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물심양면 피해 가족들을 돕던 문명수 목사가 위독하다. 지난 6월 22일 고열과 패혈증 증세가 심각해져 의식을 잃었다. 병원 의료진은 패혈증의 원인이 되는 감염균을 찾지 못해 치료에 애를 먹고 있다. 최근에는 자가 호흡을 못 해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고 있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다. (사진 제공 김금숙)

"의식을 못 차리다 어제저녁 간신히 정신을 차렸어요. 눈과 고개만 겨우 움직이는데, 인공호흡기가 없으면 스스로 호흡을 못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예요."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피해 가족들을 돕다 쓰러진 문명수 목사의 병세는 위독했다. 문명수 목사는 지난 6월 11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할 당시만 해도 잘 걷고 말도 잘했다. 그러나 열흘이 지난 22일 고열과 패혈증 증세가 심각해져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로 옮겼다. 7월 10일 병원에서 만난 아내 김금숙 씨는 어제 겨우 정신을 차린 남편의 상태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다.

문명수 목사는 80여 개 진도 교회들이 회원으로 있는 진도군교회연합회(진교연) 회장이다. 진교연은 세월호가 침몰한 다음 날인 4월 17일부터 진도 팽목항과 체육관에 부스를 차리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식품과 각종 생필품을 지급했다. 연합회 회장으로서 문 목사도 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며 기도나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지 달려갔다. 부스에서 함께 봉사하던 이들은 문 목사를 헌신적이고 책임감 있는 리더로 기억했다.

잠을 거의 못 자고 끼니를 거르는 일이 잦았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현장으로 달려가 밤늦게 돌아왔다. 막내아들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여서 그랬는지, 아내 김금숙 씨가 새벽에 깨어 보면 잠을 못 자고 괴로워했다.

▲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 문 목사는 운동을 즐겨 하는 강골이었다. 동료 목회자들과 거의 매일 아침마다 조기 축구를 했고, 아무런 일이 없을 때에는 소일거리를 찾아 몸을 움질일 만큼 활동적이었다. (사진 제공 김금숙)

문 목사는 체격은 왜소하지만 거의 매일 동료 목회자들과 조기 축구를 할 정도로 건강했다. 아무런 일이 없을 때에도 소일거리를 찾아 몸을 움직이는 성격이었다. 그런 문 목사가 이상 증세를 보인 건 4월 말이다. 처음에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로로 불안 증세를 보였다.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가족들은 병원에 연락했고, 한 달 동안 광주 전대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했다. 하지만 퇴원 후에도 고열에 시달렸고, 결국 서울아산병원으로 후송됐다.

현재는 패혈증 증세와 폐렴, 간질 증세를 보이는 등 증상이 더 악화되어 인공호흡기를 통한 연명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의료진은 아직 패혈증 증세의 원인이 되는 감염균을 찾지 못해 치료에 난항을 겪고 있다.

문 목사의 상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 목사가 소속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임원들은 지난 6월 24일 병원을 찾아 1500만 원 긴급 후원금을 지원했고, 서울광염교회는 가족들을 위해 병원 인근에 오피스텔을 구해줬다. 7월 8일에는 진도 팽목항에서 함께 봉사했던 김하늘 씨가 패혈증 치료에 필요한 수혈을 위해 자신의 헌혈증 14장을 내놓았다. 김 씨는 SNS를 통해 후원금과 헌혈증을 모집하고 있다.

교계와 정부 기관에서도 문 목사의 쾌유를 기원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교회연합은 7월 7일 논평을 통해 문 목사가 건강을 회복해 목회 현장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기를 소망하고, 한국교회 교인들에게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진교연 소속 교회들은 주일마다 문 목사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헌금을 모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산하 해양수산부 관계자들도 7월 9일 저녁, 병원을 방문해 가족들에게 진도군에서 신청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 상해보험을 통해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끔 돕겠다고 했다.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도움에도 치료가 장기화되면서 가족들의 마음은 타들어 간다. 가족들이 문 목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매일 1시간뿐이다. 아침 10시부터 10시 30분, 저녁 8시부터 8시 30분 동안만 면회가 가능하다. 면회 때마다 가족들은 문 목사가 하루빨리 일어나길 기도하지만, 병세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김금숙 씨는 "하나님의 기적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기도가 필요합니다. 한국교회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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