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쉐프 전성시대다. 요즘 TV를 틀면 어디서나 앞치마를 두른 쉐프를 볼 수 있다. 쉐프들은 유명인의 냉장고에 있는 음식으로 짧은 시간 안에 먹기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친숙한 말투와 쉬운 조리법으로 인기몰이를 하기도 한다. 

미국에는 잘 나가던 쉐프직을 마다하고 길거리를 떠도는 목사가 있다. 앨런 루츠(Allen Lutes)는 알링턴하이츠연합감리교회(Arlington Heights United Methodist Church·알링턴교회) 목사다. 목사가 되기 전, 그는 요리 학교를 졸업하고 알링턴 시에서 6년 동안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쉐프다. 

▲ 알링턴하이츠연합감리교회 소속인 파이브앤투는 오병이어의 정신을 구현하려고 한다.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따뜻한 한 끼 식사를 대접한다. (파이브앤투 페이스북 갈무리)

그가 몰고 다니는 '파이브앤투 푸드 트럭(Five and Two Food Truck·파이브앤투)'은 미국 텍사스(Texas) 주 알링턴(Arlington) 시에서 만날 수 있는 푸드 트럭이다. 파이브앤투는 겉으로 보기에 일반 푸드 트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파이브앤투 트럭 옆면에는 '길거리 음식 사역(street food ministry)'이라는 글귀가 있다. 트럭 이름에서 눈치 챌 수 있듯이 예수님이 베푸신 오병이어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파이브앤투는 지난 6월부터 노숙인이나 취약 계층에게 따뜻한 식사를 나눠 주고 있다. 벌써 2,500인분이나 나갔다. 한 달에 두 번, 가정 폭력을 피해 도망 나온 엄마와 자녀들이 머무는 쉼터에 찾아가기도 한다. 인스턴트 음식이 많은 쉼터 식사와 달리, 파이브앤투 음식은 따뜻하고 영양가 있는 한 끼 식사로 엄마들이 특히 좋아한다. 

루츠 목사와 봉사자들은 음식을 나눠 주고 바로 돌아가지 않는다. 필요한 사람 모두가 음식을 받으면, 만든 음식을 들고 그 사람들 곁으로 가서 함께 먹는다. 루츠 목사는 함께 앉아서 밥을 먹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파이브앤투가 특별한 점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간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오라고 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먼저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를 대접하러 가는 거예요. 음식을 받은 사람들이 맛있게 먹으면서 트럭 이름인 '파이브앤투'의 의미를 궁금해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기독교에 관한 대화가 시작되길 바라는 것이죠. 

한 번 대화가 시작되면 그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음식을 나누는 건 타인과 할 수 있는 가장 친밀한 행위거든요. 함께 앉아서 음식을 먹는 동안 그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듣죠. 교회를 대신해서 와 있는 셈이에요. 우리가 직접 교회가 되는 것이죠."

▲앨런 루츠(Allen Lutes) 목사는 쉐프 출신이다. 6년 동안 운영하던 레스토랑을 접고 목사가 되어 푸드 트럭을 운전한다. (파이브앤투 페이스북 갈무리)

루츠 목사는 목사가 되기 전부터, 평소 교회에 다니면서 필요한 사람에게 음식을 나눠 주는 일을 꿈꿔 왔다. 그가 음식 나눔 사역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오병이어 이야기를 묵상하면서부터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 14:16)"는 성경 구절이 꼭 자기에게 하는 말씀으로 들렸다. 현재 미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현실이 계속 눈에 밟히던 차였다.

"배고픔은 우리 사회 즉 내가 속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마태복음 25장에서 예수님은 우리 중 가장 작은 자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파이브앤투는 예수님의 명령을 실천하는 효과적이고 독특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음식을 대접받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거든요." 

루츠 목사가 푸드 트럭 사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알링턴교회 교인들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이다. 교회는 사역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두 차례 자선 골프 대회를 열고 교인들에게 푸드 트럭의 취지를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총 5만 4,000달러(약 6,340만 원)를 모금했다. 그중 3만 5,000달러(약 4,100만 원)로 1996년식 자동차를 구입하고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푸드 트럭으로 개조했다. 

트럭이 준비됐다고 해서 루츠 목사 혼자 하루에 500인분의 음식을 준비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알링턴교회에서만 64명이 음식 만드는 일을 배우겠다고 나섰다. 조리 자격증을 소지한 루츠 목사가 그들을 훈련시켰다. 봉사자들은 교회에 모여 트럭에서 나눠 줄 음식 조리법을 배웠다.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만들고 나눠 주는 자원봉사자들도 이 사역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알링턴교회 교인 제인(Jane)은 50년 가까이 기독교인으로 살아왔지만, 파이브앤투의 사역을 도우면서 그 어느 때보다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음식을 만들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일을 하면서 예수의 손과 발이 되어 움직이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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