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경, 정말 읽고 싶다

▲ <Simply Bible>  / 신성관 지음 / Veritas 펴냄 / 132쪽 / 1만 원

사람에겐 '직관'이라는 것이 있다. 논리적으로 차근차근히 설명을 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이것이 '옳은 것'이다, 혹은 '틀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또는 '필요하다',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논리 이전의 감각이 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보편적으로 가지는 직관이 아마도 '우리는 성경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자신의 삶에 비춰서 QT란 것을 하고, 누군가는 여러 가지 통독 프로그램을 통해 성경 전체를 읽어 내려고 노력하지만, 그 누구도 시원하게 '나는 정말 성경을 제대로 읽어내고 있다'고 자신할 만한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다. 누구나 읽어 내고 싶지만, 정말 제대로 읽어 내고 싶은 갈증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 내지 못하는, 일종의 첫사랑과 같은 성경 읽기. 도대체 우리게 제대로 읽어 낼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2. 성경 통독, 흔하지만 달갑지 않은

물론 성경 전체를 통독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시중에 시행되고 있는 성경 통독 캠프, 성경 통독 수련회도 꽤나 있을뿐더러, 서점에 가면 성경 통독, 혹은 성경 공부를 도와주는 서적들이 즐비하다. 물론 전문 신학도나 사역자의 경우에는 성경의 각 66권별로 몇 권의 책을 구매하며 각각의 책들을 정복해 나가겠지만, 일반 평신도의 경우에는 부담스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통독 참고서를 구비하여 차근차근 성경을 읽어나간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성경 독법들은 곧 한계에 부딪힌다. 소위 '통독'을 위한, 그야말로 성경을 읽기 위한 성경 읽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성경의 고유한 배열을 역사적으로 재배열하기도 하고, 나름의 부분적으로 감동을 느낄 만한 서술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 전체를 통시적으로 깨우쳐 주고 성경 전체가 그려 내는 거대한 세계를 보여 주는 통독 참고서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3. 대안은 신학적 읽기

기존의 역사적 순서로 읽어 내는 흔한 방법들을 보완할 만한 성경 독법이 있을까? 그 대안 중의 하나가 바로 '신학적 읽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신학적 읽기'란 무엇인가? 오늘 소개할 책인 <Simply Bible>의 일부를 인용해 보자.

"우리는 성경을 단일한 이야기로 구약(옛 언약)부터 신약(새 언약)까지 연결성 있게 읽어야 한다. 기독교는 하나님이 교회와 새 언약을 맺었다는 믿음을 반영하기 위해 구약과 신약이라 불렀다. … (중략)… 우리는 하나님의 계획을 중심으로 그리고 그 계획에 따른 우리의 역할을 살펴보기 위해 '하나님 나라'라는 주제로 성경을 하나의 이야기로 보려고 한다." (21쪽~22쪽)

지금까지는 성경의 무수한 서술들을 조금은 이해하기 쉽게 시간적 연대기 순서대로 재배열하여 '시간적 연대기로 읽기'라는 방법으로 성경을 읽어 왔다. 하지만 <Simply Bible>이 제안하는 성경 읽기의 방식은 성경의 각 66권을 하나로 연결 짓는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차근차근히 살펴보는 것이다. 성경 전체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읽기라고 볼 수 있겠다.

4. 거대한 이야기, 그리고 분화되는 작은 이야기들

<Simply Bible>의 책을 성의 없게 대충대충 넘겨보며 훑어보자.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알록달록한 색깔로 치장된 도표들이 돋보인다. 이런 도표들은 이전까지의 성경 독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저자가 신학 공부를 해 내면서, 성경 독법에 통찰을 주는 다양한 학자들의 책을 섭렵하면서 만들어 낸 성경 이면의 '의미'를 제공하는, 거대한 이야기의 도표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실상 이 도표만 제대로 이해해도 성경 전체의 '의미'를 파악했다고 할 수 있는, 성경 전체의 에센스로서 도표를 제시하고 있다.

<Simply Bible>에 따르면 성경 전체는 '하나님나라'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하나님나라라는 거대한 이야기는 다시 분화가 된다. 창조, 타락, 예비적 언약, 언약, 새 언약과 같은 순서로. 이렇게 분화된 이야기들은 다시 또 작은 이야기들로 분화가 된다. 창조라는 작은 이야기는 창조의 목적, 하나님나라와 인간, 하나님나라의 원형이라는 더 작은 이야기들로, 타락이라는 이야기는 죄, 죽음, 죄의 확장, 유한한 자원이라는 더 작은 이야기들로 말이다.

