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옥한흠 목사가 2008년 6월 오정현 목사에게 쓴 편지는 사랑의교회뿐 아니라 교계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옥성호 대표는 아버지의 한계점을 한국교회가 알아차리기 바랐지만, 몇몇 사람들은 편지가 진짜냐 가짜냐를 두고 공방을 일으켰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옥성호 대표(도서출판 은보)는 2013년 2월 고 옥한흠 목사의 편지 하나를 공개했다. 옥 목사가 2008년 6월 오정현 목사에게 보낸 편지였다. 편지의 주제는 오 목사에 대한 기대가 점점 빗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관련 기사: 우리가 정말 한 배를 타고 있는가? / 옥한흠 목사가 오정현 목사에게 쓴 편지)

파장은 컸다. 옥한흠 목사는 생전에 오정현 목사에게 쓴소리를 한 적이 없었다. 은퇴 후 한국교회, 특히 목회자의 부패를 신랄하게 지적했던 옥 목사지만, 오 목사가 한 영혼보다는 권력자와의 친분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여도 그는 침묵했다. 오히려 오 목사를 변호했다. 옥 목사가 숨질 때까지, 그리고 그 후에도 사랑의교회 전임자와 후임자의 관계는 강고하고 돈독해 보였다. 그러나 옥한흠 목사는 사실 세상을 떠나기 2년 전부터 오정현 목사에게 "너의 정체가 무엇인가"라고 묻고 있었던 것이다.

옥성호 대표는 아버지의 편지와 함께, 자신이 왜 이를 공개했는지 얘기했다. (관련 기사: 나는 왜 아버지의 편지를 공개했는가?) 옥한흠 목사의 마지막 생애가 정확하게 평가를 받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사랑의교회의 '성공적 목회 계승'은 허구라는 것을 알리고, 옥한흠의 한계를 명확히 밝혀, 한국교회가 거기서부터 시작하게 하는 것이 아버지의 뜻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아버지의 뜻이 왜곡돼 이리저리 이용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이는 옥 대표의 책 <왜>(도서출판 은보)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옥성호 대표의 의도와는 달리, 이 편지에 대한 진위를 의심하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랑의교회 집사이자 이랜드 사보 편집장 채성태 씨(54)는 지난해 4월 인터넷 카페에, "이것은 옥 목사님의 편지가 아니다. 편지는 옥성호가 쓴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같은 해 6월까지 8번에 걸쳐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렸고, 오정현 목사를 적극 지지하는 카페 회원들은 이를 확대재생산했다. 원로목사의 아들이 후임 목사를 괴롭힌다는 식으로 말이다.

법원, "옥한흠 목사 스스로 작성한 것…채 씨는 범행 동기 불량"

옥한흠 목사의 편지로 인한 파장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옥성호 대표는 오정현 목사를 무너뜨리기 위해 죽은 아버지의 편지까지 조작하는 파렴치한으로 비방당했다. 기가 막힌 상황에 처한 옥 대표는 지난해 7월 채성태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올해 11월 4일, 법원은 채 씨의 명예훼손을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옥성호가 공개한 편지는 옥한흠 목사가 소지하고 있던 컴퓨터로 옥한흠 목사 스스로 작성한 후 비공개적으로 상대방(오정현 목사)에게 전달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채 씨에 대해서는 "피해자 옥성호가 공개한 글이 가짜라는 것을 다수인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적으로 글을 게재하였다는 점에서 행위 동기가 불량하고, 범죄행위가 맹목적이다"고 판단했다.

사실 채성태 씨가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을 비방한 일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0년 이랜드 사측과 노동조합이 파행을 겪을 때, 중재 역할을 했던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인사들에게 온라인으로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참여연대와 기윤실, <뉴스앤조이>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손봉호 교수와 박득훈 목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을 비방하는 장문의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개인적으로도 장문의 메일을 수차례 보내 당사자들이 곤란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이번 판결도 옥성호 대표의 소송 건만 다룬 게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 사랑의교회 신 아무개 집사도 채성태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채 씨는 지난해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측에 있는 신 집사에 대한 여러 허위 사실을 5번에 걸쳐 인터넷 카페에 게재한 바 있다. 법원은 이 두 사건을 병합해 판결한 것이다.

옥성호가 '거짓말쟁이'여야 하는 이유?

판결이 나온 11월 4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옥성호 대표를 만났다. 그는 이번 소송이 단순히 편지의 진위 공방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오정현 목사는 그동안 새 예배당 건축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해 "옥 목사님도 찬성하셨다"는 말로 반대 여론을 잠재웠다. 그러나 옥 대표는 옥한흠 목사가 건축이나 오 목사의 친권력적인 모습 등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해 왔다. 편지는 오정현 목사에 대한 옥한흠 목사의 신뢰가 금이 가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결정적인 단서다. 이것이 거짓으로, 다시 말해 옥 대표가 거짓말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지금까지 옥 대표가 해 왔던 모든 말도 거짓으로 싸잡을 수 있다.

이번 소송 과정을 지켜보고 재판정에도 동행한 옥 대표의 지인은 인터넷 카페 '사랑의교회회복을위한기도와소통네트워크'(사랑넷)에 글을 올렸다. 그는 이 소송에 사랑의교회가 적극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그 증거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교회 측이 옥한흠 목사가 썼던 노트북을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다. 사랑의교회 도 아무개 총무장로는 올해 7월 옥성호 대표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옥 목사의 노트북은 교회의 비품인데, 이를 되돌려놓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옥 목사의 편지 원본이 발견된 그 노트북을 교회에 반납하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정황은 오랫동안 옥한흠 목사의 비서로 일했던, 현 국제제자훈련원 직원 박 아무개 씨의 위증이다. 옥성호 대표는 편지를 최초 공개할 때부터, 편지가 박 씨를 통해 오정현 목사에게 전달되었다고 말해 왔다. 옥 대표는 박 씨가 이를 부인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편지가 전달된 전후 사정까지 자신에게 말해 주었다고 했다. 옥 대표는 이번 재판에서 자신을 변호해 줄 증인으로 박 씨를 불렀다. 그러나 박 씨는 재판정에서 편지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성호 대표 측은 사랑의교회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들은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 측은 이 소송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개인 소송은 철저하게 개인이 진행한다. 채성태 씨뿐 아니라 몇몇 교인도 갱신위와 소송을 하고 있는데, 교회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번 판결에 대해 "애초에 채 씨가 명예훼손을 했느냐 안 했느냐를 판단한 것이지, 편지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재판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 편지가 옥한흠 목사가 쓴 게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교회에 사람이 많으니 생각도 여러 가지 아니겠나. 옥 목사님 평소의 태도로 봐서는 직접 쓴 편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답했다.

빛바랜 옥한흠 목사의 편지

이른 은퇴 후 옥한흠 목사는 '교회의 대형화'를 우려했다. 2009년 10월 <디사이플>과 했던 인터뷰에서 옥 목사는, "나의 교회론과 제자 훈련은 엇박자가 된 것 같다"고 표현했다. 제자 훈련의 목적은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인데, 교회가 너무 비대해져 버려서 이 목적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후회였다. 옥성호 대표는 아버지의 편지를 통해 사랑의교회와 한국교회가 옥 목사의 한계점을 분명히 알아차리기 바랐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편지를 '진위 공방'의 형태로 전락시켰다. 한국교회의 명운보다는 한 집단, 한 사람의 이익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들이 어떻게든 '신구(新舊)의 갈등', 즉 '오정현 담임목사 대 옥한흠 원로목사(의 아들 옥성호)'라는 틀을 덮어씌우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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