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부터 <뉴스앤조이>가 공동대표 체제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김종희 대표(왼쪽)가 편집인을, 강도현 대표(오른쪽)가 발행인을 맡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뉴스앤조이>에 대표 한 명을 영입했습니다. 30대 후반의 '청년', 강도현입니다. >의 글쓴이라고 소개하면, '아, 그 사람!' 하는 감탄사와 '아니, 그 사람이 거길 왜?' 하는 의문사가 동시에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강도현 씨를 소개하는 내용이 대체로 비슷합니다.

"미국 OOO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OO회계법인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외국계 헤지 펀드에서 파생 상품 트레이더로 억대 연봉을 받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의 심각한 폐해를 느끼고 더 나은 세상을 찾기 위해 지금은 경영학 박사과정 중에 있다. 소셜 카페의 기획자로 3년간 '카페바인'을 운영하며 자영업자의 삶을 살았다. 시민단체의 기획,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시민사회 참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런 대외적인 명성과 실력보다는, 믿을 수 있는 목사의 아들이라는 점, <뉴스앤조이>를 좋아한다는 점, 드물게 만나지만 그때마다 저에게 사근사근하게 군다는 점, 제 페이스북에 기분 좋은 댓글도 가끔 올린다는 점 들을 주목했습니다. 좀 어이가 없나요?

<뉴스앤조이> 합류가 결정되고 한 달이 넘도록 입과 손이 근질거렸습니다. 고 김영삼 대통령이 재임 시절 깜짝 인사를 단행하고는 "다들 놀랐제?" 하고 장난꾸러기처럼 굴었던 것처럼, 저도 여러분을 놀래려고 오늘까지 참았습니다.

강도현 씨를 대표로 영입한 과정과 배경을 설명드리겠습니다.

2015년 11월 중순, 강도현 씨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고작' 카페 주인보다는 언론사 사장을 해 보지 않겠느냐고 미끼를 던졌는데, 예상보다 쉽게 덥석 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몇 번 메일을 주고받고 직접 만나서 대화한 끝에 합류를 결정했습니다.

물론 표현은 이렇게 간단하고 가볍지만, '예스'와 '노' 사이를 얼마나 많이 오락가락했겠습니까. 언론마다 강도현 씨를 소개할 때 '억대 연봉'을 빼놓지 않습니다. 우리는 '연봉 찌끄러기'밖에 줄 수 없는 형편입니다.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을 안은 가장으로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저라면 단칼에 거절할 겁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너무 많이 다릅니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렌 버핏이 파생 상품을 일컬어 '금융의 대량 살상 무기'라는 섬뜩한 표현을 썼더군요. <뉴스앤조이>는 헤지 펀드, 파생 상품, 트레이더, 이런 단어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시장 한복판에서 활약하던 전문가가 언론사, 다른 곳도 아니고 <뉴스앤조이>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결행을 쉽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감당해야 할 역할과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조율하고, 이런 과정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결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한국교회와 사회의 현실에 대해 피차 이심전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만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가장 컸겠지요.

갑작스런 결정 소식을 접하고 놀라는 분들이 있겠습니다. 그동안 외부 인사를 발행인이나 편집인으로 모신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자기 전업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번에는 <뉴스앤조이> 상근 발행인으로 경영에 전념한다는 것이 큰 차이입니다. 그래서 배경 설명이 약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평소 저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습니다. <뉴스앤조이>(비판)  '목회멘토링사역원'(대안)  비즈니스(자비량). 이렇게 3종목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고 싶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16년 차로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안정권에 진입했고, '목회멘토링사역원'은 5년째가 되면서 기본은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두 사역을 전적으로 후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비량으로 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리저리 모색도 하고 시도도 해 보았으나, 지금까지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아, 이건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인 모양이다, 내가 감당할 몫이 아닌가 보다' 판단했습니다. 3관왕 석권의 꿈을 접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교권과 금권에 지배당하지 않는 독립 언론의 가치를 15년 동안 지켰습니다. 해마다 두세 건의 소송을 꼬리표처럼 단 채 살고 있지만 이렇게 건재합니다. 그러면서도 목회멘토링사역원을 만들어서 대안을 생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저러다가 큰 교회에 먹히는 거 아닌가' 우려했지만 이렇게 말짱합니다. 비판과 대안 작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부채가 없는 정도로는 선방했지만, 구성원들의 생활 문제는 해결해 주지 못했습니다. 세상의 가치가 '자급(自給)해서 자족(自足)한다'라면 신앙의 가치는 '불급(不給)해도 자족(自足)한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가치는 나에게 적용해야지 남에게 강요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자족'을 원하지 '만족'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헌신'을 앞세우지만 '현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말장난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실 것입니다.

