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뉴스앤조이> 사무실로 제보 전화가 걸려 왔다. 충남 당진 ㄷ교회의 재정 문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자세한 정보를 묻자, 그는 모든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며 ㅇ 장로를 소개해 줬다.

한때 당진 ㄷ교회 장로였던 ㅇ 장로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ㄷ교회와 5년 넘게 싸우고 있다고 했다. 그 와중에 위암에 걸려 큰 수술을 받기도 했다. 수술에서 회복된 그는 계속해서 ㄷ교회를 성토하고 있다. 

그가 싸우고 있는 ㄷ교회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으로, 8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교회다. 인구 15만 명이 조금 넘는 소도시에서 한때는 등록 교인이 5,000명을 넘었고, 교인 수 7,000명을 바라본다고 할 정도로 당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교회 중 하나로 꼽힌다. 1980년에는 당진 신협을 설립해 현재 총 자산 1,000억 원대의 대형 조합으로 성장시켰다. 규모·영향력이 크다 보니 지역에서는 그냥 '감리교회'로 통한다.

ㅇ 장로는 왜 긴 시간 ㄷ교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걸까. 교회가 2010년 예배당을 새로 짓기 위해 산 땅의 가격이 문제였다. ㅇ 장로는 교회가 시가보다 2배 이상 비싼 값으로 땅을 구입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2013년 검찰과 교단에 ㄷ교회 ㅂ 목사를 50억 원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사회 법, 교회법 모두 ㅂ 목사의 손을 들었다. 항고에 재정신청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지만 결과는 뒤집히지 않았다. 검찰은 교회가 시세에서 크게 차이 나지 않은 금액에 땅을 구입했고, 따라서 ㅂ 목사가 교회 돈을 배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교단 재판부도 ㄷ교회를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마태복음 등 성경 말씀에 근거해 먼저 목사를 권면하지 않고 바로 고소했으므로, ㅇ 장로가 교단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교인 1/3 이상 반대에도 부지 구입 강행

취재는 쉽지 않았다. 5년이나 지난 일이었고, 검찰과 교단에서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린 사건을 언론사 입장에서 재론하는 것 자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같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ㅇ 장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고, 교회가 구입한 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인근 부동산을 돌아다니는 등, 취재를 계속할수록 의문은 더 강해졌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구 시가지에 위치한 ㄷ교회는 성도가 늘고 주차장이 좁아지면서 다른 곳에 교회를 새로 건축하기로 했다. 2000년, 전 담임 ㅇ 목사가 5,000평의 땅을 사 놓고 건축을 준비했다. 당시 당진 군수였던 ㄷ교회 장로가 "당진의 눈과 같은 땅"이라고 추천한 곳이었다.

2005년 현재 담임인 ㅂ 목사가 부임하며 상황은 바뀌었다. 그 지역이 택지 개발 지구로 지정돼 당분간 건축이 불가능해지자, ㅂ 목사는 대체지를 물색했다. 결국 ㅂ 목사는 2010년 4월, "공기 좋은 곳에 추모 공원까지 해서 전원 교회를 짓겠다"며 시 외곽 A동 땅 7,600평을 샀다. 매매 금액은 95억 4,000만 원으로, 평당 125만 원 꼴이었다. 교회는 계약금으로 총 금액의 20%인 19억 800만 원을 땅 주인에게 지불했다.

계약금까지 치른 이후, 교회 내부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땅을 주변 시세보다 2~3배나 비싸게 샀다는 것이었다. ㅇ 장로를 비롯한 교인들은 계약금이 떼이더라도 잔금을 줘선 안 된다고 했다. 한 장로는 대표 기도 시간에 목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때까지 ㄷ교회가 땅을 구입하는 과정은 교회 장로들이 모인 기획위원회 선에서 처리해 왔다. 하지만 교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자, 교단법에 규정된 대로 구역회를 열고 교인들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교단법에는 구역회를 열려면 소집 일주일 전 지면을 통해 공고해야 한다고 돼 있었지만, ㅂ 목사는 긴급 사안이라며 회의 3~4일 전 전화와 문자로 교회 장로와 권사들을 모았다. 

우여곡절 끝에, 2010년 7월 24일에 열린 구역회에서 땅 구입에 대한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304명의 회원 중 224명이 모였고, 이 중 126명이 찬성하고 96명이 반대했다. 회의를 주재한 감리사는 출석 인원 과반이 찬성했다며 안건을 통과시켰고, ㄷ교회는 부지 구입을 강행했다.

