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B 권사는 A 목사와 함께 집에 들어갔다. 가족이 미국에 남아 있는 A 목사는 교회 인근 아파트에 혼자 산다. 저녁에 들어간 두 사람은 다음 날까지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교인 몇 명은 A 목사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하룻밤을 뜬눈으로 지새며 누군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다음날 오전 10시 즈음, A 목사가 집에서 나왔다. 교인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B 권사가 12시경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는 찰나 그를 잡았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A 목사에게 전화를 걸자 곧 A 목사가 돌아왔다.

"일단 교회를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A 목사는 마주한 장로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3주 이내에 교인들에게 '가족'을 이유로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좋은 교회라 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으니 후임자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덧붙였다. 마주한 장로도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조용히 매조지면 좋겠다고 했다.

교회의 덕을 위해 조용히 처리될 것 같던 문제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하고 세 달이 다 되어 가지만 교회 갈등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사임하겠다던 A 목사는, 잘못한 게 없는데 사임하면 마치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장로들이 이 문제를 논의해 주기 바란다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 3월 20일 오후 예배 후 열린 임원회에서도 교인들이 떠나라고 하면 떠나겠다며 공을 넘겼다.

▲ 27일 자 주보에는 이해인 수녀의 '용서의 계절'이 실렸다. A 목사는 이날 "금식 기도를 2주 더 연장하고 교회를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기도 요청'한 목사, 주보에는 '용서의 계절' 게재

A 목사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로들이 철저히 조사하고 알아보고 얘기를 서로 다 들어본 후 '문제 삼을 만한 일이 아니었구나'라고 결론 냈다. 그런데도 문제 삼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3월 20일 열린 임원회에서 A 목사는 부활주일인 27일까지 한 주간을 금식 주간으로 선포하고, 모두 자신을 되돌아보며 회개할 것이 있으면 회개하자고 말했다. 이 기간 동안 교인들 간 아무런 말도 말고, 기도하며 잘 판단할 수 있도록 기다리자고 권면했다.

약속한 27일이 되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A 목사는 금식 주간을 2주 더 연장하겠다고 선포했다. A 목사는 "저를 위해 기도하지 마시고, C교회 담임목사(직분)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주보에는 이해인 수녀의 시 '용서의 계절'이 실렸다.

기회 한 번 더 달라는 목사, 흔들리는 교회

이 때문인지 교회 안에서 "목사님이 안 나가려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A 목사는 자신 때문에 교회가 분열되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이미 교회는 A 목사와 함께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분열의 조짐이 농후하다. 한 장로는 A 목사가 장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회를 한 번 더 달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했다.

장로들은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교회 중직들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대부분 "교회 망신시키는 일"이라며 언급을 꺼렸다. A 목사 거취를 두고 50대 50으로 의견이 나뉜 것으로 알려졌다. A 목사가 '잘못했다'는 전제로, 기회를 줄 것인지 말 것인지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목사도 사람이니 허물도 있을 수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 목사님이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하는데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두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양아들로 삼은 손양원 목사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일부 교인은 교회 현관에 "목사님 사랑해요", "목사님 존경합니다", "목사님 저희가 기도하고 있어요" 문구가 있는 화분을 갖다 놓았다.

C교회는 A 목사 말을 믿는 교인과 그렇지 않은 교인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일부 교인들은 A 목사의 사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A 목사 사임을 주장하는 한 교인은 "교회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교인들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 어쨌든 처음 사임하겠다고 하셨다가 입장이 조금씩 달라지니 교인들 사이에 혼동이 온다"고 했다. 다른 한 교인은 "(A 목사가) 도의적으로라도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교인들에게는 제대로 된 사과도 없으면서 B 권사만 옹호하느냐"고 말했다.

▲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일부 교인들은 "목사님 힘내세요", "존경합니다", "저희가 기도합니다" 등의 문구가 담긴 화분을 교회 현관에 갖다 놓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악의적인 소문 만들려 시도해 온 일부 교인들의 주장"

A 목사는 <뉴스앤조이> 보도 내용을 강력히 부인하며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그는 23일 관련 보도가 나간 직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앤조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A 목사와 C교회로부터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변호사는 29일 내용증명을 보내 "보도 내용은 수개월 동안 목사를 미행하며 악의적인 소문을 만들려고 시도해 온 일부 교인들의 주장을 그대로 전문화한 것에 불과하여 진실한 보도라고 볼 수 없다"고 하는 한편, "이미 교회 내부에서 일부 교인들이 조직적으로 루머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정리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들로 하여금 마치 사실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도록 보도하여 당사자 및 가족, 교인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는 기사 내용 중에 정정할 부분이 무엇인지 A 목사에게 물었으나 그는 "정정보도는 기자가 알아서 할 수 있다"며 "추측성 보도로 불확실한 것들을 가지고 내 동의 없이 교회를 비방하고 루머를 만들어 낸 기사가 된 것에 대해 사과문을 게재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기자가 쓴 잘못된 기사로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지탄받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30일 오전,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A 목사를 만나 추가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그는 "장로들에게 물어보라. 심방 가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기자에게 "예배하러 자주 나오시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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