아무튼 돈은 저와 사이가 그리 안 좋은 것 같습니다. 나쁜 돈도 안 들어오지만 좋은 돈도 만져 보기 어렵습니다. 아마 큰돈까지 손에 쥐었다가는 대형 사고를 치겠다 싶어서, 그 부분은 허락하지 않으시는 모양입니다.

그런 저에 비해 강도현 씨는 경제‧경영의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전문가입니다. 그 영역에서 구축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뉴스앤조이>에서 어떤 열매를 만들어 낼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굳게 지키는 가치를 드높이면서 동시에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리라 기대합니다.

또 하나의 이유를 들라면, 저에게 주어진 일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뉴스앤조이> 살림살이를 전적으로 책임지면서, 다른 한편으로 기사가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도록 살펴야 합니다. 우리를 넘어뜨리려는 세력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부터 목회자 자녀 미국 꿈마실까지 직접 챙겨야 합니다. 제가 능력이 넘치는 팔방미인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억지로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실정입니다.

언제나 "과연 이 일들을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을 품고 일을 합니다. 말은 의구심이지만 실은 불만과 불안입니다. 공적인 영역에서는 좋은 일, 옳은 일을 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 일을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저의 소신입니다. 옳은 일을 잘하지 않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많은 일에 짓눌려서 탁월하게 못 하고 있다는 찜찜함을 마음에 담고 살았습니다.

새로운 대표는 발행인으로서 인사‧재정‧행정 등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저는 편집인으로서 <뉴스앤조이>와 '목회멘토링사역원'의 콘텐츠 질을 높이는 데 전념합니다. 둘이 잘 협동하면 수준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여러분도 그 부분을 가장 원하시겠지요.

게다가 2016년 1월부터 양정지건 기자가 편집국장으로 합류합니다. 양정지건 기자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동안 <뉴스앤조이>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기사를 많이 썼던 기자로 기억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선배로서의 경험과 개인의 장점을 잘 살려서 후배들을 이끌어 가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뉴스앤조이>가 되겠다는 예감이 듭니다. 강력하다는 것, 힘이 세다는 것은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더욱 확고한 사명감과 책임감, 공공성과 결합해야 합니다. 주인 자리를 꿰차고 앉아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더럽히는 우상숭배자들을 쫓아내는 일에 힘을 써야 합니다. 교회를 갱신하고 사회를 변혁하려고 분투하는 세력들을 지원하는 일에 마음을 써야 합니다. 시대는 어둡지만 <뉴스앤조이>가 버텨 주어서 감사하다는 기도를 함께 올려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개인적인 상황과 평소 생각도 작용했습니다. 2016년은 만 50세가 되는 해입니다. 김종희의 '희년'(禧年)이 되겠네요. 슬픔 가득한 세상이지만 기쁨의 해(희년)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하덕규 님의 '풍경'입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지금까지 너무 높은 곳에 올라가서 너무 많은 일을 벌였습니다. 남을 겨냥하는 비판의 칼날 위에 저 역시 아슬아슬하게 서 있습니다. 불안하고 불편합니다. 할 수만 있으면 빨리 저에게 걸맞은 자리로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희년이 되는 50에 절반은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내려놓을 수 있도록 여건을 잘 만들어 가겠습니다. 그래서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화끈하게 내려놓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새로 오는 대표도 그렇고, 주위 분들도 불안해하실 것 같아서 공동대표 체제로 가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투톱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자기를 비우고 낮추고, 상대를 높이고 세우는 일을 처음 해 봅니다. 남들에게 요구했던 것처럼 저도 그렇게 해 보아야겠습니다.

1월 안으로 법적인 절차를 마무리합니다. 2월 한 달 동안은 저와 목회멘토링사역원 식구들이 목회자 자녀들을 데리고 꿈마실을 다녀옵니다. 3월 7일부터 9일까지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를 치른 다음, 하루 날을 정해서 여러분을 초대하여 발행인 취임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그때 직접 뵙도록 하지요. 새해에도 변함없이 이 길을 함께 걷는 길동무가 되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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