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규 교수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저지른 죄 때문에 '응보적 고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 곳곳에서 교회 개혁을 외친다며, 최근 논문 두 편을 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백석대학교 구약학 김진규 교수는 대체로 보수적 성향을 지닌 교단 신학교의 신학자다.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와 풀러신학교에서 공부하고, 한인 교회에서 목회하다가 한국에 들어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여느 신학자와 다를 바 없는 이다.

그는 2012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느 대형 교회 목회자의 표절 문제를 거론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 김 교수의 글은 어느 특정인의 논문 표절 논란으로까지 커졌다. 특정인을 지목하고 쓴 글은 아니었지만, 김 교수는 그 사건에 휘말리면서 교회 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고 한다.

보수 교단 신학자가 '교회 개혁'의 목소리를 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런데 김 교수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교회 개혁과 관련된 두 편의 논문을 썼다.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교회 고난의 현주소>와 <교회 지도자의 무거운 죄에 대한 대응책: 성경신학적 고찰>이 그것이다. 그는 이번 논문 안에 한국교회의 일부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 불감증과 재정 비리, 성추행, 표절 같은 여러 문제들, 이를 바라보는 교인들의 인식, 그리고 제언을 담았다.

<뉴스앤조이>는 4월 6일, 김진규 교수를 만났다. 기자는 김 교수에게 특별하게 논문을 쓴 이유나 계기가 있는지를 질문했다. 그는 자기가 유학을 떠나기 전의 한국교회는 그래도 세상 속에서 신뢰를 받았는데, 20년이 지나 귀국해 본 한국교회는 사회로부터 전혀 신뢰받지 못하는 개혁이 시급한 종교가 되어 버렸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성경은 교회 개혁에 관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는지, 왜 개혁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찾아보기 위해 이번 논문을 냈다고 했다.

한국교회, 왜 고난받는가?

김진규 교수에 따르면 고난을 보는 성경신학적 관점에는 크게 다섯 가지가 있다. 죄를 지었기 때문에 받는 '응보적 고난',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이 하나님께서 백성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징계해 이루어지는 '훈계적(교육적) 고난',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받은 '대속적 고난', 복음과 하나님나라를 위해 성도들이 당하는 '하나님나라를 위한 고난', 그리고 욥의 경우처럼 의를 행해 왔지만 왜 고난을 겪는지 전혀 모르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고난'이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가 현재 사회로부터 응보적 고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불신, 조롱, 멸시를 당하는 것은 그간 범한 여러 가지 죄악들 때문이라고 본다. 그는 기윤실의 2013년도 설문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한국교회가 가톨릭이나 불교보다 봉사와 사회 기여도는 앞서지만, 신뢰도는 꼴찌였다.

한국교회가 왜 사회적 신뢰를 잃었을까. 김 교수는 대체로 그 원인을 지도자에게 있다고 봤다. 그가 제시한 교회 세습 문제, 성직자의 재정 비리 문제, 성 문제, 표절과 대필 문제는 대부분 지도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후 교회의 대응 방식이다. 대부분의 교회는 문제를 일으킨 목사를 제대로 징계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그는 이런 모습들로 인해 교회가 사회의 신뢰를 잃는다고 했다.

▲ 미국에서 표절은 중범죄라고 배웠다는 김진규 교수. 그러나 한국교회는 표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대한민국에 군대만큼 건드리기 힘든 조직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데 최근 모 사단장이 성추행을 했다가 실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어때요? 한 목사는, 여러 교인들을 성추행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교단에서 징계를 하지 않아 사회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세상에서는 기업의 총수들이 재정 비리로 교도소에 가는데, 교회에서 헌금 유용의 경우에 '은혜로'라는 미명 아래 덮어 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또 세상에서는 장관 후보자가 논문 표절로 낙마하는데, 교회에서는 표절이나 대필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세상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회에서 세상보다 훨씬 뒤떨어진 도덕성을 갖고 있으니 세상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는 특히 표절 문제에 관해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미국에서 20여 년 넘게 생활했던 그는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문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 목회자들은 표절과 대필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 같으면 표절은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김진규 교수는, 표절 문제가 사회적, 윤리적 차원뿐만 아니라 성경적 차원에서 봐도 분명한 중대 범죄라고 했다. 그는 목회자가 그런 중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학위를 따려고 하는 행위는 탐심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는 '표절은 십계명 중 8, 9계명을 어긴 것이다'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남의 것을 훔쳤으니 8계명을 어긴 것이고, 남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니 9계명을 어긴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결국 학위, 곧 명예를 위해 남의 것을 탐낸 것이니, 10계명을 위반한 것입니다. 동시에 하나님보다 명예를 더 소중히 여겼으니 우상숭배, 즉 1, 2계명도 위반한 게 됩니다."

