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책 읽는 모임 '톨레레게' 8월 2차 모임(17일) 후기입니다. 이날 참석자들은 랭던 길키의 <산둥 수용소>를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 편집자 주

'붉은 십자가의 불빛이 도시의 밤하늘을 지배하고, 기독교인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스스로 예언자직을 기꺼이 걸어가길 소망하는 수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있음에도, 한국 사회는 왜 여전히 불행한가?'

이런 고민들을 형제들과 나누어도 대부분 그 나눔으로만 닫혀 버리는 탁상공론일 뿐이어서, 저자의 실제 수용소 수감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미덕과 본능적 이기심의 괴리를 그려 낸 책 <산둥 수용소>(새물결플러스)를 주제로 한 이번 톨레레게는 더더욱 흥미진진하고 한편으로는 옆구리를 깊게 찌르는 아픈 모임이었다.

시간 내내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 내면 깊숙이에서 발견한 이기적인 본질에 대한 성찰이 이어졌다. 이번 여름휴가 때 바로 눈앞에서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던 생생한 갈등, 베풀어야 하는 순간 조그만 이익 때문에 흔들리던 나약한 모습, 자신이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느낌을 가지기 위해 사용했던 이상적 도덕관 혹은 율법적 도덕관의 위선적 포장들, 도덕적이라고 믿었던 공동체로부터 입은 상처 때문에 아파하던 일들을 서로 나누었다.

곧이어 자신과 공동체의 이기심을 발견한 이유로 낙담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고 부족한 그대로를 하나님께 드러내어 은총의 통로가 돼야 한다는 진정 어린 격려가 이어졌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상을 꿈꾸면서도 그것과 동떨어진 통제할 수 없는 본성적 이기심 때문에 고통받게 마련이고, 이 고통이 바로 선조가 저지르고 다시 우리가 물려받은 원죄이며 동시에 구원의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록에서 "오, 복된 죄여!(O Felix Culpa!)"한 것과, 바울 사도가 "죄가 많아진 곳에 하나님의 은혜가 더욱 넘치게 되었습니다"(롬 5:20)라고 한 것도, 선해지려고 애써도 그 깊은 곳에 드리워진 이기심이라는 어둠을 결코 스스로 걷어 낼 도리 없는 우리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격려일 것이다. 구원의 깊은 의미에 승복하여 죄 많은 내가 감히 하나님과 하나 되는 벅찬 은총을 체험하는 것이, 선하게 살아가려 애쓰고 또 죄짓고 또 뉘우치며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저자인 랭던 길키는 책의 말미에서 "이기심이라는 도덕적 문제, 편견이라는 지적인 문제, 부정직, 과도한 특권, 공격성이라는 사회적 문제는 모두 더 깊은 종교적 문제, 즉 불완전한 피조물에서 창조주만이 줄 수 있는 궁극적 의미와 안정을 찾으려 한 결과"라고 말한다.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고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사랑을 베풀지 않으면서, 율법을 숭배하여 그 기준에 따라 타인을 판단하며, 정작 자신은 그 율법으로만 거룩해지는 간편한 신앙생활은, 영원한 하나님이 아닌 작은 억압에도 쉽게 무너지고 마는 악한 내면의 우상을 숭배하는 것이다.

모임 후 은근하게 피어난 희망은, 우리가 함께 나누고 공감하고 격려해야 하는 이유를 잘 알려 주었다. 나 혼자라면 내 이기심이나 자책감에 쉽게 걸려 넘어지겠지만, 친구들과 함께라면 좀 더 용기를 내어 이웃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우리 운명을 하나님 안에 두고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톨레레게라는 책 읽는 작은 모임에 나오는 것은 세상과 교회에 하나님의 작은 겨자씨 하나 심는 그런 일이다.

유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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