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당신이 그리워질 때> / 옥한흠 지음/ 필로 펴냄 / 240쪽 / 1만 6,000원

"그는 누구보다도 인생의 허무를 꿰뚫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결코 허무주의자는 아니었습니다. 허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사람은 결코 허무주의자가 될 수 없습니다. 허무라는 감정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기 때문입니다."(61쪽)

옥한흠 목사의 어록집 〈문득, 당신이 그리워질 때〉(필로)에 나온 내용입니다. 그는 15살 때 허무의 본질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그의 심령 속에 임재하신 주님의 은총, 사랑과 은혜도 함께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유한한 이 세상 너머의 저 영원한 생명을 위한 삶에 초점을 맞추었음을 뜻합니다.

교회를 갱신하는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는 '작은 자를 주목하는 하나님의 눈을 갖는 것'이 교회 갱신의 첫걸음이라고 말하죠. 물론 '작은 자'는 먼저 자기 자신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작은 자인지 점검하고, 그런 마음으로 세상의 작은 자들을 품습니다. 그만큼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과 자세를 견지할 때 교회다움을 회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궤도 수정은 목표가 있어서 필요합니다. 칠십 인생을 산다면 적어도 삼사십 번은 궤도 수정을 하게 됩니다. 세워 놓은 인생의 목표에 비추어 매년 연말이면 내가 지금 바로 가고 있는지 아닌지 돌아보고 궤도 수정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124쪽)

초가을로 접어드는 이 때, 이제 연말이 다가오는 이 때, 내 인생은 물론 교회의 목표도 바른 궤도를 달리고 있는지 점검하게 하는 말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72세의 나이로 그분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기까지, 또 25년간 사랑의교회를 목회하면서 크고 작은 궤도 수정을 여러 차례 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께 인정받는 목회자로 거듭나기 위해, 하나님께 칭찬받는 교회를 세워나가기 위해서 말이죠.

그분의 어록집을 읽다 보니 요즘 새벽 기도회 때 묵상하고 있는 사무엘하 2장의 다윗이 겹쳐졌습니다. 다윗이 70세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기까지 40년간 나라를 통치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왕이 되었지만, 사실 그는 30세가 되기까지 인생의 우여곡절들을 숱하게 겪었습니다. 그로 인해 궤도 수정도 여러 차례 했던 게 사실이죠.

그는 15세 때, 하나님의 기름 부음을 받은 왕으로 지명되었죠. 하지만 그 무렵 골리앗을 쓰러뜨리고 나서는 사울의 칼날을 피해 달아나는 도망자 신세를 겪었죠. 유다 광야를 중심으로 4년(삼상21-26장), 블레셋의 가드 왕 아기스의 통제권인 시글락 지역에서 3년 4개월(삼상27-31장), 거의 8년 가까이 숨어 지내야 했죠.

그 중, 블레셋의 연합군에 의해 사울이 길보아 산에서 그 아들 요나단과 최후를 맞이했을 때, 다윗은 그들의 죽음 앞에 애가를 지어 '야살의 책'에 기록하게 했습니다. 특별히 요나단을 위해서는 "내 형 요나단이여"(삼하1:26)라고 할 정도로 심히 애통해했죠. 그와 더불어 다윗은 하나님의 뜻을 좇아 ‘헤브론(חֶבְרוֹן)으로’(삼하2:1) 올라가 새로운 왕정을 펼쳤습니다. 그곳에서 7년 6개월간(삼하2:11) '하나님과의 연합'(association)을 기반으로 왕정을 다졌을 때, 이후 예루살렘(יְרוּשָׁלַם)에서의 33년 통치(왕상2:11)도 평화의 터전으로 일굴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 관점에서 다윗은 15세에 왕으로 지명된 후 30세에 명실상부한 왕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15년 동안 인생의 궤도 수정을 펼쳐온 것입니다. 4년간 놉-아둘람동굴-블레셋 가드-증조할머니 롯의 고향 모압-유대 광야 헤렛수풀-그일라-십광야-마온광야-사해바다 해변가 엔게디동굴-유대 최남단 바란광야-십광야 황무지 등을 다녔다. 3년 4개월은 이스라엘의 치외법권인 블레셋의 시글락으로, 헤브론의 7년 6개월 중 2년간은 이스라엘의 2대 왕 이스보셋과 내전을 치르는 일로, 나머지 5년 6개월은 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삶으로1) 인생 궤도를 수정한 것이었죠.

그와 같은 다윗의 인생 궤도는 본인의 전략적인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 하나님께서 이끄신 궤도 수정에 순종한 삶이었죠. 그 때문에 원수 같은 사울을 죽일 기회가 두 번 있었지만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죽이지 않았고, 그와 그의 아들 요나단이 죽었을 때 누구보다도 애통해했습니다. 원수 집안의 아들인 이스보셋과 내전을 치르는 동안 자기 권력에 눈이 먼 아브넬이 협약하자고 제안을 했을 때도 '온유한 마음'(마5:5)으로 품었던 그였죠. 그만큼 다윗은 '작은 자를 주목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향한 궤도 수정을 펼쳤습니다. 이는 삼사십 번은 족히 넘을 것입니다.

"무엇을 위해 사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사느냐", "진정한 위로자는 다름 아닌 침묵의 잠재력을 아는 사람입니다"고 말한 옥한흠 목사의 정문일침(頂門一鍼)은 내 귀에 지금도 쟁쟁하게 울리고 있습니다. 그 어록들 하나하나가 이 시대의 목회자는 물론 함께 교회를 세우고 있는 교우들에게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다가올 것입니다. 주님 보시기에 칭찬받는 인생, 주님 보시기에 인정받는 교회를 어떻게 세워가야 할지, 이 책을 보면 그 궤도 수정의 길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각주)

1)http://www.bible.ca/archeology/bible-archeology-maps-timeline-chronology-1samuel-21-31-saul-david-on-the-run-1012-1004bc.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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