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4월 13일 시행되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83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각종 시민단체에서 자신들의 뜻과 맞지 않는 현역 의원 명단을 작성해 낙선 운동에 나섰다. 낙선 운동도 선거운동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몇몇 기독교인들도 낙선 운동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20명이 대상이다. 이들은 군대 내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게 한 군형법 92조의 6, 성 소수자 차별 금지를 명시한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는 이유로 타깃이 됐다.

기독교싱크탱크 대표 안희환 목사(예수비전성결교회)는 페이스북 페이지와 카페에 의원들 이름을 공유하며 "지금은 기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기도하면서 행동할 때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나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며 명단을 최대한 많이 퍼뜨릴 것을 요청했다.

반동성애 진영에서 활동하던 김광규 목사가 발행 및 편집인으로 있는 KHTV는 이 명단에 있는 국회의원들 한 명 한 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중이다. 이들 모두 동성애를 조장하는 국회의원이니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이혜훈 전 의원(새누리당)은 이슬람과 동성애 반대에 앞장서고 있으니 국회로 보내야 한다는 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명단에 언급된 국회의원들 중 김광진·은수미·인재근·장하나·전정희·진선미·최원식·홍종학 의원에게 어떤 이유로 이런 법안을 발의했는지, 기독교계에서 퍼지고 있는 낙선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서를 보냈다. 이에 전정희 의원[전북 익산(을)]이 답변을 보내왔다. 다른 의원들은 동성애에 대한 언급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우려해 대답을 꺼린 것으로 보인다.

전정희 의원 "동성애 옹호·합법화는 오해"

▲ 전정희 의원[전북 익산(을)]은 군형법 개정안 92의 6, 차별금지법을 공동발의했다. 전 의원은 이 두 법안이 담고 있는 진의를 왜곡하고 있다며 비방과 흑색선전을 거둬 달라고 했다. (사진 제공 전정희 의원실)

전정희 의원은 답변을 시작하며 "안 그래도 소신 있는 의정 활동을 왜곡·비방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문제 제기에 가슴앓이하고 있었는데 해명할 기회를 줘 감사하다. 답변으로 오해가 풀려 비방 선전 행위가 중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 의원은 차별금지법과 군형법 개정안의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가 동성애를 옹호하는 의원으로 낙인 찍혔다. 그는 두 법안의 취지는 "헌법에 보장된 평등과 인간 존엄의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기본적인 취지를 무시하고 동성애 옹호 및 합법화로 왜곡해 흑색선전이 이뤄지는 현실에 유감을 표명했다.

전 의원은 법안이 담고 있는 진의에 대해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군형법 개정안은 동성 간의 성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며, 차별금지법은 성별·종교·나이·인종 등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답변서를 조금 더 풀어 설명하자면, 이미 시행되고 있는 형법을 군형법에도 반영하자는 것이다. 2013년 6월 19일부터 시행 중인 형법에는 강간죄의 객체 즉 강간의 피해자가 '부녀'만이 아니라 '사람'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남성이나 성전환자가 강간을 당한 경우에도 가해자를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군형법은 여전히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로 제한하고 있어 동성 간 성폭행이 발생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또 한 가지, 현재 군형법이 동성 간의 성행위를 '계간(鷄姦)'이라는 정의하는데,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기에 삭제를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계간이라는 용어를 삭제하자는 걸 동성애를 옹호하고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건 비약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안에 대한 오해를 풀어 줄 것을 당부했다.

전정희 의원은 기독교인들이 성경에서 동성애를 죄라고 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취향이 다르다고 해서 인간적 권리를 무시당하고 동물로 취급되는 건 인간 존엄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독교 정신의 뿌리는 박애(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함)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런 박애 정신에 입각해 성 소수자 역시 성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런 소신에 입각한 공동 발의를 동성애 옹호 및 동성 결혼 합법화로 왜곡·비약해 낙선 운동을 펼치는 것은 잘못된 의사표시라고 생각한다. 공동 발의 취지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런 비방 행위를 거둬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데 자신이 합법화에 앞장설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전 의원은 "입법기관의 구성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행법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동성 결혼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법안에 공동 발의를 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했다.

전정희 의원 외 19명 의원의 이름이 기재된 리스트는 '동성애 옹호 법안 발의 의원 명단'이다. 이 명단을 만든 단체는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유관순어머니회 등 5개 시민단체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앞서 문창극 총리 후보를 지지하고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비리를 고발하는 데 이름을 올렸다. 2015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한창일 때는 국정화 반대 서명을 발표한 장로회신학대학교 앞에서 '장신 신학 훼손하는 역사신학 교수들 사퇴하라!'고 외치며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얼마 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이제 그만 아베를 용서하라고 했던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도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 공교육살리기교장연합·공교육살리기교수연합·공교육살리기교사연합·공교육살리기청년대학생연합·유관순어머니회 등 다섯 개 단체는 동성애를 옹호한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20명이라며 순위를 정해 명단을 공개했다. (공교육살리기시민연합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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