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박종천 총장)에서 총여학생회, 도시빈민선교회, 사람됨의신학연구회 등 학생 15명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감신대 특강을 거부한다"며 현 위원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병철 위원장이 '인문학 특강' 강사로 선정돼 이날 강의를 하러 학교에 오자, 학생들이 이를 반발하고 비판하는 시위를 연 것이다. 이들은 "용산 참사, 한진중공업 고공 농성 건에 대한 입장 표명 등을 거부하고, 장애인을 차별하는 인권위원장이자, '깜둥이' 등 인종차별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고 사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사람을 인문학 강사로 초빙한 것은 감신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현 위원장을 규탄했다.

▲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 도시빈민선교회, 사람됨의신학연구회 등 학생 15명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인권 특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현 위원장의 인권 강의는 "감신의 이념을 모욕하는 상징"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수업 시작 한 시간 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 성명을 발표한 이들은, 수업이 시작하는 오후 2시쯤 현병철 위원장이 학교에 도착하자, 현 위원장의 앞에서 피켓을 들고 "인권 탄압의 책임자 현병철의 인권 특강 거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의실까지 함께 이동했다. 이를 제지하는 학교 관계자들과 잠깐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현 위원장은 묵묵부답으로 아무런 대응 없이 강의실로 이동했다.

이은재 총여학생회장은 인문학 강사 중 하나로 현 위원장이 선정된 것에 대해, "현 위원장이 감신대에서 '인권 강의'를 한다면 인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길 것이고, 감신대는 (사회의) 우스갯거리가 될 것을 우려했다"며 그가 학교에서 강의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이 강사로 선정된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인문학 강좌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한 '감신목요포럼'의 이사장 최 아무개 목사가 현병철 위원장의 강의 시간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최 아무개 목사는 지난해 말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 선정된 바 있어, 현 위원장과는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현 위원장도 강의를 시작하면서 "(감신대 출신인) 최 목사님과는 한 달에 한 번 뵙는 사이"라고 말해, 둘 사이의 친분 관계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 학생들은 현 위원장이 강의 전 총장실에 잠시 들르자, 총장실 앞에 서서 '특강을 거부한다'며 구호를 외쳤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인물 자체나, 선정 과정에서 모두 문제의 소지가 있음에도 강사를 선정한 것에 대해서 학교 관계자는, "후원을 받아 여는 강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인문학 강좌의 강사 섭외 등 실무를 맡아 온 심 아무개 교수는 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강의 계획안을 발표한 2월 중순, 현병철 위원장 선정을 두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생기자 당시 본인의 SNS를 통해 "후원 이사장이 위원장을 강사로 초청할 것을 부탁했다. 이 순간 그 모순을 알면서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심 교수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번 학기에 처음 개설된 강좌이고, 매 학기마다 강의가 열리도록 후원받기 위해서는 처음에 어느 정도 후원하는 측과 강사 선정을 조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한 심 교수는 "더구나 뜻을 같이하는 이들의 비판이라 안타깝고, 취지는 공감하고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 위원장 선정 논란 때문에 좋은 강사들을 모셔오기 위한 노력들까지 폄하되진 않았으면 좋겠다"며 차후에는 논란이 있는 강사는 선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본질을 벗어난 감리교신학대학교 인권 특강!

인권 탄압의 책임자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을 거부한다!

2015년 감리교신학대학교는 '감신목요포럼'에 속한 100여 교회의 후원 아래 '인문학의 향연'이라는 교양 강의를 개설하였다. 그런데 지난달 13일, 해당 강의의 담당 교수는 SNS를 통해 "강좌의 후원 이사장이 (현병철) 위원장을 (인권 특강의) 강사로 초청할 것을 부탁했다"며 "모순을 알면서도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며 반인권적 인사를 인권 강의의 담당자로 맡기는 것에 대해 외부의 압력이 존재하였음을 밝혔다.