지도자의 범죄에 대해 도전하면, 고라와 다단, 아비람처럼 될까?

목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죄를 지을 수 있다. 김진규 교수도 목회자가 죄를 지었다고 해서 그를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가 참된 회개를 하고, 하나님과 교인들 앞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에 '목사는 하나님이 세우신 종'이기 때문에 어떤 죄를 지어도 도전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고 했다. 김 교수 자신도 어릴 때부터 교회 지도자의 잘못에 대해 말하는 걸 금기시해 온 한국교회의 문화대로 살았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지도자들의 죄를 알고 있어도 '지도자에게 도전하면 안 된다'고 배워 왔기 때문에 문제를 방치하거나 은폐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민수기 16장에 나오는 모세에게 도전했다가 죽은 고라와 다단과 아비람의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이들이 하나님이 세우신 모세에게 대적했다가 벌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를 이용해 많은 교회에서 목사가 문제를 일으키면 주로 지도자들은 하나님께서 처벌하실 테니 교인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라와 다단, 아비람처럼 될 것이라고 말이죠.

그러나 이는 사례를 잘못 든 겁니다. 민수기 16장은 하나님이 세우신 지도자를 거역하지 말라는 것이지, 지도자들의 죄를 덮으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목회자들이 죄를 지었을 때 민수기 16장이 아니라 역사서의 엘리야와 나단 같은 선지자들의 사례를 보아야 합니다. 그들은 아합이나 다윗 왕에게 도전한 사람들이 아니라 왕들이 지은 죄를 지적하고 회개를 촉구한 사람들입니다. 선지자들이 하나님이 기름 부은 왕에게 대들었다고 하나님께 죽임당했나요?

심지어 기둥 같은 사도로 여겨졌던 베드로가 잘못하자, 한참 후배 사도인 바울이 그를 공개적으로 책망했습니다. 어거스틴은 이 사건에 대해 주석하기를 '여기에 직위나 직분보다 진리가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이다'라고 주석했습니다."

이제 지도자들의 중대한 죄를 덮어놓고 봐줄 게 아니라 치리해야 한다는 건 알겠다. 그렇다면 권징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일차적으로 교회 내부의 일은 교회 내에서 처리하는 게 맞다. 고린도전서 6장의 말씀(형제가 형제와 더불어 고발할 뿐더러 믿지 아니하는 자들 앞에서 하느냐)에도 교회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면한다. 그래서인지 교회에는 내부 문제를 사회법으로 처리하는 것을 꺼리는 문화가 있다.

그러나 많은 교인들이 교회 문제를 사회 법정으로 가져가고 있다. 온갖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는 게 창피하기도 하고, 성경 말씀에 반하는 것 같아 꺼림칙하긴 하지만, 교회가 문제를 잘 해결할 거라는 희망이 없는 탓이다.

김 교수는 다시 자신의 사례를 들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해 보자고 했다.

"저는 2012년도 페이스북 사건이 터진 이후에 여러 단체, 사람들로부터 약 10여 차례 인권유린을 당했습니다. 그중에는 거짓말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언론사의 거짓·불법·왜곡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이 있고, 강압적인 사과의 압력으로 인해 강요죄에 해당하는 것도 3건이나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인권을 유린한 단체들과 개인들이 모두 교인들이고 기독교 단체·언론인데, 제가 고소한다면 사회에서 기독교 이미지가 더 구겨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 하면, 세상 법정에서 고소하는 것이 상책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라는 뜻입니다."

