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이 5월 30일 세월호 참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안산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았다. 회원 교인 500여 명이 동참해 각종 물품과 식품을 구매했다. 안산시민시장 상인들은 외부 손님의 방문을 반겼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가 5월 30일 세월호 참사로 침체된 안산 지역 경제를 돕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았다. 한기총 교단 관계자와 교인 500여 명(한기총 추산 700명)은 안산시민시장을 찾아 각종 물품과 식품을 구매했다. 세월호 참사로 경기가 얼어붙어 매출이 급감한 안산시민시장 상인들은 한기총의 방문을 "좋은 취지"라고 반겼다.

장 보기 전, 한기총 임원과 교인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기 위해 합동분향소에 들렀다. 하지만 최근 "가난한 집 아이들" 운운하며 단원고 학생들을 폄훼한 조광작 부회장의 '망언'이 구설에 오른 상황에서, 유족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급히 조문 행사를 취소했다.

조문이 무산되고 모임 집결지가 합동분향소에서 안산시민시장으로 급히 바뀌면서 행사는 다소 번잡했다. 안산시민시장으로 곧장 온 200여 명의 교인은, 합동분향소에 들렀다 오는 교인들을 30분 동안 기다려야 했다. 좋은 취지로 먼 길을 달려왔지만, 30도가 넘는 날씨에 무작정 기다려야 했던 교인들의 인상은 밝지 않았다.

한기총 임원들과 교인들은 사진을 찍고 시장에 들어갔다. 목회자들은 한데 모여 점심을 먹고, 교인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장을 봤다. 강변교회에서 온 한 교인은 "교회 목사님이 좋은 취지에 동참하라고 해서 왔다"며, 오늘 먹을 저녁거리나 사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했다고 했다. 박윤식 목사가 있는 평강제일교회에서 온 교인들도 다수 있었는데, 한 교인은 "국가를 위한 행사라는 말을 듣고 참석했다"고 했다.

▲ 교인들은 시장 곳곳에서 장을 봤다. 어떤 한 교인은 오징어젓과 미역을 샀고, 다른 한 교인은 건어물 가게에 들러 마른오징어를 사기도 했다. 과일 가게도 교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교인들은 대체로 10만 원 정도 쓸 생각으로 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세월호 참사로 경기가 침체된 안산시민시장 상인들은 외부에서 온 손님들을 환영했다. 세월호 참사로 매출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육점 김 아무개 사장은 "하루 50만 원어치 고기를 팔았는데, 지금은 매출이 20만 원에도 못 미친다"고 한숨을 쉬며, 일부러 먼 길을 온 교인들이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마음은 보이지 않아 섭섭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기총 임원과 교인들은 시장에 들어오기 전 "전통 시장 활성화로 지역 경제를 살립시다"는 현수막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현수막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문구가 없었다. 안산시민시장 상인회 김범철 회장은, "경기 활성화도 좋지만, 지금 안산은 '상' 중이다. 애도가 그 무엇보다 먼저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소한 노란 리본이라도 매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한편, 한기총은 전통 시장 활성화 사업을 구상하고 지난 4월 18일 전국상인연합회와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안산시민시장 '장보기' 행사는 업무 협약 이후 첫 행사다. 배인관 사무총장은 5월 20일 세월호 참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안산 지역을 방문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어제인 29일 긴급 임원 회의를 통해 안산시민시장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기총 이승렬 명예회장, 김노아 공동회장, 황덕광 서기 등 임원들이 참석했다. 홍재철 대표회장은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해 오지 못했다. 이승렬 명예회장은 앞으로 전통 시장을 살리는 '장 보기' 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 교회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했다. 

▲ 합동분향소 조문 일정이 취소되고 집결지가 급히 바뀌면서 행사는 혼선을 빚었다. 곧장 안산시민시장에 온 200여 명의 교인은 합동분향소에서 되돌아오는 다른 교인들을 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 속에 시장 뒤편 주차장에 모여 있던 교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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