'한국 사회와 인권'을 주제로 강의하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취임 당시인 2009년부터 친정권적 성향과 인권 활동이 전무한 경력으로 시민사회로부터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정권의 일방적 결정으로 취임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 위원장은 취임 이후 PD수첩 명예훼손에 대한 검찰 수사 의견 표명, 용산 참사 사건 재판에 대한 법원 의견 표명, 한진중공업 고공 농성 중이던 김진숙 씨와 노동자들에 대한 긴급 구제 및 인권 보호에 대한 의견 표명 등을 부결하며 기존의 인권위보다 매우 후퇴된 인권 정책을 실시했다. 다시 말해 인권위는 권력에 대한 감시 역할을 포기하고 '정부 프렌들리' 위원회를 자처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용산 참사 사건 재판에 대해 인권위가 의견을 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주장에도 관련 회의를 강제로 끝내며 "독재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라는 발언을 하며 민주주의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을 드러냈다. 또한 흑인에 대해 "깜둥이"라는 인종차별적 단어로 지칭하고, "우리나라에 아직도 여성 차별이 존재하느냐"는 반여성적인 발언을 하며 인권 의식이 전무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심지어 지난 2010년 겨울, 인권위 건물에서 중증 장애인들이 농성할 당시 인권위는 농성을 중단시키기 위하여 난방과 전기를 끊어 장애인 인권활동가 한 명이 폐렴에 걸려 사망하게 된 사건도 있다. 이와 같이 노골적으로 인권을 탄압한 현병철 위원장은 3년간 오점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비호 아래 위원장직을 연임하여 현재까지 반인권적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밝혀졌듯, 인권위는 UN보고서 초안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 및 물리력 진압, △비판적 언론에 대한 고소 증가, △모욕죄 적용 남용, △개인 정보 수사기관 제공, △집회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채증 등 현 정권의 조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으며 정권에 의해 인권이 탄압받았던 항목들을 "분량이 많다", "인권위 관여 사항이 아니다"는 궤변으로 삭제하는 파렴치까지 보였다.

끝없이 나열되는 현병철 위원장의 적극적인 반인권 행태에도 불구하고 굳이 인문학 강좌의 인권 강의를 맡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비참한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교회의 기업화는 개별 목회자가 교회를 사유화하는 것을 넘어 말 그대로 자본주의 정권의 전위대가 되었다. 이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 해당 강의 후원 이사장의 인권위원 임명이다. 규모를 키우고 자본을 획득한 교회는 권력이 되었고, 그 중심에 선 그는 인권 관련 분야의 지식과 활동이 전무할 뿐더러 차별금지법을 공공연히 반대했던 극단적 배타주의자임에도 권력을 통해 자리에 올랐다. 이에 많은 인권 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임명되었고, 이제 그는 '인문학의 향연' 강좌 후원 이사장으로서 압력을 통해 반인권 인사를 인권 강의의 담당자로 지명하기까지 했다.

자고로 신학함에서의 인문학이란 인간에 대한 탐구로, 실재의 하나님이 창조하신 구체적 현현의 정점인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인문학의 역할은 오늘날 세계를 침몰하게 만드는 자본주의라는 악령과 맞서 생명·정의·평화의 가치에 따라 신의 빛을 전파하는 데에 있다. 체제에 의해 사회가 타락할 때 무한한 가능성의 신비를 증언하는 그리스도인의 역할은 대안 가치의 창출이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 교회의 자본에 의해 섭외된 현 위원장의 인권 강의는 원리에 충실한 교육을 지향하는 감리교신학대학교의 이념을 모욕하는 상징이며, 제 분야에서 진정성으로 활동하는 여타의 강사들을 무시하는 행태이다.

체제의 토대인 자본과 인문학의 본래적 이념이 충돌하는 그 지점이야 말로 각인의 지향점이 어느 곳을 향해야 하는지 분별할 수 있는 심판대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지금이라도 제 길을 걷기 위해 결단을 해야 한다. 인권 탄압이 심화되고 학문의 진정성이 흐려지는 것을 돌이키려면 그 근원적 이념에 충실한 걸음을 나서야 한다. 따라서 오늘 우리는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 특강을 강력히 거부하며, 감리교신학대학교의 집단 지성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간 존엄 정신을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을 엄중히 선언한다.

인문 본질 훼손하는 외부 압력 중단하라!

인권 탄압의 책임자 현병철의 인권 특강 거부한다!

인권 후퇴 앞장서는 무자격자 현병철은 즉각 사퇴하라!

 

2015년 3월 30일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 도시빈민선교회, 사람됨의신학연구회 및 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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