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국의 주요 교단 정기 총회들이 막을 내렸다.

'큰 소란 없이 아주 무사히, 그리고 조용히!'

그렇다. 내가 이틀 동안 참관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9월 22~26일)도 예년과는 다르게 '점잖고 무난하게' 마쳤다. 다른 교단들도 대개 그랬다. 그러나 올해 가을 각 교단 총회에 대한 내 소회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한국교회는 세월호처럼 점점 가라앉아 가고 있는데, 자칭 선장이라는 지도자들은 급할 것이 없다며 참 태평하게 느껴졌다.

그렇다. 이미 늦었지만 한국교회가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 힘써야 할 정말 중요한 의제들에 대해서 이번 총회는 참으로 태평했다. 뒤늦었지만 2012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총회로부터 도입된 세습금지법에 대해 가장 큰 예장합동과 통합 총회는 건드려 봐야 좋을 것이 없기에 '은혜스럽게' 대충 넘어갔다. 교회 성도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서도 결정 과정에서는 항상 들러리가 되고 마는 교회 내 여성 지위 개선과 여성 목사 안수 문제는 각 교단 총대의 95% 이상인 남성 총대들에게는 급할 것이 없는 '영원한 연구 과제'일 뿐이다.

상식대로라면 신고해 봐야 면제점 이하가 대다수일 목회자들의 납세에 대한 논의도 "원하는 사람은 말리지 않을 테니, 그 이상 강요는 하지 말라"는 정도가 일반적인 총회 분위기다. 정말 회의다운 회의를 하려면 15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5일 동안 교단의 모든 주요 안건을 다 처리하기는 어려우니 총회 대신 그보다 작은 대회를 실시해야 한다는 대형 교단 운영 개혁안은 항상 '내년에 다시 연구'다.

한국교회를 도매금으로 욕 먹여 온 전병욱, 정삼지 목사(예장합동)나 김삼환 목사(예장통합) 같은 대표적인 비리, 부도덕 목사들은 해당 교단의 가장 권위 있는 회의를 개최하면서도 손도 대지 못하고 또 슬쩍 넘어갔다. 그렇다면 사기 미수 혐의로 법정구속돼 있는 김홍도 목사도 곧 있을 기감 총회에서 단죄될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다.

또 진정성 있게 논의됐다면 사회 속에서 한국교회의 위상이 매우 돋보였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가 유가족들을 불러 함께 예배드린 것을 제외하곤 여전히 무관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월 방한해 한국 사회에 큰 감동과 울림을 준 교황의 영향으로 가톨릭의 영향력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불안해한 적지 않은 교단들이 이번 총회에서 가톨릭과 교황을 이단이라 선언하고, 이들과 협력적 자세를 보여 온 WCC와 NCC도 함께 비판하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정작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교황이 보여 준 기독교의 참된 교훈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3년 앞으로 다가온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 개신교는 과연 화려한 기념식 외에 무엇으로 가톨릭보다 나은 신앙적 정체성을 보여 줄 수 있을지 매우 걱정이다.

사실 파고들어 가 보면 한국교회는 개 교회나 교단이나, 목회자나 성도들이나 심각한 위기 의식을 갖고는 있다. 교단 총회에 가 봐도 이전과는 다르게 개혁하지 않으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총대들의 분위기를 적지 않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위기의 심각성에 비하면 여전히 태평하기 그지없다. 당장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니라고 느끼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한국교회의 공통된 위기 상황을 맞아 매우 엉뚱한 해법들도 등장하는 것 같아 염려된다. 최근 운영이 힘든 개 교회들끼리 서로 합침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모양이 자주 연출되듯이, 교회 연합을 명분으로 교단들끼리 합침으로써 교세 축소, 교회 위기를 일시적으로 모면하려는 모습도 계속 연출되고 있다.

특히 한국교회에 지탄을 안겨 주었던 전광훈 목사가 총회장이 되면서 무리하게 추진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과 백석과의 교단 합동 역시 추악한 정치적 눈속임들이 드러나면서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교단을 합하는 것은 오랜 시간 함께 마음을 모으고 투명하게 절차를 밟아도 쉽지 않은 법인데, 대신의 전광훈 총회장과 백석의 박종현 총회장이 안팎이 다른 합의문을 내세워 각자의 총회는 통과했지만, 이면 합의가 드러나면서 자칫 각자의 교단마저 흔들릴 위험에 빠진 것이다. 총회장은커녕 목사로의 기본 소양마저 의심스러운 전 목사의 교세에 팔려 교단 운영권을 줌으로써 빚어진 예견된 파행을 대신 교단은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할 것이다.

요즘 한기총은 물론 그 개혁을 표방하면 나온 한국교회연합, 그리고 요즘은 전통적인 에큐메니칼 연합 운동을 표방하는 교회협(NCC)조차 교회 연합 운동이 도리어 교회 연합을 해치는 모습을 자주 연출하면서, 연합 운동 자체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일으킨다. 특히 문제의 홍재철이 물러나고 이영훈 목사가 들어선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도 기구 통합을 논의하고 있지만, 누가 주도권을 쥘까에 대한 셈법이 달라 통합이 현실화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 마당에 한기총 사태의 주범인 홍재철 목사도 세습 허용, 목사 정년 폐지, 목회자 소득세 반대 등 막장 목회자들이 좋아할 만한 막장 헌법을 내걸고 또 다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를 설립해 놓아 역시 막장의 달인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한국교회가 정말 하나님의 교회로 거듭날 수 있을까? 누가 쉽게 '그렇다', '아니다'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적어도 올해 교단 총회와 최근 한국 교계의 중요한 동향들을 통해 살펴보면, 소위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여전히 태평하기 그지없다. 시급한 변화 과제에 대해서는 한없이 느긋하고, 자신들의 이권과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총알보다 빠른 행태를 크게 성찰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의 바닥 모를 추락을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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