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사랑종교단체협의회는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발언할 때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은 놀라서 쳐다보기도 하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보수 종교 단체들이 모여 세월호 유가족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한민국사랑종교단체협의회(대종협)는 4월 24일,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종북 세력들을 집회에 끌어들여 추모 행사를 폭력 시위로 변질시켰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막말을 사죄하고 종북 세력과의 결탁을 끊으라"고 성명서를 냈다.

잠시 참여 단체의 면면을 살펴보자. 대종협은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천주교)·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회(불교)·선민네트워크(기독교)·전국유림총연합회(유교) 등 보수 성향의 종교 단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년 5월에도, JTBC의 세월호 관련 보도는 사실을 왜곡한 선정적인 보도라고 비판하며 40여 개 보수 시민단체들과 JTBC 방송국 앞에서 시위한 바 있다.

이 중 선민네트워크는 대종협에 참여한 유일한 기독교 단체로,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김규호 목사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선민네트워크에는 13명의 공동대표가 있다. 그중 안 아무개 목사는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와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밝은인터넷세상만들기, 기독교사회책임 등에서 활동하며 보수적인 논평을 꾸준히 해 왔다. 김 아무개 대표의 한국자유연합과 이 아무개 목사의 통일한국리더십아카데미는 '거룩한 부흥 대한민국' 집회를 통해 종북 콘서트를 열고, 이승만의 기독교 입국론 등을 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임 아무개 목사는 뉴라이트의 상임집행위원 활동을 하고, <뉴스앤조이>가 거짓 반기독교 언론이라 주장했던 박 아무개 목사는 에스더기도운동 원주 지부와 함께 기도 운동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기자회견 현장이다. 서석구 대표(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는 세월호진상규명위원회가 주관한 지난 4월 18일 추모 집회는 폭력 시위로 변질했다고 했다. 그는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버스를 밧줄로 묶어 흔든 것과 경찰 버스 바깥에 박근혜 정부를 비방하는 반정부 문구를 쓴 점을 지적했다. 경찰관을 폭행해 74명을 부상 입히고 경찰 버스 71대를 파손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호했다. 박 대통령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는데, 유가족들이 박 대통령을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박 대통령이 팽목항 분향소에 찾아갔고, 세월호 정부 시행령 개정과 인양 요구도 들어주었다고 했다.

대통령에게는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해난 구조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구하지 못했다며, 과거 대통령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 김규호 목사가 성명서를 낭독할 때 주변 사람들은 "옳소!", "맞습니다!" 등의 추임새를 넣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유가족들이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성명서를 낭독한 선민네트워크 상임대표 김규호 목사는, "유가족들이 서울광장 집회에서 발언한 '박근혜 대통령의 비행기를 폭파시키겠다. 모가지를 비틀어 버리겠다' 등의 발언으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욕하는 건 국민을 욕하는 거나 마찬가지다"고 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 대통령과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유가족들이 종북 단체와 결탁되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이석태 변호사가 과거 민변에서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했던 행동을 문제 삼았다. 이 변호사는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반대했고 이석기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조작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이석태 변호사는 종북 세력이라 했다.

다음은 대종협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요구한 5가지 조건이다.

1. 대한민국 국민의 아들인 경찰관들을 폭행하여 74명을 다치게 하고 국민의 재산인 경찰 버스 71대를 파손하며 도로를 점거한 불법행위와 태극기를 불태우고 대통령에 대해 막말을 한 행위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

2. 정치 목적을 가진 특정세력과의 결탁을 즉각 중단하고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경제 침체로 고통받은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이제는 국론 분열과 사회 갈등 조장 행위를 중단하고 생업으로 돌아가라!

3. 천안함 유가족을 비롯하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국가유공자들보다 과도한 예우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정중히 거절함으로 애국의 모습을 실천하라!

4. 사건 초기 세월호 인양을 적극 반대하여 낭비하게 만든 선내 수색, 구조 활동 비용 국민 혈세 1,116억 원을 국민 앞에 성의 있게 변상하라!

5. 1년 넘게 불법 점거하여 광화문광장을 사유화하고 있는 농성 천막을 자진 철거하여 외국인 관광객들과 국민들의 공공의 공간으로 되돌리라!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