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고스란히 침몰해 가던 배를 바라보던 많은 기독교인들의 공통적인 물음이었을 것이다. 304명의 생명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동안, 우리는 우리를 짓누르는 무력감과 싸워야만 했다. 이 큰 사고 앞에서 모두 하나가 되어 생존자를 구조하기를 기대했고, 정부가 마땅히 그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침몰해 가는 배 안에서 생존자를 구조할 수 없었고, 304명의 사망자는 이제 우리에게 규명해야 할 하나의 커다란 진실로 남아 버렸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개신교에 있어서 중대한 변곡점이 되어 주었다. 막연하게 교회에서 통용되어 사용하던 '하나님의 뜻'이란 말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알려 주었다. 대형 교회 목사들의 잇따른 망언으로 위로받고 치유받아야 할 가족들의 가슴에 더 큰 멍이 들게 되었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옳다는 신정론에 대하여 문창극 장로 사건 이후 개신교 내에서 다시 고민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 <그날,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 / 박영식 지음 / 새물결플러스 펴냄 / 208쪽 / 1만 2,000원

바로 이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하며, 새물결플러스 출판사에서 신정론에 관한 책을 내놓았다. <그날,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우슈비츠 사건과 욥의 친구 이야기를 통하여 하나님의 전능성에 관한 우리의 사고를 되짚어 가며 논의를 확장해 나간다. 그리고 하나님의 전능성의 문제를 주도면밀하게 분석해 나간다. 너무 날카롭지도 않게, 너무 치우치지도 않게, 그러나 한 문장 한 문장 섬세하게 다듬어진 저자의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우리가 하나님의 뜻이란 말을 얼마나 쉽게 사용해 왔는가 다시금 반성하고 고개 숙이게 된다. 그리고 하나님의 전능하심이 알라딘의 '지니'같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십자가라는 거대한 수치를 짊어질 수 있는 것 자체가 전능성임을 논증해 나간다.

그렇다면, 저자는 하나님의 전능성 문제를 넘어서 세월호 사건을 두고 혹은 보편적인 인간의 고통의 문제 앞에서 어떤 사고 전환을 요구하는가? 그것은 바로 '공감의 영성'이다. 예수님께서 우리 인간을 위하여 십자가에 달리신 사건 자체가 인간 존재에 대한 하나님의 거대한 공감으로서의 역할을 하였다고 저자는 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고통의 문제 앞에서 하나님은 우리 인간 존재와 함께 고통의 자리에 계시고 함께 고통하시는 분임을 그토록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제 우리에게 고통받는 자들의 자리로 가서 연대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십자가로 낮아지셨듯이 우리 인간 존재도 같은 형제가 고통당할 때, 그 고통의 자리에서 공감하고 연대하며 함께 울어 주는 것으로서 우리가 진정한 하나님의 능력을 드러내는 시간이 됨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 1주년이 되었고, 진상 규명의 갈 길은 아직도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다시 떠올려 보면, 고통의 자리에 함께하는 것이다. 그 고통의 자리에 함께하는 법은 여러 가지라고 생각한다. 광화문에 가는 것도, 팽목항에 가는 것도, 안산에 가는 것도 유가족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텍스트를 함께 읽어 가며 우리의 신정론을 되짚어 보고 세월호 사고에 대한, 우리 삶 전반의 고통의 문제에 관한 생각을 되짚어 본다면, 삶 전반의 고통의 문제를 대하는 자세를 전환하고 타인의 문제 앞에서 사랑하고 공감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세월호 사건뿐 아니라 인간사에서 개인의 비극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이 책을 계기로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을 나를 포함한 한국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좀 더 신중하게 사용하였으면 좋겠다. 죄의 굴레에 빠진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십자가를 지기까지 자기 자신을 낮추신 하나님의 그 전능성이 결국 하나님의 뜻의 핵심이며, 그 하나님이 여전히 비극의 현장에서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하시며 울고 계시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