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나라연구소가 주최한 종교개혁 강좌 두 번째 시간, 김회권 교수와 김세윤 교수의 강좌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8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하나님나라연구소가 주최한 종교개혁 기념 강좌 둘째 날, 김세윤 박사(풀러신학교)와 김회권 교수(숭실대·하나님나라연구소장)의 강의가 10월 17일 소망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강의는 '한국교회가 들어야 할 온전한 복음'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첫날 강의에서 잘못된 칭의론 이해를 비판하고 바로잡는 시간이었다. 둘째 날 강의에서는 구약에서부터 신약,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하나님나라 복음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이 복음을 어떤 식으로 실천하고 행해야 하는지 나눴다. 이날 강의에는 연구소 회원과 목회자·교인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신약의 복음은 '창세기'부터 이어져 온 구약의 복음

김회권 교수가 먼저 '모세와 선지자들이 증거한 하나님나라 복음'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김 교수는 신약에서 볼 수 있는 하나님나라 복음은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창세기에서부터 누적돼 온 개념이라고 했다. 김회권 교수의 발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창세기를 펴 보면 아브라함과 하나님의 언약 속에서 이미 칭의의 개념이 나타난다. 바울은 아브라함의 믿음을 하나님께서 '의'로 여기셨다는 구절에서 이신칭의 개념을 가져왔다.

소설을 중간부터 읽으면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렵고 감흥도 없다. 로마서부터 읽어서는 하나님나라 복음을 이해할 수 없다. 성경의 첫머리인 창세기부터 잘 읽어 보면 하나님이 인간을 향해 진노하셨다가 왜 용서할 수밖에 없는가 알 수 있다. 독생자를 주신 하나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이 사랑은 모세와 다윗, 선지자를 거쳐 신약으로까지 이어진다.

때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언약을 어기고 방황했지만 하나님은 백성들을 끝까지 붙잡았다. 집 나간 아내 고멜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호세아 선지자를 보라. 이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의'를 지키려는 하나님의 모습이다. 호세아의 모습은 신약의 돌아온 탕자 이야기와도 이어진다. 예수는 구약에서 내려온 이 사랑을 계승하고 선포한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개념을 만들어 낸 종교적 천재가 아니다.

이렇게 이 하나님나라 복음은 구약의 선지자들과 예수를 거쳐 우리에게 온 것이다. 그런데 구약에 나타난 의(義)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기만 하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도 이 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쌍방에게 의무가 있다. 우리도 속죄와 정화의 노력을 통해 하나님과의 '의'를 지키려 부단히 애써야 한다."

이에, 이날 청년 토론자 역할을 맡은 양진일 목사(가향교회·하나님나라연구소 부소장)는 "지금의 한국교회가 특별히 견지해야 할 묵상의 자세와 태도가 무엇인가" 물었다. 양 목사는 무엇을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가 말해 달라고 했다. 김회권 교수는 행동으로 말을 입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교회에 대해 어떤 신학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있다.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그게 틀렸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친절하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친절한 행위를 누적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특정 신학이 잘못됐다는 명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좋은 교회가 좋은 신학의 토대 속에 지속적으로 행동을 보여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국교회 500만 성도? 의인 500명만 있었더라면…

김세윤 박사는 16일 강의에 이어 칭의의 복음에 대해 계속 설명했다. 양진일 목사가 '해병대식 구원'이라고 표현한 '한 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에 대해 비판하며, 좀 더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구원의 확인을 받은 사람들은 칭의의 처음 단계에서 칭의의 현재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제 하나님나라로 들어간(entering) 것이다. 이제는 그 안에 서야(staying in) 한다. 출애굽한 이스라엘을 보라. 구원의 땅 가나안에 가는 도중에 나태해져서 우상숭배에 빠졌고, 다 죽었다. 이것은 우리를 향한 경고다. 구원을 따 놓은 당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김 박사의 말은 질의응답 시간에 좀 더 구체화됐다. 양진일 목사가 "교회 공동체가 이 시대의 맘모니즘에 대해 어떠한 복음을 가지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물었다.

"제자 훈련이라는 말뜻이 그대로 예수를 따라가는 자다. 교회가 말 그대로 예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자들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나서서, 예수의 가르침과 규범 그것을 삶에서 실천하는 걸 훈련하라고 강조했다. 어려운 일이지만, 개인의 삶에서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교회의 역할이다.

지금 한국의 교세가 줄어들어서 850만 명 교인이라고 하는데, 이단 등 이것저것 다 빼고 500만 명이라고 쳐 보자. 이들이 하나님 말씀을 제대로 실천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창세기 언어로는 의인 10명만 있어도 하나님이 소돔을 멸하지 않으신다고 했는데, 한국에 5만 명, 아니 500명만 있어도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 보라. 교인들이 깨어야 한다. 불의한 정권에 빌붙어서 약한 자 윽박지르고 살거나 강한 자에게 아부하며 살지 말아야 한다.

교황이 하는 일들을 보라. 개신교 지도자들보다 훨씬 더 복음적이다. 한국교회도 명망 있는 지도자들이 교황처럼 나서서 사회를 돌아보면 좋겠는데 못 하고 있다. 복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나, 깊이 있는 신학적 사고를 못하기 때문이다. 복음에 비춰 세상을 읽고 세상 문화를 이해하고, 사회 개혁을 해야 하는데, 신학적 이해가 부족해 이런 것들을 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한국교회가 배출한 정치인이란 사람들이 미국으로 치면 조지 부시(Georgy W. Bush) 같은 사람들이다. 그저 QT나 하고 허접한 경건 서적이나 읽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교회가 바뀌려면, '읽고, 모이고, 공부하라'

참석자들의 관심도 이 '하나님나라 복음, 칭의의 복음'을 어떻게 삶 속에서 적용할 수 있을지에 쏠렸다. 이틀간의 강의가 끝나가고 참석자들이 집으로 돌아갈 무렵이 되자 한 참석자가 질문했다. 그는 "여기서는 이런 강의 듣고 참 좋지만 막상 내일 교회에 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이다"고 했다.

김세윤 박사도 현실이 어렵다는 걸 인정했다. 한국의 많은 목사들이 오로지 일사불란한 교회 공동체를 담임목사의 리더십 안에 두고 싶어 한다고 했다.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서 양적 성장하는 데만 관심 두고 있다는 것도 안다고 했다. 그럼에도 '바른 복음'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라도 모여서 함께 공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박사는 이러한 논의들과 생각들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어지면, 한국교회가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