공인중개사, "평당 40만 원대"…무면허 업자, "평당 100만 원대"

교회가 구입한 A동 부지 일부는 2010년 매각 이전, 땅 주인이 빚을 갚지 못해 강제 경매로 나왔던 상태였다. 법원은 경매를 위해 부지 일대를 감정했는데, 감정평가사는 땅값을 평당 40~60만 원대로 봤다. 교회가 산 필지의 총 감정가는 44억 5,000만 원이었다. 교회는 95억 4,000만 원에 샀으니 대략 50억 원이 차이 나는 셈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2013년, 당진 지역 공인중개사 7명은 "우리 판단에 A동 부지 시세는 평균 40만 원 이하이고, 실제 매매도 그 가격에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문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참고인 ㅇ 씨, ㅈ 씨는 본 건 부동산 매매 계약 당시 주변 토지의 시세가 평당 100만 원 정도였다고 진술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피의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고 나온다.

하지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 관계자와 A동 주변 공인중개사의 말에 따르면, 참고인 ㅇ 씨와 ㅈ 씨는 사무 보조원일 뿐 정식 공인 중개사가 아니라고 했다. '무면허 업자'라는 얘기다. 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ㅇ 씨로부터, 검찰이 자신들을 소환하지 않고 전화로만 수사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고 했다. ㅇ 장로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거듭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기자는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당진을 찾아 A동 인근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10여 명의 공인중개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ㄷ교회의 A동 부지 매입은 당진 시민 대부분이 아는 유명한 사건이었다고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 이들은 대체로 "타당성에서 벗어난 거래", "말 많았던 사건",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 공인중개사는 "(교회가 산 땅 일대는) 지금도 몇 년 전과 비교해 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평당 4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냐고 묻자, 그 정도 선이라고 답했다. 

교회 부동산 거래에 '무면허 업자' 끼어

만약 공인중개사들의 의견, 그리고 법원 감정가에 따라 ㄷ교회가 구입한 땅이 평당 40만 원 선이었다면, 나머지 50억 원에 이르는 돈은 어떻게 된 것일까. 공인중개사들은 '브로커'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렇게 액수가 큰 사건은 보통 브로커가 여러 명 개입한다", "교회 관계자들이 브로커랑 짜고 장난쳤을 수 있다"는 얘기부터 "평당 얼마씩 책정해서 여러 사람이 나눠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 "돈으로 받으면 추적하기 쉬우니 땅으로 받았을 것이다" 등의 구체적인 추측까지 의견이 다양했다.

만약 거래가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문제라고 공인중개사들은 입을 모았다. 한 공인중개사는 "땅은 공산품이 아니라 가격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합의만 하면 싸게 살 수도 있고, 비싸게 살 수도 있다. 합의된 거면 횡령이나 배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 교회가 정식 공인중개사를 끼고 거래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2010년 토지 매매 당시, 교회는 교인 ㄱ 권사에게 중개를 맡겼다. 거래가 끝난 후, 교회는 중개 수수료 8,500만 원(95억 원의 0.9%)을 ㄱ 권사에게 지불했다. 현행법상 공인중개사가 매매에 관여한 경우 매매 계약서에 자필로 신원을 적고 날인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는 ㄱ 권사의 이름이 없다. 대신 계약서 뒤에 첨부된 별지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과 도장이 있다.

계약서에 왜 ㄱ 권사의 이름이 없을까. 한 공인중개사는 2010년 계약 당시 ㄱ 권사는 무면허 업자였고, 그가 면허를 딴 건 2~3년 전이라고 했다. 무면허인 ㄱ 권사가 95억 원대의 토지 거래를 중개했다는 것이다. ㄱ 권사가 '용역비 및 수고비' 명목으로 교회에 써 준 8,500만 원 영수증에는 ㄱ 권사의 이름과 도장이 찍혀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ㅇ 장로가 제기한 모든 혐의를 무혐의 처리하면서도, ㄱ 권사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내렸다.

ㅂ 목사, "검찰 무혐의 나와 다 끝난 일"…장로들은 '함구'

취재해 보니, 수사기관에서 혐의가 없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기자는 ㄷ교회 ㅂ 목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ㅂ 목사는 취재 요청을 하는 기자를 상당히 경계했다. 입장을 듣고 싶다고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ㄷ교회 인근 ㅂ 목사의 자택 앞까지 찾아가서야 ㅂ 목사와 만날 수 있었다.