이러한 <Simply Bible> 고유의 주제 분류법은 마치 시험 문제의 출제 유형들과 같다. 우리가 보통 수능 시험을 공부하게 될 때에 다양한 유형의 문제들을 반복 풀이하면서 문제의 유형들을 몸에 익혀, 각각의 문제가 나올 때마다 '미분과 적분', '삼각함수'라고 외치는 것처럼, 우리가 이런 주제 분류법에 익숙해지고, <Simply Bible>이 제시하는 주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성경을 넘겨보면서 이렇게 외치게 될 것이다.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만나고, 모세의 이야기를 만나고, 다윗의 이야기를 만나며, 각각이 '창조'의 이야기라고, '타락'의 이야기라고, '하나님나라와 인간'의 이야기라고 말이다.

5. 그렇다고 쉽지만은 않은

물론 본 책에도 단점은 있다. 깔끔한 도표와, 많지 않은 분량, 그리고 단순하고도 명확한 개념은 분명 일반 성도들에게 있어서 큰 장점이 되겠지만, 그에 비해서 인용된 학자들의 서술들, 또한 개념들이 쉽게 들어오지 않을 수 있는 맹점이 있다. 분명 값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종이컵에 담겨 있지만, 마니아층만이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커피가 담겨 있다고 표현하면 될까? 본 책의 전체적인 콘셉트가 '신학적 읽기'인만큼, 신학 주제에 대해서, 그리고 신학적 서술에 대해서 낯선 일반 성도들은 사실상 혼자 공부하기 쉽게 만들어진 것 같지만, 실은 혼자 공부하기는 조금 어려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6. 모여서, 함께 공부하기에 딱 좋은

본 책은 매우 얇다. 130페이지 가량의 매우 얇은 성경 공부 교재이다. 그럼에도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조금이나마 주제별로 서술하고 있다. 한마디로 해설이 생각보다는 부족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Simply Bible>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단순한 '개인'이 큰 이야기들을 읽어 내고, 또한 작은 이야기들을 읽어 내서, 성경 전체를 읽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참고서라기보다는 '공동체'가 모여서, 함께 서로가 지금까지 읽어 냈던 성경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다시금 이야기들을 조합하고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식의 공부법이 가능한, 이런 유의 공부의 토대가 되는 교과서에 가깝다.

더욱이 <Simply Bible>의 저자가 참고한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성경을 읽는 다양한 서적들을 읽어 냈고, 또한 이해도가 높은 사역자가 곁에서 도울 수 있으면 금상첨화일 테다. 무엇보다 본 책의 간략한 서술과, 깔끔하게 정리된 도표를 바탕으로 갈고 닦아 왔던 성경 전체에 대한 관점을 차곡차곡 풀어 낼 수 있다면 그만큼 공동체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의 수준은 더욱 뜻 깊은 시간, 성경 전체의 메시지가 주는 통찰력이 빛나는 시간이 될 테다.

7. 성경만 바르게 읽어도, 바르게 공부해도

오늘날 언론에서 다뤄지는 한국 개신교회의 윤리 실패, 한국 개신교 인사들의 망발, 역사 인식의 부재 등등. 수많은 한국 개신교회의 문제들은 사실상 '성경 읽기'의 실패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많은 부분 성경을 읽어 내고, 성경을 어떻게 읽어 낼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실제적인 삶 속에서는 성경을 '고유의 목적'대로 읽어 내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요란한 빈 수레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 수레는 요란하기보다는 짐을 싣고 묵직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본 책은 이러한 한국교회의 현실 가운데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연대기별 읽기, 또한 연대기별 읽기를 위한 무분별한 짜깁기가 난무하는 가운데서, 거대한 하나의 이야기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작은 이야기들을 제시함으로써 성경 이면에 담긴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하여 통시적인 시각을 갖게끔 도와준다. 성경 읽기에 사실상 실패한 한국 개신교회, 본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성경을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 성경 이면에 담긴 '하나님의 말씀' 듣기를 고대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성경을 자기중심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마치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을 바라보듯이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성경을 하나님 중심으로 읽는다면 성경의 목적은 인간 구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만물을 새롭게 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본 교재를 통하여 우리를 구원하는 방법에 국한하거나, 계율과 성공 노하우를 나열한 지침서로써 참고하는 것이 아닌, 우리를 구원하신 목적을 아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하고자 한다." (103~104쪽)

홍동우 / 부산장신대학교 신학과 학부생. 학생과 전도사의 경계, 부산과 대구의 경계, 보수적 기독교와 진보적 기독교의 경계, 인문학과 신학의 경계 사이에서 양자와 서로 대화하며, 갈팡질팡 방황하는 한 평범한 청년 전도사이자 경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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