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지만 교회에 안 나가는 사람을 '가나안 성도'라고 부른다. 교회 '안 나가'를 뒤집어서 만든 신조어다. 교인들이 교회를 안 가는 '가나안 성도 현상'은 작년 11월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이 출간되며 한국교회에서 더 널리 이야기되고 있다. 지난 3월 19일 기독교 문화 비평 연구소 빅퍼즐은 이 책의 저자 양희송 대표(청어람아카데미)를 초청해 홍대 앞 노리터플레이스에서 북&토크를 열었다. 남오성 목사(빅퍼즐아카데미 대표, 일산은혜교회), 윤영훈 교수(빅퍼즐문화연구소장, 명지대), 박종현 교수(관동가톨릭대)가 참석해 가나안 성도 현상을 놓고 토론했다.

▲ 빅퍼즐 북&토크의 첫 시간에는 윤영훈 교수, 박종현 교수, 양희송 대표, 남오성 목사가 저마다의 관점을 가지고 가나안 성도 현상을 짚어 봤다. (왼쪽부터 윤영훈 교수, 박종현 교수, 양희송 대표, 남오성 목사) ⓒ뉴스앤조이 최승현

가나안 성도는 일반 교인들에게도 관심 가는 주제였다. 이날 행사에는 목사와 신학생, 일반 교인들에 이르기까지 가나안 성도 현상을 고민하는 90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찬양 사역 팀인 KOD미니스트리의 찬양 인도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양희송 대표와 패널들의 차분하면서도 유쾌한 대화 가운데 진행됐다.

▲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가나안 성도들의 이야기를 우선 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이 왜 교회를 떠났으며,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들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양희송 대표는 가나안 성도를 바라보는 목회자와 가나안 성도 간의 시각 차이를 언급했다. 같은 현상을 놓고 바라보는 이 둘의 시각차가 크다는 것이다. "가나안 성도는 교회를 적극적으로 떠나는 사람이 좋은 신앙인이라고 여긴다. 오히려 이들은 교회를 떠나면서 죄책감보다는 교회로부터 탈출했다는 해방감을 가진다"고 했다. 하지만 목회자는 이들을 잃어버린 양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집 나가면 고생이니 빨리 돌아오라'고 하는 목회자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가나안 성도들은 교회에 실망하고 떠나는 것인데, 목회자들은 이들이 갖는 문제의식을 무시한 채 '무조건 교회에 돌아와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들이 기독교 신앙까지 저버린 것은 아니다. 양 대표는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신앙적 관계를 만들며 자생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교회가 이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가나안 성도들은 신앙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신앙적 이유로 교회를 떠났기 때문에, 교회 공동체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70~80%는 다시 돌아올 것 같다."

양 대표는 대형 교회와 작은 교회와의 협력도 강조했다. 대형 교회가 대안 목회 운동을 하는 교회들과 교회 내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는 교회들을 적극 지원하면 좋겠다고 했다.

패널들은 가나안 성도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자고 했다. 윤영훈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의 양면성을 짚었다. 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물론 교회에 문제가 있어서기도 하지만, 교회에 대한 이상이나 요구치가 너무 커서 적응을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혹은 교회를 떠나서 생기는 편리함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봤다. 영적 엘리트주의나 교회 쇼핑족(교회를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는 것)들이 지닌 양면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 빅퍼즐아카데미 대표인 남오성 목사는 "재미 없으면 의미도 없다"는 게 빅퍼즐의 철학이라며, 교회가 세상과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남오성 목사는 가나안 성도에 대한 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낸 통계 자료는 1,000만 명이 기독교인이라고 하지만 중복 교인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800만 정도가 적당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전체의 10% 정도로 추산되는 가나안 성도들 중에서도 교회 쇼핑족이나 귀찮아서 안 나가는 교인들을 제외하면, 가나안 성도의 수가 실제로는 50만 명 정도지 않을까라고 봤다. 다양한 신앙관과 연령층을 표본으로 한 조사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남 목사는 말했다.

다양한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양희송 대표는 가나안 성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회론을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고 봤다. 한국교회는 교회론이 아니라 교회성장론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성장하는 교회는 좋은 교회, 성장이 정체된 교회는 안 좋은 교회'라는 의식을 버리고, 신약성서에 나오는 교회(에클레시아)의 원뜻대로 구체적 사명과 특수한 목적을 가진 모임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이날 행사에 모인 이들은 가나안 성도 현상을 놓고 여러 의견을 나눴다. 양희송 대표가 던진 '가나안 성도'라는 화두에 대해, 이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했다. 가나안 성도뿐만 아니라 가나안 목회자·신학생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양 대표는 교인들이 스스로 다양한 논의들로 확산시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남오성 목사는 북&토크 외에도 힙합 콘서트, 포크 콘서트 등을 하며 비신자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빅퍼즐을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관심 갖고 있는 음악, 영화, 영상을 활용해 그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한 문화 운동 단체"라고 소개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안 믿는 사람들을 만나고, 믿는 사람들과는 새로운 담론을 형성해 보자는 게 취지다.

매월 1권의 책을 선정해 저자와 만나는 프로그램인 '빅퍼즐 북&토크' 다음 모임은, 4월 2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들 중 수작으로 꼽히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기독교 신학자가 새롭게 해설한 책, <에바 오디세이>를 가지고 저자 이길용 교수(서울신대 종교철학)와 함께 한다.

▲ 젊음의 거리 홍대에 한국교회를 걱정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모였다. 이들 중에는 자신이 신앙생활을 하며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가나안 성도와 무관치 않은 이들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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