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도사다. 매주 나에게는 20여 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동안 나는 나름의 하나님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말한다. 그리고 나머지 30분 남짓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니 '듣는다'기보다는 '관찰한다'가 맞을 테다. 그들의 행동 습관, 언어 습관, 표정의 변화 등등을 관찰하며 그들의 삶을 면밀히 관찰한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나지막이 한마디를 건넨다. "저기, 우리 밥 한 끼 합시다."

▲ <라이프 업> / 조 크리스 지음 / 넥서스CROSS 펴냄 / 224쪽 / 1만 2,000원

매주 나에게 주어진 20여 분의 시간만으로는 그들의 삶에 다가설 수 없고, 그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그런 나의 바람은 잘 실현되질 않는다. 간혹 '밥 한 끼' 한다고 해서, 어디 깊은 대화가 되겠는가? 한 사람의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칠 만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 이런 면에서 나는 매우 무능한 전도사다.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크리스 조' 교수는 매우 낙천적이고 활발한 사람으로 보였다. 소위 말하는 '자뻑'도 심했고, 시답잖은 농담도 간간히 던지는 사람이었다. 목사이자 교수로서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그런 와중에 그의 책 <라이프 업>을 펼쳐 들었다. 그러자 그의 삶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매주 자신에게 주어지는 '채플' 시간에 대학생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삶과 행동의 양태들을 관찰했다. 그리고는 대학생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저기, 우리 밥 한 끼 합시다."

그의 저서 <라이프 업>은 단순한 힐링 도서, 자기 계발 도서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부족한 시간에 스스로를 자책하며, 어떻게든 만나서 밥 한 끼를 먹으면서 하고 싶은 '자신의 삶의 스토리'들을 꼭꼭 눌러 담은 책이다.

<라이프 업>은 습관, 태도, 가치, 열정, 지혜, 독서, 멘토라는 큰 주제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각 주제별로 크리스 조 교수 나름의 가치관들을 담아내고 있다. 아니, 가치관이라고 이름 짓기보다는 '스토리'라고 이름 짓자. 그의 이야기들을 읽어 나가면 어느새 크리스 조 교수의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된다.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사람이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크리스 조 교수의 이야기들은 단순한 '지침' 혹은 '정언명령'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오히려 크리스 조라는 사람이 가진 라이프 스타일이 그림 그려진다. 그가 가진 열정, 긍정의 에너지들이 전염되는 것만 같다. <라이프 업>은 하나의 '책'으로 성육신(?)한 크리스 조 교수의 본체와 다름없다고 하면 심한 과장일까?

서두에 말했듯이 <라이프 업>은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린 채 표류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쓴 책이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크리스 조 교수는 '저기, 우리 밥 한 끼 합시다'라고 외치며 불러 세운다. 그리고는 식탁에 앉아서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때로는 '꼰대'스럽지만, 때로는 나긋나긋하게.

그 이면에는 저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 자신의 열정과 긍정의 에너지는 결국 전염되고 말 것이며, 그로 말미암아 당신의 인생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우리 함께 크리스 조 교수가 초청하는 식탁에 앉아 보자. 밥 한 끼 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과연 진정 그러한지 말이다.

홍동우 / 부산장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입학 예정. 일단은 경계해야 할 위험한 사람인지, 세상에 대하여 경계를 하고 있는 불안정한 사람인지, 혹은 온갖 경계선 위를 돌아다니는 사람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경계인'인 사람. 부산의 한 교회에서 청소년들과 어울리며 삶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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