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감신·고신·침신 등 교단 목회자를 배출하기 위해 설립된 신학교들에서 요즘 잡음이 많습니다. 주로 학교법인 이사회가 총회 및 교수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양질의 목회자를 배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학생들을 근심에 빠지게 합니다. 왜 이런 걸까요? <뉴스앤조이>와 <마르투스>가 2주 동안 현재 문제가 불거진 주요 교단 신학교를 취재했습니다. - 편집자 주

지난 1월 29일, 침례신학대학교(침신대) 이사회는 7명의 이사 중 2명이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파행됐다. 누구는 이날 이사 한 명이 물병을 집어 던지고 퇴장했다고 했고, 누구는 물병을 집어 던진 건 아니라고 말했다.

물병 때문에 소문이 좀 더 퍼진 것일 뿐, 침신대 이사회의 파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이사회 구조상 회의가 매우 쉽게 파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침신대 이사회는 정원 11명 중에서 7명으로만 구성돼 있는데, 7명의 이사들 중 2명만 불참하거나 퇴장해도 의사정족수인 6명이 안 되기 때문에 회의가 자동 파행된다. 이런 상황이 5년째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 침신대 이사 자리는 교단 내에서 '최고의 자리'로 꼽힌다고 한다. 교수들을 임면할 수 있고, 총장도 선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에 따르면, 이미 학교 내 교수들은 이사 라인을 따라 줄을 서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침신대 교수는 라인을 잘 타야…

양측 이사들과 교단 내 목사들에 의하면, 7명의 이사 중 5명은 두 라인으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총장을 지지하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기준이다. 나머지 2명은 부동층이라고 했다. 이사회 안에 라인이 있다는 것도 황당한데, 이런 현상은 교수들에게서도 드러난다. 어느 편에 있느냐에 따라 임용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1월 29일 이사회가 엉망이 된 것도 이 '라인'과 관련돼 있다. 이날 이사회는 2015학년도 1학기부터 여러 분야에서 신규 채용할 교수들을 심사했는데, 누구를 채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었다. 양측은 각자 자기편에 속한 교수들을 채용하려고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이사 2명만 반대해도 결의가 안 되는 특성상 이사들은 회의 전 이들을 전부 채용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쪽 이사들이 이를 어기면서 '딜'이 깨졌다. 그러자 격분한 반대편 측 이사 2명이 '이번 이사회는 무효'라며 퇴장했고, 결국 1월 29일 이사회는 무효가 됐다.

정치 드라마에서나 보던 '정파 싸움'이 신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 침신대 교수들이 이사들과 혈연, 지연 등의 관계로 엮여 이사들을 따라 라인을 형성했다는 건 교단 내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 총장 부인을 비롯해 현 이사의 부인, 전 이사장 딸, 전 총장 아들, 전 총회장 사위 등이 전부 침신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교단의 한 목사는 이런 교수들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없어도 윤리적으로는 충분히 비난받을 만한, 사학법 취지에 맞지 않는 인사들"이라고 말했다.

갈라진 이사들, 그래도 '우리끼리'?

침신대 이사회는 새로운 이사들을 받지 않고 '자기들끼리'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권력이 특정인들에게만 쏠려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오지만, 이사회는 요지부동이다.

이는 학교법인의 이사라는 직책이 사립학교법상 교육부 소속이라서 교단 총회가 이사회를 어떻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법인 한국침례신학원 정관에 따르면 11명의 이사 중 4명을 총회가 추천하게 되어 있다. 정관에 따라 소속 교단인 기독교한국침례회(침례교·곽도희 총회장)가 계속 이사를 파송하고 있지만, 이사회는 현재 총회가 보내는 4명의 이사를 전부 받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안 받은 이사가 5년 동안 20명이 넘는다.

총회가 '교단을 무시하는 행동들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징계하겠다고 해도 이사회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2011년, 침례교 총회는 이사회가 교단 총회를 계속 무시한다며 이사들을 전원 소환하기로 결의했다. 그래도 말을 안 듣자 2014년 총회에서도 뚜렷한 이유 없이 파송 이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사들을 소환하고 해임한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올해 2월에도 총회 파송 이사 4명을 모두 거부했다. 또 이사를 거부하자, 총회는 침신대 이사회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모든 이사가 교단 파송 이사를 거부하는 건 아니다. 한쪽 편에서만 이사들을 안 받겠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은 '교단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뜻은 같이하지만, 서로의 속마음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 침신대는 2월 26일 열린 117차 이사회에서도 총회 파송 이사들을 받지 않았다. 총회가 수차례 경고하고 조사도 한다. 하지만 총회의 노력은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사를 받자는 쪽의 입장은 명확하다. A 이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단의 결정을 어떻게 자꾸 무시할 수 있는가'라고 이사들에게 물었다"고 했다. 그는 이사 선임을 기명투표로 하자고 주장했다. 누가 이사 선임을 반대하는지 사람들이 알도록 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다른 이사들은 동의하지 않아 본인과 다른 이사 한 명만 기명투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편의 B 이사는 기자에게 "법적으로 하자가 있거나, 정치적인 이사를 보내니 거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그는 "총회가 파송한 이사들은 대개 총회장이 당선되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보은 인사'지 정말 학교 발전을 위해 오는 인사들인가"라고 물었다. 그중 한 명은 예전에 학교 이사장까지 역임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총회가 학교 형편을 무시하고 이사를 선임한다고 했다. 그는 "이사를 하려면 담임하는 교회가 크고 본인의 인지도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장학금도 많이 내고 리더십을 가지고 학교 운영을 할 수 있지, 작은 교회 목사를 보내서 이사 시키면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되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양측의 속내는 결국 서로 자기편 이사를 더 많이 확보하려는 싸움이라는 게 교단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사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교단의 한 목사는 "교단 자체가 정파적"이라고 말했다. 서로 내 편, 네 편 갈라 싸우다 보니 그 싸움이 교단 내 '핫코너'인 침신대를 장악하려는 싸움으로까지 번진 것이라는 말이다.

이사장·총장 선거 앞두고 더 치열해지는 '정파 싸움'

정파 싸움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다. 침신대는 연말에 이사장 선출, 내년 중순 총장 선출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올가을과 연말에 연달아 열릴 교단 총회장과 학교 이사장 선거에서는 서로 다른 편 인사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예측이 맞다면 내년 총장 선거 즈음에는 총회에서는 자기편 이사들을 파송하려고 하고, 반대편인 이사장은 그 이사들을 안 받으려고 할 것인데, 그렇게 되면 정말 혼탁한 싸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침신대는 이사회 문제 말고도 여러 현안들로 바쁜 상황이다. 최근에 캠퍼스를 동두천으로 이전하려던 계획도 취소했고, 정원 감축이나 대학 구조 조정 평가 등 정부 정책에도 대응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사회가 아예 구성되지 않은 적도 있었고, 신년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은 적도 있었으며, 이번처럼 파행이 잦다 보니 '할 일이 많은데 엉뚱한 데다가 힘을 빼는 것 같다'는 평가가 더 많다.

한 이사는 침신대가 교단의 '정치 1번지' 역할을 해 왔다고 했다. 너도나도 이사직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학교 발전을 위해 이사들이 헌신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이사회가 언제쯤 정상화되고, 정파 싸움이 언제쯤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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