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총회에서도 은급재단 납골당(벽제중앙추모공원) 문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99회 총회 둘째 날인 9월 23일, 은급재단납골당문제후속처리위원회와 은급재단발전위원회 보고가 모두 기각됐다.

류명렬 목사는 후속처리위원회의 보고가 납골당 사업 및 매각으로 손실을 입힌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위 두 위원회는 지난해 98회 총회에서 은급재단납골당문제사법처리전권위원회 보고로 만들어졌다. (관련 기사 : 납골당 잔금 받고 손 뗀다) 당시 총회는 사법처리전권위원회 보고를 받아들여, 손해를 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납골당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납골당 사업 및 매각에 깊숙이 관여한 김장수·김영길 목사, 임해순 장로, 최춘경 권사를 사회법에 고소하기로도 했다.

하지만 이 결의는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은급재단은 납골당을 팔기는커녕 98회 총회가 끝나자마자 계약을 해지해 버렸다. (관련 기사 : 은급재단, 매수자와 납골당 계약 이행 결렬) 게다가 후속처리위원회는, 사법 처리 대상자들 중 임해순 장로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소송을 제기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면책해 줬다. 오히려 최춘경 권사에게는 은급재단이 3억 2700만 원을 환불해 줘야 한다고 했다. 임해순 장로에게는 납골당을 부실 경영한 책임을 물어 7억 3000만 원을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후속처리위의 보고서는 총대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류명렬 목사(대전노회)는 "후속처리위는 사법 처리를 하라고 구성한 건데 한 건의 소송도 하지 않았다. 관계자들에게 모두 면죄부를 준 것밖에 안 된다"고 발언했다. 97회기 사법처리전권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정중헌 목사(성남노회)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어떻게 최춘경 권사에게 3억 2700만 원을 주라고 하느냐"며 반대했다. 후속처리위의 보고를 그대로 받자고 하는 총대도 있었지만 여론을 형성하지 못했다.

▲ 전 회기 사법처리전권위원회 위원장 정중헌 목사도 후속처리위의 보고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은급재단에 손실을 입힌 최 권사에게 어떻게 3억 원이 넘는 돈을 줄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가부는 거수로 정했는데, 보고를 받지 말자는 총대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총대들은 다시 한 번 사법 처리 권한을 부여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은급재단발전위원회 보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발전위원회는 10번에 거친 회의를 통해 총회 은급재단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연금을 활성화할 방안을 내놨다. 교단 소속 목사들의 연금 가입 의무화와 자본금 확대를 위한 방법이었는데, 총회 회관을 매각하자는 방안과 총회 세례 교인 헌금으로 납골당 사업 손실금을 보전하자는 내용 등이 실렸다.

하지만 총대들은 발전위원회가 내놓은 방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보고를 받지 않았다. 위원회를 1년 연장해 더 연구하기로 했다.

결국 은급재단과 관련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납골당 사업의 경우, 2002년에 불법 대출로 손대기 시작한 후 벌써 13년째다. 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민찬기 목사(서울북노회)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은급재단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십수 년째 참여도도 매우 낮고, 실제로 은급재단 가입자들에게 얼마의 이익이 돌아갈지 모르겠다. 총회가 은급재단을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노후가 힘든 목사들을 총회가 지원해서 국민연금에 가입하게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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