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잘못 사용된 성경구절> / 에릭 J. 바저허프 지음 / 이옥용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 204쪽 / 1만 2,000원

귀신들도 하나님이 한 분이심을 믿기 때문에, 하나님이 한 분이심을 믿는 것만으로는 그 믿음이 참된 믿음일 수 없다고 성경은 말한다(약 2:19). 이와 마찬가지로 성경을 자신의 삶 속에 적용하고 사용하는 사실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믿음이라고 할 수 없다. 사실 성경을 사용하는 것은 사탄도 할 수 있는 일이다(눅 4:10-11). 성경은 이단들도 사용한다. 성경을 사용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성경을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가장 잘못 사용된 성경 구절>에서 저자 에릭 J. 바저허프는 우리가 흔히 즐겨 사용하는 성경구절들이 사실은 심각하게 오용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제일 먼저 다루고 있는 것은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마 7:1)이다. 흔히 이 구절은 죄를 숨기고 그 죄에 따른 적절한 처벌을 피하는 가장 편리한 도구로 사용된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 8:7)는 말씀과 더불어 이 말씀은 교회 안에 있는 죄의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말씀의 본의가 "위선적으로 사람들을 판단하는 일을 멈추고 자신의 삶에서 죄를 없애라"는 뜻이라고 주장한다. 비판의 대상은 교회에서 죄를 다루는 일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위선적인 삶을 사는 이가 된다 . 이 말씀의 오용은 한국 사회의 온정주의와 맞물려 성도가 성화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현실로 나타난다.

이 책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성공하고 세상적인 복을 받는 것을 지지하는 것처럼 성경을 잘못 사용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렇게 사용되는 대표적인 성구들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생각이 재앙이 아니라 평안이라는 예레미야 29:11-13, 예수님의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예수님께서 행하실 것이라는 요한복음 14:13-14,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로마서 8:28, 그리고 내게 능력 주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빌립보서 4:13이 있다. 이런 구절들은 마치 우리가 이 세상에서 세상적인 축복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해석하고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축복은 무엇보다도 화해, 용서, 하나님과의 평화, 교회 안에서의 교제, 사랑, 성령의 열매, 기도의 응답, 예배의 기쁨과 같은 영적인 축복을 의미한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은 단순히 예수님의 이름에 주술적인 매직 파워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안에서 즉 하나님의 뜻을 따라서 기도하고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고 할 때, 선이란 이 세상에서 잘되고 만사형통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거룩하게 되고 사랑으로 채워지고 겸손하게 되는 것이며 인내하게 되고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게 되는 삶을 의미한다.

<가장 잘못 사용된 성경 구절>은 성경의 다양한 오용을 설명한다. 두 세 사람이 모인 곳에 주님께서 함께 한다(마 18:20)는 말씀은 공동체가 치리를 할 때 주가 함께 하시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능히 감당할 만한 시험만을 허락하신다(고전 10:13)는 것은 고통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다. 본 뜻은 우리가 죄를 짓고 나서 유혹이 너무 커 차마 죄를 피할 수 없었다고 핑계 댈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 외에도 여러 구절들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쉽고 재미있게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은 정말 필요한 책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들은 성경을 읽으면서도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바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우리의 필요와 욕심에 따라 성경을 곡해하여 사용할 때가 많다. 문제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유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불레셋과의 전투의 현장에 언약궤를 가지고 갔지만, 그들의 바람과는 정 반대로 아무런 효력을 그들에게 주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왜 우리는 성경을 우리 멋대로 해석하고 오용하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로 논리적인 글 읽기의 부재를 꼽아 본다. 그 결과, 문맥에서 의미를 발견하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채 그저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자신의 생각을 불어넣는다. 해석(exegesis: 본문의 뜻을 해설하여 그 뜻을 명확하게 깨닫는 일)을 하지 않고 본문에 대한 해적질(eisegesis: 내 생각을 본문에 주입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가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동기는 탐욕이 우리들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온전히 순종하기보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성경 속에서 찾고 싶은 탐욕 때문이다. 그러한 일을 다른 사람이 아닌 목회자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따라서 이 책은 진지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려는 신학도들은 물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는 모든 목회자들이 귀 기울여야 할 책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정말로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별하기 원하는 모든 성도들이 참고해야 할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이 국내 저자에게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국의 성도들이 오용하는 성경구절들이 있는가 하면, 한국 사회에서 오용하는 성경구절들이 참 많이 있기 때문이다. 깔끔한 번역에 쉽고도 깊이 있는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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