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의 뒷골목 풍경> / 차정식 지음 / 도서출판 예책 펴냄 / 352쪽 / 1만 5,000원

저자 차정식 교수와 콩나물 국밥을 같이 먹자고 약속 아닌 약속을 한 지 이미 한 해가 넘어가는 것 같다. 차 교수의 책을 거의 다 읽어 보고 있는데 이번 책은 제목만으로도 내 관심을 더욱 끌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드디어 오늘 열심을 다해 읽었다. 그동안 펴낸 책들에 비하면 의외로 평이하고 쉬운 문체로 쓰였다. 아니, 어쩌면 내가 이미 차 교수의 글투에 적응이 된 상태라 그리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평소의 글투에 비하면 훨씬 쉽고 평이하게 읽힌다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신약시대, 곧 예수의 탄생 전후 시대에 신약성경의 주요 배경이 되는 예루살렘과 갈릴리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이스라엘의 문화와 정치·사회·종교·생태 등의 배경을 아우르고 있는데 직접적으로 예수와 연관된 행적의 배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일까? 비록 걸쭉한 성경 구절들이 빽빽이 나열되지는 않았으나 그 성경의 내용들을 만들어 내고 기록되었던 상황을 고루 살펴보고 성경 기록의 이유와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 하겠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마다 곧잘 범하는 실수는 성경의 텍스트를 당시의 상황 또는 주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읽지 못하고 곧바로 현재의 우리 삶으로 끌어온다는 것이다. 성경을 이렇게 읽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에 앞서 우선 이렇게 읽기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당시의 사회·문화·정치·경제·종교 등의 상황적 배경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략 유추해서 읽기는 하지만 보다 정밀하게 알고 읽을 때 성경의 여러 가지 내용들이 가진 진정한 맥락을 파악하게 되는데 일반인들에게 이런 지식을 가지라고 기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맥락을 벗어난 이런 성경 읽기가 가져오는 또 하나의 문제는 일명 '성구 암송 구절'과 같은 문장 단위 읽기가 가진 오류의 가능성들이다. 그래서 성경은 어느 모로 보나 그 배경과 환경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읽을 때 진의가 밝혀지기 쉽고 이해와 적용이 본질에 더 가까울 수 있다.

크게는 성경의 문학적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고 작게는 문장 단위의 기록적 맥락을 이해하게 됨으로써 그 앞뒤 구절 간의 관계가 가진 의미상의 본질을 보다 정확하게 밝혀 낼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신약성경을 읽기 위한 전체적인 환경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저자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종파 지도자들, 유대인의 신분 계급, 문화 예술과 유흥, 가족과 교육, 의식주, 직업과 노동, 그리고 마침내는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한 문화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들을 군살 없이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다.

헤롯왕이 유대를 통치하면서 유대 종교 전통을 억제하려고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정치적 이유가 다분했다. 로마 황제 통치하에서 신정 정치적 구조를 가진 독특한 유대 사회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왜 유일신 신앙으로 똘똘 뭉쳐있던 이스라엘 민족은 계층에 상관없이 가나안의 신들을 숭배하는 부정한 짓을 저질렀을까? 그 이유는 당시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시선을 보게 되면 찾을 수가 있다.

저자는 늘 이런 시선으로 당연시되기 쉬운 죄악의 문제를 상황 안으로 끌고 들어가 오늘날 우리의 문제에 접목시키는 놀라운 솜씨를 발휘한다. 이런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수가 행했던 기적들과 유사하게 당시에는 많은 마술사들이 존재했었다. 그들과 예수는 사람들에게 어떤 측면에서 다른 존재로 보였을까? 무엇이 예수를 그들과 차별된 하나님의 아들로 보이게 만들었는가?

사진에 보이는 수많은 인덱스들처럼(내가 아는 내용들을 제외하고도 저렇게 많은) 이 책이 가진 배경사적 참고 자료는 넘친다. 우선은 신학을 공부했고 이스라엘 배경사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경우라면 훨씬 이해나 적용 측면에서 유익이 있고 신학도가 아닌 일반인이 읽을 때에도 전혀 어렵지 않게 잘 읽히는 수려한 문체로 쓰인 책이다. 이미 판매처 등에서는 이 책의 선전을 보고하고 있으니 책에 대해 어떤 다른 미사여구를 달지 않더라도 증명되는 바 있다 하겠다.

38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을 마지막으로 인용하며 이 글을 맺는다. "개들로서는 옛 조상들이 당한 설움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셈일 것이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세간의 덕담은 1세기의 여느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예수도 바울도 까마득히 몰랐을 것이다."(동식물 생태계 中에서)

유영성 / 시골에 살며 '일상의 영성과 지성의 순례자'로 살고자 한다.

 

*이 글은 <크리스찬투데이>(christiantoday.u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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