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애를 앞두고 개신교 보수 단체들이 결집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미래목회포럼, 한국교회언론회 등 5개 단체는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사진 제공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2015 퀴어 문화 축제'를 앞두고 기독교 보수 단체들이 결집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벌이는 성 소수자들의 축제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영훈 대표회장), 한국교회연합(한교연·양병희 대표회장),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황수원 대표회장), 미래목회포럼(이윤재 대표), 한국교회언론회(유만석 대표) 등 5개 단체는 6월 1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대책위·상임대표 이영훈·양병희·황수원) 출범식을 열었다.

이날 이들은 캠페인을 통해 퀴어 문화 축제를 반대하고 동성애 확산을 저지하겠다고 했다. 성 소수자를 대상으로 상담 활동을 하고, 논문집 <동성애는 성 왜곡이요, 중독이다>를 발간해 동성애 반대를 위한 이론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대책위는 퀴어 문화 축제의 맞불 행사인 제2회 홀리 페스티벌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홀리 페스티벌은 탈동성애인권기독협의회(상임고문 최홍준 목사)와 홀리라이프(대표 이요나 목사) 등이 주최하는 탈동성애 축제다. 이번 홀리 페스티벌은 퀴어 문화 축제가 시작하는 날인 6월 9일 화요일 청계천광장에서 개막식을 갖는다.

페스티벌의 주요 목적은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하는 동성애자들을 탈동성애로 교화하는 것이다. 이요나 목사는 축제 기간 동안 성 소수자를 위한 상담 부스를 운영하고, 오늘날 한국 사회에 동성애가 어느 정도로 확산했는지, 성경은 결혼과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등을 주제로 포럼과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설명했다.

대책위에 참여하는 한기총, 한교연, 한국교회언론회 등은 올해 초부터 퀴어 문화 축제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각 단체는 몇 차례 반대 성명을 발표, 서울시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은 지난달 22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면담을 하면서 서울광장에서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는 것을 막아 달라고 요구했다.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동성애 시장 OUT"이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성 소수자를 비난하거나 차별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퀴어 문화 축제가 퇴폐적이고 선정적인데다가 동성애를 조장하기 때문에 축제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책위는 출범식에서 "동성애를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 도덕적, 사회적, 법적 책임을 묻고 우리 사회 가치관을 무너트리고 자녀들의 장래와 생명을 위태롭게 할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울광장 맞은편에 있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도 동성애 반대를 위한 기도회가 열린다.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 송춘길 목사와 에스더기도운동본부 이용희 교수는 5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에 있는 한국교회가 6월 9일 서울시청 앞에 모여 동성애 저지를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퀴어 문화 축제 전부터 퀴어문화축제준비위원회와 갈등을 겪었다. 축제 마지막 날인 6월 28일에 있을 거리 행진을 놓고 양측이 부딪친 것이다. 준비위원회는 이날 퀴어 퍼레이드를 예정했고, 보수 개신교 측에서는 동성애 반대 행진을 계획했다.

지난달 초 남대문경찰서는 "6월 28일 집회 신고는 5월 28일 자정 이후 순번에 따라 접수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를 안 개신교 단체와 준비위원회는 서로 먼저 집회를 신고하기 위해 5월 21일부터 일주일 내내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진을 쳤다. 남대문경찰서는 양측의 집회 신고를 불허했다. 신고한 시간과 장소가 중복해 이들이 서로 방해할 우려가 있고 교통 혼잡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6월 9일 '퀴어 문화 축제'가 시작하는 날에 맞춰 맞불 집회를 연다. 청계천광장에서는 '홀리 페스티벌'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동성애 반대 기도회'가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서울 신촌에서 열린 퀴어 문화 축제 모습. 일부 개신교인들이 동성애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뉴스미션)

모든 개신교 단체들이 퀴어 문화 축제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섬돌향린교회, 길찾는교회, 로뎀나무그늘교회 등과 같은 일부 교회들은 축제를 지지하며 회원 자격으로 축제에 참가한다. 20년 동안 성 소수자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로뎀나무그늘교회는 서울광장에 부스를 설치해 기독교인이지만 성 정체성 때문에 교회에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교회를 소개할 계획이다.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는 개막식에서 연사로 나와 축하 메시지를 전한다.

임 목사는 "작년부터 퀴어 문화 축제를 반대하는 개신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교회가 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퀴어 문화 축제는 성 소수자들이 평소 감추고 있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어 유일하게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날이다. 우리가 퀴어 문화 축제를 지지하는 이유는 이들의 이러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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