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스콘신(Wisconsin) 주 밀워키(Milwaukee) 시의 겨울철 평균 온도는 영하 30도 안팎이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 한 교회의 보일러가 고장 났다. 새 보일러를 설치하려면 약 8만 2000달러(약 9000만 원)가 필요하다. 교인 수는 다 합해서 65명. 게다가 교인 대부분은 저소득층과 노인들, 노숙인들인데 그 큰돈이 있을 리가 없다.

리디머루터교회(Reedemer Luthern Church) 담임목사인 리자 베이츠-프로일랜드(Lisa Bates-Froiland)는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바로 크라우드 펀딩이다. 모금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 고펀드미닷컴(gofundme.com)에 자신들의 이야기와 함께 목표액 6만 달러를 올렸다. 보일러 교체에 필요한 전체 금액 중 교회 적금 1만 2000달러와 지역 루터교 협회에서 지원해 준 1만 200달러를 제한 금액이었다. 베이츠-프로일랜드 목사는 돈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소개했다.

"우리는 따뜻한 보일러가 필요합니다. 교인 65명만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매일 우리 교회에서 점심을 먹는 330명의 노숙인들을 위해서입니다. 2200인분의 식사를 만드는 30명의 자원 봉사자들을 위해서입니다. 보일러가 고장 난 이번 주에도 벌써 704명이 와서 밥을 먹고 갔습니다."

반응은 아주 좋았다. 한 달 동안, 약 5200만 원이 모였다. 익명의 기부자가 많았다. 교인의 친구, 친구의 친구. 신앙이 있는 사람들 혹은 없는 사람들. 심지어 일본에 있는 한 중년 여성도 돈을 기부했다. 베이츠-프로일랜드 목사 가족이 운영하는 환경 단체에서 인턴십을 한 청년과 자신의 딸이 현재 사귀고 있어서다.

교인이 65명밖에 안 되는 작은 교회를 돕는다고 너도나도 나서는 까닭은, 리디머교회가 펼치고 있는 사업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리디머교회는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곳이다. 교회가 처음 세워진 1917년부터 지금까지 밀워키 시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우선 인근 마르케트대학(Marquette University)의 학생들과 함께 노숙인들에게 매일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이 사역은 주일을 뺀 6일 내내 계속된다. 알베르노대학(Alverno College)의 간호학과 학생들은 배식 장소에 나와 노인들과 노숙인들의 건강을 살피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교회는 2008년 '저스트원모어(Just One More)'라는 단체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이 단체는 동네 야채 가게나 정육점 등에서 남은 음식을 제공받아 재포장한 다음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 주는 일을 하고 있다. 2013년에는 약 7만 2000끼의 밥과 8200kg의 신선한 과일, 4만 8000개의 빵을 필요한 이들에게 공급했다.

▲ 리디머교회는 지역에서 다양한 사역을 하고 있다. 인근 대학교의 학생들과 함께 노숙인에게 식사를 대접한다. 마약과 알콜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돕기 위한 단기 치료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1917년 미국 동북부 밀워키(Milwaukee) 시에 세워진 이 교회는, 이제 지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곳이 되었다. (리디머루터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리디머교회가 하는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독자 치료도 준비하고 있다. 밀워키 시에는 세레니티 인스(Serenity Inns)라는 남성 마약·알콜 중독자들이 함께 거주하며 치료받는 시설이 있다. 이 단체와 연계하여 교회 내에서 진행할 수 있는 단기 치료 프로그램을 곧 시작할 예정이다.

도나 하이든라히(Donna Heidenreich)는 은퇴한 간호사다. 그녀는 리디머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여가 시간 대부분을 교회에서 봉사하며 보낸다. 그녀는 밀워키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나님이 모든 것을 이끄셨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가끔 봉사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기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그곳이 네가 있을 자리다. 너는 그 자리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단다"라는 하나님의 응답을 들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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