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테네시 주 의회가 성경을 주를 대표하는 공식적인 책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지사가 이 법안을 승인하면 성경은 앞으로 테네시 주의 상징물 중 하나가 된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 테네시 주 의회가 성경을 주를 대표하는 책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테네시 주는 근본주의 기독교 세력이 강한 남부 '바이블 벨트' 지역에 속한다. 해마다 미국성서공회가 선정하는 '가장 성경적인 도시' 1위는 늘 테네시 주에 있는 도시가 차지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한 주를 대표하는 공식적인 문서가 성경이라는 점은 선뜻 이해가 안 간다.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의원들은 성경이 종교 경전이라는 것보다 '역사적 문서'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을 세운 사람들은 성경의 영향을 받은 믿음의 사람들이고, 그 믿음에 근거해 현재 미국의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스티브 서덜랜드 상원의원은 성경이 테네시 주에 역사·문화적으로 이바지한 것을 기리기 위한 작업이라고 했다.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정교분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일이 의도치 않은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네시 주에 살고 있는 사람이 모두 기독교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테네시 주에 거주 중인 성인 81%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규정한다. 14%는 자신이 아무런 종교도 갖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소수인 비기독교인이 이번 일로 위협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헤디 웨인버그 테네시 주 종교자유연합 디렉터는 "(성경을 주 공식 책으로 지정하는 것은) 몇몇 사람들에게 끔찍한 결과일 수 있다. 그들이 사는 방식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몇몇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법제화하여 이 두려움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했다.

성경을 테네시 주의 상징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법안이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주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해 왔다. 허버트 슬레이터리 주 법무장관은 과거 "법이 특정 종교를 선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떤 종교든 예배 방법이든 다 해당된다"며 법안에 반대해 왔다.

한편 보수 기독교계 유명 인사들은 테네시 주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빌리 그레이엄의 아들이자 사마리아인의지갑 대표 프랭클린 그레이엄은 테네시가 아주 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성경이 이 나라와 인류에 끼친 엄청난 영향을 생각해 보라. 성경은 단순한 책이 아니다. 하나님의 성스러운 말씀이다. 앞표지부터 맨 뒷장까지 진실이라는 것을 믿는다"고 밝혔다.

주 의회를 찬성 19표, 반대 8표로 통과한 이 법안은 이제 주지사의 승인만 남겨 놓고 있다. 공화당 소속 빌 하슬람 주지사는 그동안 법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혀 왔지만 승인 거부를 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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