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우리 목사님!"

이렇게 최삼열 목사(안성가정행복센터장, 한사랑교회 담임목사)를 부르는 건 교회 신도가 아니다. 최 목사가 살고 있는 안성 현수동 마을 주민이다. 이 마을에선 웬만한 주민들이 최 목사를 '우리 목사님'이라고 부르곤 한다. 왜 그럴까?

▲ 최삼열 목사. (사진 제공 송상호)

"주민이 부르시면 달려가 아낌없이 고치오리다"

지난 11일, 상담 센터에서 최 목사를 만났다. 상담소가 시골 마을에 있다는 것도, 그가 담임하고 있는 교회의 간판조차 외부에서 찾기 힘들다는 것도 신선했다. 대부분의 상담소가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 위치하고, 대부분의 교회가 그 마을에서 제일 눈에 띄게 십자가를 높이 세우는 게 다반사지 않던가.

그나마 상담 센터라고 해 봐야 3평 남짓한 조그만 시골 방 수준이다. 교회당과 붙어 있다. 교회당 입구는 찾기가 힘들고, 교회당 입구는 마치 시골 방앗간 입구와도 같다. 소위 교회 성장학 관점에서 보면 빵점인 교회다.

최 목사가 그 마을에서 보여 주는 행동도 가관(?)이라 할 수 있다. 여느 목사처럼 전도하고, 설교하는 목사의 모습이 아니다. 주로 마을에서 부르면 달려가는 심부름꾼이라 해야 될까.

오늘도 마을의 한 어르신 집을 다녀왔다는 최 목사. 그는 평소 마을 어르신들이 부르면 달려가 무언가를 고친다. "보일러 좀 봐 달라. 전깃불이 안 들어온다. 화장실 물이 안 나온다. 지붕이 샌다"는 등의 주문이 최 목사에게 이르곤 한다.

▲ 시골 마을에 있는 한사랑교회 입구는 교회 성장학적으로는 빵점인 듯하다. (사진 제공 송상호)

60대 목사, "난 젊으니까, 마을 봉사 해"

최 목사는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라나 안 해 본 일 없이 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중 건축일과 막노동의 경험은 웬만한 가정집 수리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손재주가 있는 최 목사는 어느샌가 마을 어르신들의 도우미가 되어 있었다.

글을 잘 모르는 어르신이 "우리 목사님 말여. 이거 좀 읽어 줘 봐여"라고 주문해 오면, 최 목사는 '각종 고시서와 서류'를 해독해 주는 일까지 한다.

"왜 이런 일을 하시느냐"는 질문에 "난 젊으니까"라고 환하게 웃는 최 목사. 최 목사의 연령대(62세)가 도시에서야 노인 취급당할 수 있지만, 시골에서야 평균 연령대가 70세이니 정말 그렇긴 하다.

14년 전, 이 마을에 이사 온 최 목사는 "아예 교회 성장과는 담 쌓고 사람 섬기러 왔다"고 했다. 안성 지역과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10년 전부터 상담 센터도 시작한 것이다.

최 목사는 마을 주민들에게 상담이면 상담, 쌀이면 쌀, 수리면 수리 등을 하며 주민들의 필요에 응답하는 것을 일상으로 삼고 있다. 심지어 마을에 있는 무당(점집)에게도 필요에 따라 섬김을 베풀고 있다.

▲ 시골 마을에 있는 이 센터는 마을 주민들의 섬김 센터이기도 한 듯 보인다. (사진 제공 송상호)

덕분에 마을 어르신들에게서 최 목사는 사랑을 받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은 고추, 상추, 배추, 파, 마늘 등을 고마움의 표시로 최 목사에게 전한다. 당신들이 직접 지으신 농작물을 나눈다. 그럴 때면 최 목사도 마을 주민도 서로 웃음으로 하나가 된다.

"남의 말 들어 줄 때가 제일 행복해요"

그렇다고 상담일을 게을리할 수 없다. 그가 운영하는 상담 센터는 전국적으로 네트워크 되어 운영된다. 주로 안성 시민을 상대로 상담이 이루어지지만, 수원과 평택, 부산, 안양 등과 연계되어 상담을 한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상담하고, 치유하고, 도와주었다.

하루 중 제일 즐거운 시간이 "상담 받으러 우리 집에 사람이 왔을 때"라고 하는 최 목사. 그는 학창 시절에도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으로 통하곤 했다. 그는 "평소에도 내가 말하는 것(20%)보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80%)을 즐겨 한다"고 했다.

이런 그는 자신이 사는 마을이 행복하기 위해 계속 섬김을 행할 것이라 했다. 나아가 안성 지역에 '힐링 센터'를 세우는 게 꿈이라 했다. 그가 보여 준 힐링센터 조감도는 막연한 꿈이 아니라 실현을 위한 구체적 계획임을 엿볼 수 있었다.

그 꿈을 위해 지금도 다음 카페를 운영하고, 귀농과 약용 식물에 대해 연구하고, 효소 연구법 등을 연구하며 꿈을 가꿔 나가고 있다.

▲ 최삼열 목사는 안성 지역에서 사람들을 살리는 힐링 센터를 꿈꾸고 있으며, 그림은 최 목사의 꿈이 담긴 힐링 센터 조감도이다. (사진 제공 송상호)

안성에서 '힐링 센터' 세우는 게 꿈

그는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것엔 경계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복음이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아가 "내가 해야 할 일은 '사람 살리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교회와 목사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 시대에 마을 주민들이 '우리 목사님'이라 부르는 목사가 있다면 조금 웃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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