했다. 부담 없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주님의 사랑'에 나오는 평화산책합창단의 합창은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a Time to Bless Jesus'는 EDM 스타일로 편곡해 신선함을 더한다. 앨범은 갓피플 사이트와 페이스북 장현호 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장현호는 4월 30일(토) 오후 6시부터 목동에 있는 '스페이스 내안'에서 '너머 봄, 넘어봄'을 주제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엔.소.이와 함께 길가는밴드 이름으로 참여하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콘서트다. 6시부터 세월호 관련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7시부터 공연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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