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에서 들려오는 폭력적이고 비극적인 소식들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폭력성은 지탄받아야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배경에 대한 정보가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로잡아 줄 것입니다. 이에 오랫동안 요르단에서 사역했고 현재는 인터서브코리아에서 일하고 있는 김동문 목사의 글을 연재 형식으로 싣습니다. -편집자 주

지금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공습이 이어지고 있고 지상군도 가자 지구에 이미 진입해서 군사 작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무력 충돌 사이

가자 전쟁을 보도하면서, 대부분의 미국과 유럽의 매체들은, 하마스와 이스라엘군과의 무력 충돌 정도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사실 전쟁임에도 전쟁으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정치적 맞상대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입니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하고, 지상군을 투입하여 군사 작전을 벌이고 있어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대이스라엘 무력시위를 전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행정 수도에 해당하는 라마랄의 경우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자발적인 반이스라엘 규탄 집회조차, 팔레스타인 경찰 당국이 금지하고, 대립하기조차 하였습니다. 가자 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관할도, 가자 주민은 자신들의 국민들도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전쟁은, "국가와 같은 정치적 집단 간의 투쟁으로서 장기간 또는 대규모의 무력 충돌을 수반하는 적대적 행위"로 규정되는데, 지금 가자 전쟁은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 지금, 가자 주민들에게는 전쟁 양상이지만, 하마스는 교전 중이고, 이스라엘은 자국의 안보 위협 세력에 대한 소탕 작전을 펼치는 것이고,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그냥 제3자일 뿐입니다. 이상스럽지만, 이것이 가자 전쟁의 이면입니다. 이 비슷한 사건은 2006년에도 벌어진 바 있습니다.

2006년 7월 14일,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정당 헤즈볼라를 무력화시키겠다면서, 레바논 곳곳에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레바논 전역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바논 정부군은 이스라엘과의 교전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군과의 무력 충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전쟁은 34일간 이어졌습니다. 휴전도 레바논 정부와 이스라엘 정부 사이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정부 사이에 맺어진 것이었습니다.

자국 영토와 주권 지역에서 적대적 행위를 하는 국가에 대해서도 맞대응을 하지 않는, 이상한 현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 정권은 누구를 위한 정부이고, 정권인지… 부끄러움도 안타까움도 없는, 통치자들의 정치적 셈법은 지금도 이어집니다. 그 사이에도 팔레스타인의 가자 주민의 고통은 끊이지 않습니다.

주민들은 전쟁의 표적일 뿐

이스라엘은 공중 폭격을 통해 2500여 곳에 폭격을 가했습니다. 하마스 측에서는 1760여 발의 로켓 포탄 공격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군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이 가운데 하마스의 로켓 발사장 1100여 곳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의 5~6분마다 폭격이 이뤄진 것입니다. 이 과정에 가자 지구에서만, 43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2385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112명의 어린이와 41명의 여인, 25명의 노인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자지이라 방송은 보고했습니다. 1780여 가정의 집이 완전히 파괴되었고, 9만 64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습니다. 유엔 측의 자료에 따르면, 2만 5000여 명의 가자의 어린이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20여 명의 군인과 2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4~5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오인 포격에 따른 2명의 사상자(하아레츠 보도)도 포함한 수치입니다. 이스라엘 측의 사상자가 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구 진입 작전이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가자 공습의 정당성?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흔히 6월 12일 납치 살해된, 에얄 이프라(Eyal Yifrah, 19), 길라드 샤아르(Gilad Shaar, 16), 납탈리 프랑켈(Naftali Fraenkel, 16) 등 3명의 유대인 청소년들의 살해 책임이 하마스에 있다고, 그 피의 보복을 위해, 이스라엘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가자를 공습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3인의 유대인 청소년을 납치한 책임이 하마스에 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하마스 측에서는 이 사건과 자신들이 전혀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통상적이라면, 하마스 같은 무장 조직이 이런 일을 저질렀으면서도 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풍경입니다.