ㅂ 목사는 교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당시 매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교인들이 많이 떠났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인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4부 예배도 신설했고, 청년들은 2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났다고 했다. 경매로 싼 값에 나온 땅을 왜 샀는지 묻자, ㅂ 목사는 "교인인 법무사가 문제없다고 해서 산 것이다. 내가 뭘 아는가? 난 법을 어긴 적도, 돈 한 푼 먹은 적도 없다"고 했다.

인터뷰 이후 취재를 지속하는 기자에게, ㅂ 목사는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말라며 연락해 왔다. 보도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말과 함께, "(무혐의 사건을 자꾸 취재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음모가 있다고 판단되니 뒷조사 은밀히 다니지 말아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며칠 후에는 "돈 받고 취재하지 말라, 안티 기독교 언론인가"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기자는 토지 거래를 중개한 ㄱ 권사의 아내 ㅂ 권사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교회가 오히려 땅을 싼 값에 산 것이라고 했다. ㅂ 권사는 A동 부지 인근의 거래 내역을 증거로 보여 주었다. 교회 토지 거래 당시인 2009~2010년, 교회 부지 앞 200평짜리 땅이 4억 1,200만 원에 거래됐고, 다른 한 곳 200평이 5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고 한 것이다. 계산해 보면 각각 평당 206만 원, 270만 원 꼴이다. ㅂ 권사는 당시 A동 땅 주인이 원래 평당 150만 원을 불렀는데, 125만 원으로 깎은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땅들의 원래 면적은 200평이 아니라, 각각 826평과 555평이었다. 거래 후 이 땅들은 건축 이유 등으로 분할된 것이다. ㅇ 장로는 "평당 50만 원(826평 × 50만 원 = 4억 1,300만 원), 100만 원(555평 × 100만 원 = 5억 5,500만 원)에 매매된 것인데, 그들은 토지가 분할되었다는 사실은 적용하지 않고 계산했다"고 말했다.

매매에 관여한 교인들은 부지 구입과 관련해 자세한 얘기를 꺼렸다. ㅂ 권사는 기자에게 "우리들 뒤에 판검사 많으니 가만히 있는 게 좋다"고 했고, ㄱ 권사는 "제보자가 누군지 알려주면 모든 정보를 다 말할 수 있다"고만 하고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교회 장로들도 대부분 "다 끝난 일이고, 교회는 문제없다", "나는 관여하지 않아 잘 모른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ㄷ교회, "A동 부지는 '약속의 땅'" 건축 추진

ㅇ 장로는 이러한 내용을 전부 담아 사회 법의 심판을 기대했지만 당진에서는 ㅇ 장로의 고소장조차 써 주는 변호사나 법무사가 아무도 없었다. 종교 권력과 등지면 안 된다는 식이었다. 결국 그는 서산에서 한 변호사를 고용했지만, 그나마 변호사도 적극적이지 않아 항고 이후부터는 직접 고소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암으로 투병하면서도 교회와 싸워 왔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주님의 종을 대적하니 암에 걸리는 것"이라는 말뿐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ㅇ 장로는 힘닿는 데까지 싸워서 잘못된 건 바로잡겠다고 했다. ㅇ 장로는 현재 ㄷ교회의 장로도 아니고, 현재 ㄷ교회를 떠나 작은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ㅂ 목사가 교단에 ㅇ 장로의 정직을 요청해, 교단으로부터 정직당했기 때문이다.

한때는, 제대로 수사해 달라며 교인 300명이 탄원서를 써 검찰에 내기도 했지만, 이제 ㅇ 장로 외에 나서는 교인은 거의 없다. 기자는 몇몇 교인에게 왜 이 문제에 나서지 않는지를 물었지만, 서로 눈치만 보고 나설 힘이 없다고만 했다. 이미 한 차례 논란과 함께 반대하는 교인들 중 상당수가 교회를 떠났고, 나머지는 조용히 있다고 했다. 장로들 대부분도 신협 이사장, 교회 산하 복지재단 이사장 자리가 걸려 있어 ㅂ 목사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한다고 교인들은 말했다.

ㅂ 목사는 매매한 땅을 '약속의 땅'으로 명명했고, 집 주인이 살던 곳은 '약속의 땅 기도처'로 바꿨다. 교회는 지난 8월 첫 주 건축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차근차근 건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부지에 'ㄷ교회 새 성전 부지'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약속의 땅' 1평 헌금(125만 원)도 꾸준히 지속해 왔다. 아무런 문제없다는 ㅂ 목사는, 본격적으로 교회 건축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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