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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 변명도 기도가 될 수 있다
박영선 <기도>(남포교회출판부)
  • 강동석 기자 (kads2009@newsnjoy.or.kr)
  • 승인 2016.04.13 07:28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하나님, 도대체 계시기나 한 거예요? 하나님 안 계신 거죠, 그렇지요?"(91쪽) 같은 넋두리도 기도라 할 수 있을까. 박영선 원로목사(남포교회)는 이 또한 기도라 말한다.

"기도는 무작정 달려와 내뱉는 호소나 절규일 수 있고, 때로 변명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분이 인격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두서없이 매끄럽지 않은 문장으로 기도하는 것이 그리 큰 잘못은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은 원칙만 내세우시는 분이 아니라, 깊은 공감과 이해로 우리를 대하시는 인격자이기 때문입니다." (127쪽)

박영선 목사의 <기도>는 '기도의 자리'를 되짚어 보는 책이다. 우리가 기도한답시고 버티고 있는 그 자리가 과연 올바른 위치인지 질문을 던진다. 기도에 대해 흔히 가질 수 있는 오해나 착각을 짚으며, 기도의 의미와 기도할 때 하나님 앞에서 취해야 할 신자의 태도를 다뤘다.

기도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확인하는 것

   
▲ <박영선의 기도> / 박영선 지음 / 남포교회출판부 펴냄 / 152쪽 / 9,000원

보통 교회에서는 얼마나 기도하고, 말씀을 읽었는지가 신앙의 기준이 된다. 저자 박영선 목사는 기도의 분량과 응답 횟수가 바른 기도, 바른 신앙의 지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기도를 의무적으로 하는 숙제라고 생각할 때, 자신을 내세우는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도가 우리의 자존심을 세우는 수단으로 사용될 때가 더러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자들이 기도를 얼마나 많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흔히 '기도했더니 문제가 해결되었다'라고 말합니다. 마치 기도한 것이 큰 자랑이나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자랑이 아닌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16쪽)

저자는 자기 자존심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확인하는 것'이 기도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그 일하심의 자리에서 하나님과의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도가 단지 무언가를 받는 '거래 수단'이라면 신자와 하나님의 관계는 제자리에 머물게 된다. <기도>는 이 지점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기도의 첫걸음이 이런 인식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응답받은 횟수가 많을수록 숙제를 완벽히 해냈다는 성취감이 생깁니다. 마치 기도 응답을 신앙의 책임을 완수한 성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은 잊히고 기도만이 홀로 남아 기도한 사람의 훌륭한 신앙을 드러내는 증거처럼 내세워집니다." (140쪽)

"기도 그 자체에 독립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과 무관하게 홀로 존재하는 기도는 진정한 기도일 수 없습니다. 기도를 들으시는 분이 계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의 간절함이나 치열함, 우리가 받은 증거나 안심은 그다음에 생각할 문제입니다." (140쪽)

응답 없는 기도, 하나님의 침묵

<기도>가 다루는 또 하나의 주제는 '응답되지 않는 기도'다. 저자는 불의한 재판장 비유를 다루면서 응답 없는 기도의 불가해성을 살핀다.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지 않을 때, 자기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하나님이 신자의 기도를 내치는 일은 없으며, 기도의 응답을 내 눈 앞에 보이는 시점으로 제한하는 것은 인간이 원하는 해결 방식일 따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자녀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과 의지가 약화되지 않는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신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안타까움과 의지가 없어지거나 약화되어 하나님의 자녀가 외면받는 일은 없다고 성경은 선언합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에게 낙심하지 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31쪽)

"기도의 궁극적 응답은 우리 당대에 모든 것이 완전히 해결되는 식으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완결은 인간이 원하는 해결 방식일 뿐입니다." (134쪽)

어떤 기도 같은 경우, 응답을 받는 시점이 당대가 아닌 그 이후로 미뤄진다는 말이다. 저자는 막막한 현실은 그대로 있지만, 그 현실에 대한 신자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기도를 이렇게 정의한다.

"이해할 수 없는 처지에서도 하나님이 주인이신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고백입니다. 몸부림을 치면서 현실을 견디는 것입니다. 눈물과 한숨으로 견디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도입니다." (136쪽)

   
▲ "응석이나 절규조차도 그것이 하나님 앞에 하는 말이라면 성령님이 우리 속에서 일하시고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성령님은 우리를 하나님에게로 붙들어 가는 일을 하십니다. 그러니 기도의 표현이 어떻든 그것이 하나님을 향해 있다면, 이는 성령님의 역사인 것입니다." (91쪽)

기도란 무엇인가

응답 없는 기도를 이렇게 이해한다면, 신자는 하나님의 침묵 앞에서 좌절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외에 도리가 없다.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기도는 결국 몸부림치고 현실을 견디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인내 가운데 얻어지는 열매들은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이 어떻게 또 다른 의미를 낳을 수 있을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다음 장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도전해 오는 삶의 온갖 문제는 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거기에 꽃씨를 심어 꽃을 피우십니다. 세상이 만드는 답과 하나님이 만드는 답이 다르다는 것을 그렇게 보여 주십니다. 어느 땅에서든지 창조의 능력을 보이십니다. 응답되지 않은 기도를 거쳐 우리는 오히려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들은 절망의 자리라서 피하고 싶어 하는 그곳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만나십니다. 만들어 낼 수도, 찾아낼 수도 없던 하나님이 거기에서 우리를 만나 주십니다." (147~148쪽)

"우리가 드린 기도의 열매가 우리 생애 속에 다 확인되지 않으면 우리는 낙심하지만, 현실이 우리를 삼켜 버린 것으로 끝일 수 없습니다. 우리의 남루한 현실을 꽃밭으로 일구시는 하나님의 큰 일하심 속에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149쪽)

좀 더 곱씹으며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책은 기도에 대한 이해를 한 발짝 더 나아가게 한다. 하지만 '하나님'과 '역사'라는 거시적 관점이 아니라,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에서 기도를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저자는 '순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후의 걸음은 오롯이 현실과 부딪치며 기도를 실천하는 이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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