더욱이 이스라엘 당국은, 납치된 이스라엘 십대들이 피살되었을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생존 가능성이 큰 것처럼 분위기를 몰고 나간 듯합니다. 이스라엘의 하아레츠는 이와 관련, 7월 3일자 기사에서, 납치된 길라드 샤아르가 긴급 라인으로 당국에 신고할 때 총소리가 들렸다는 것, 납치에 사용된 차에서 발견한 혈흔과 총알 자국 등 살해된 증거가 명백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정부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국민들과 해외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에게, 이들 피랍된 3인이 살아 있다는 거짓 희망을 줬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여하튼 이스라엘 정부는, 납치범 색출을 명분으로, 서안 지역 전역에서, 대규모 수색 작전을 전개하였습니다. 서안 지역에서 곳곳을 임의적으로 수색하고, 700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연행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지고, 팔레스타인인 5명이 피살되었습니다. 이후 6월 30일에는 납치되었던 3인의 유대인 청소년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이 수색 작전을 펼친 지 18일 만의 일이었습니다. 이후 이스라엘 정부의 보복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육상과 해상, 공중에서 가자 지구를 공격하였습니다. 34곳이 공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자 주민 4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서안 지역에서도 4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후 베냐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는, 3명의 유대인 청소년 납치 살해와 관련한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가자 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하마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위한, 가자 지구에 대한 대규모 군사 작전 가능성을 깔고 있었습니다. 지난 7월 1일, "우리는 더 이상 로켓 공격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하마스에 강력하게 얘기하는 바입니다." 네탄야후 총리의 공개적인 엄포였습니다.

이런 즈음에 두 개의 사건이 이어졌습니다. 전혀 다른 사건이었습니다. 지난 7월 2일, 동예루살렘에 살고 있는 무함마드 아부 크다이르(16)가 피의 보복을 명분으로 한, 6명의 극단적인 유대인에 의해 납치되어, 산 채로 불에 타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곳곳에서, 그리고 이스라엘의 아랍계 거주 지역 등지에서, 테러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번져 갔습니다. 무함마드 아부 크다이르의 사망 사건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가문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인한 명예 범죄나 가문 간의 갈등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인에 의해 피살되었을 것이라는 말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조금 자세한 기사는 이스라엘 신문 하아레츠의 아래의 링크에서 도움 받을 수 있습니다. 해당 링크 바로 가기)

무함마드 아부 크다이르의 사망으로 인한 팔레스타인인의 시위와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졌습니다. 시위는 서안 지구, 가자 지구를 넘어 이스라엘 북부 등 이스라엘 전역으로 번져 갔습니다. 이스라엘 국적의 아랍계 이스라엘인 지역에서의 시위가 번져 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한편, 지난 6일, 이스라엘 경찰 당국은, 무함마드 아부 크다이르의 납치 살해 혐의로, 미성년자 3명을 포함한 6명의 유대인들이 체포되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3인이 범행을 시인하였습니다.

때마침 지난 7일,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지역으로 로켓포 공격이 벌어졌습니다. 가자 지구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하마스는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포탄을 쏘며 반발했습니다. 이스라엘 남부에 150기 이상의 로켓 공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군 당국은 가자 지구를 공습하여, 70개 이상에 공습을 가했습니다. 이른바 지난 7월 8일 시작된, 프로텍티브 엣지 작전(히브리어: מִבְצָע צוּק אֵיתָן, Mivtza' Tzuk Eitan, '견고한 절벽 작전')을 전개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유대인 청소년 3인의 납치 살해 및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에서 최근에 빚어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주체가 드러난 것입니다. 최소한,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자신의 소행으로 밝힌 세력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들은 지난달 이후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이슬람 정부(ISIS)를 지지하는 팔레스타인 신흥 무장 조직으로, 이슬람 정부 수립을 지지하는 표현으로, 이같은 공격을 자행하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7월 1일자 웹사이트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 필자는 이 웹사이트를 검색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이 같은 주장은, 2012년 예루살렘에 기반을 두고 시작한, 이스라엘의 온라인 뉴스 매체인 <the times of Israel>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기사(해당 기사 바로 가기)에서 언급된 내용입니다.

여기서 다시 궁금한 지점으로 돌아옵니다. 현재까지의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은 우연이라고만 볼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적절한 시기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마스의 소행이 아닐 수도 있었던 사건을, 하마스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가자 지구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고, 하마스를 자극하고,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빌미로 가장 공습을 감행한 이스라엘 정부의 가장 공습으로 나가는 일련의 조치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만, 몇 가지 추론은 가능해 보입니다. 이에 대한 분석은 알자지이라 방송의 정치 분석가인 마르완 비샤라(Marwan Bishara)가 2014년 7월 11일자 그의 칼럼에서 잘 정리하였습니다(칼럼 바로 가기). 그러나 이와 관련된 내용은 여기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김동문 / 나들목교회 목사, 인터서브 사역자. 아랍과 이슬람 세계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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