▲ 처음에는 '교회 개혁'에 부정적이었지만, 한국교회의 민낯을 접하며 개혁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김진규 교수. 그는 개혁 운동이 갈 길도 멀고 희생도 크겠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나서자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일차적으로는, 문제가 있으면 교회의 치리를 기다리며 인내하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권면에도 지속적으로 죄를 회개치 않고, 교회나 교단적인 차원에서도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범죄가 법률상 문제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저의 말보다 고린도전서 6장에 대한 칼빈의 의견으로 답변을 드립니다. 칼빈은 고린도전서 6장을 주석하면서, '기독교인들이 사랑의 법을 어기지 않는 한 그들의 권리를 위해 적절한 법적 대응을 금하지 않는 것이 명백하다'라고 말합니다."

죄를 알면서 그냥 두는 것도 범죄…교회 개혁, 갈 길 멀지만 열매는 언젠가 열려

김 교수는 중대한 죄를 짓는 사람들을 확실히 징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죄의 파급효과가 점점 커져서 결국 공동체를 물들게 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충현교회가 시작하자 곧 전국적으로 퍼진 교회 세습 문제를 예로 들었다.

"죄를 지었으면 반드시 회개해야 합니다." 김진규 교수는 이것이 구약과 신약을 아우르는 성경의 가르침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변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목회자가 중대한 죄를 지었을 경우 이를 가만히 놔두는 것은 죄를 전염시키는 것이다. 결국 이는 교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는 문제인 것이다.

"구약성경에서 문둥병자를 진 밖으로 내보내도록 규정한 건, 영적 의미에서 고질적인 죄를 갖고 있는 자를 하나님의 백성들의 공동체에서 격리하는 겁니다. 이것은 죄악이 공동체를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하신 하나님의 뜻입니다.

성경은 성도라고 하는 사람이 죄를 지을 경우, 그냥 덮어 버리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죄를 범한 사람이 죄를 깨닫지 못할 수도 있고, 알고 범하는 자는 더욱 뻔뻔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런 사람들이 교회에 우글거리게 된다면, 교회 공동체는 죄의 파급효과 때문에 공동체를 전부 망치게 될 겁니다."

김 교수는 사실 교회 개혁 운동에 앞장서 왔다거나 두각을 나타냈던 인물은 아니다. 처음에는 교회 개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김 교수는, 페이스북 사건을 계기로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문제와 교회 개혁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그 이후 김 교수는 교회 개혁의 일선에 선 목회자들의 어려움과 희생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교회가 개혁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지리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치러야 할 희생도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김진규 교수는 영국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 얘기를 했다. 윌버포스는 반세기 가까이 노예제 폐지를 위해 힘써 싸우다가 마침내 노예해방 소식을 듣고 눈을 감은 사람이다. 김 교수는 교회 개혁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지만 언젠가는 그 열매를 볼 것이라고 했다.

"윌리엄 윌버포스는 46년 동안 싸웠어요. 24세에 의원이 돼 가지고, 노예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20년 걸렸습니다. 또 노예제를 완전 폐지하기까지는 46년이 걸렸지요. 그러니까 사실 윌버포스의 노력의 열매는 그 다음 세대가 따게 된 거죠.

교회 개혁을 위해 앞장 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비난과 욕설을 듣습니까? 그러나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외침 속에 분명히 하나님께서 역사하신다고 믿습니다. 하나님나라를 위한 윌버포스의 뜻이 이루어졌듯이 하나님의 뜻은 이 땅에 이루어질 줄 믿습니다. 우리나라가 비교적 단시간에 민주주의를 이 땅에 정착시켰듯이, 한국교회가 서구에 비하면 정말 짧은 역사를 지녔기 때문에 신학적·신앙적·인격적 미성숙들로 생긴 문제들도 머지않아 개혁되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김진규 교수의 논문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PDF 파일)

<교회 지도자의 무거운 죄에 대한 대응책: 성경신학적 고찰>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교회 고난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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