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초대형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참사가 일어났다. 너무도 비참하다. 빨리 달리며 외형을 중시하는 성공주의 사회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재난이다. 이런 시대 흐름에서 성공이 아닌 생명과 사람을 중시하는 지도자를 찾기도 힘들다. 승객 475명, 그것도 어린 학생들을 두고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 이 아무개 씨(구속)를 향한 질타는 마땅하다. 선장이 승객을 두고 먼저 탈출한 것은 재난 역사에서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사상 초유의 일이다.

대형 사고를 터뜨려 놓고 먼저 빠져나가는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벌들의 횡령과 회계장부 조작으로 천문학적 재정의 손실이 발생하면 직원들과 투자자들은 거리로 내몰리지만 기업주들은 병원 신세(?) 잠깐 지면 풀려난다. 부정부패의 비리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망각할 때를 기다려 슬그머니 다른 자리에서 힘을 휘두른다. 대선이나 총선에서 각종 부정을 행한 불법의 주범들은 은폐와 은닉으로 국민을 억눌러 오히려 정권 핵심이 된다.

국민들을 이용하고 외면한 이런 사회정치 지도자들과 세월호 선장이 무엇이 다른가? 오히려 선장은 그들보다 훨씬 힘이 없어 엄청난 벌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선박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대처를 잘못해 수백 명의 승객을 버리고 자신이 먼저 구조선에 올라 탄 것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 세월호 선장을 보며 교회 안의 목회자들은 가슴을 쳐야 하겠다. 교회는 침몰해 가고 있는데 안전하니 안에 머물러 있으라고 강단에서 외쳐대고 있지 않은가? 화려한 건물은 초호화 여객선이라도 되듯이 교인들을 현혹한다. 험난한 바다 같은 세상에서 멋지게 항해할 테니 화려한 건물로 모이라고 우쭐대며 많은 사람을 모으고 헌금을 강요한다.

여러 가지 문제, 재정 비리와 지도자 개인 비리로 높은 파도와 암초가 도사리고 있어도 안전 불감증으로 버텨 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교인들은 괜찮을 거라고 안위하면서 목사의 말을 믿어 준다. 그러다가 교회가 큰 혼란에 빠져 좌초될 위기에 놓이면 목사는 잘도 빠져나간다. 교인들만 허탈해져 가슴을 쳐 보지만 이미 늦었다. 이번 세월호 선장을 보고 목사들이 정신 차려야 하고 자신의 사명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교인들의 아픔과 고통의 자리에 내려가 그들과 함께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선한 목자 되시는 주님은 우리를 목숨을 버리기까지 사랑하셨다. 목사는 주님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고 교인들은 세상에서 주님께서 부탁하신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세월호' 선장만을 마냥 비난할 수 없는, 한국사회와 교회의 많은 지도자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정신 차려 속지 말고 새로운 변화로 나아가야 한다. 성공만을 위해 질주하기보다는 사람을 존중히 여기는 생명과 평화의 삶을 살아야 한다.

울다가 지쳐서 재난의 원인을 밝히는 것과 책임자들의 행태를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신앙인이라는 이름으로 기도만 하고 앉아 있으라는 종교의 허울에 속지 말아야 한다. 악한 지도자들은 좋은 구호만 외치며 대중들의 망각을 이용해서 닥친 비난만 모면하려고 한다. 나쁜 지도자들은 생명을 구하는 일과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을 위로하는 일보다는 그 재난을 이용해서 인기와 힘을 얻으려 한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해서 마음을 달래 주는 척하며 슬퍼하는 것으로만 끝내려 한다.

나쁜 언론은 재난의 본질은 외면하고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는 보도와 선정적인 기사로 우리를 현혹하는 데, 분별해야 한다. 무엇보다 문제의 핵심을 선장에게만 돌리는 것에 속지 말아야한다. 구조적 책임자들 즉 선박 회사, 정부의 각 부처의 핵심 책임자들을 조사하여 잘못의 대가를 확실하게 물어야 한다. 큰 재난이 닥치면 은폐하여 권력을 잡고 있는 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몰고가 대중을 속이는 일들은 역사 속에서 너무도 많았다. 각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정신 차려 이번 문제를 보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고통당하는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표하고 작은 손길이라도 펼쳐 보이자. 우리 모두가각자의 위치에서 침몰해 가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솔선하여 정비하자. 자기만 살겠다고 탈출하는 자들은 누구인지 밝히고 지위 고하를 막론해 엄벌에 처하는 공평한 법 집행이 우리사회에 필요하다. 다시는 이런 인재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서로를 귀히 여기는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문화를 만들어 성공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자.

방인성 / 함께여는교회 목사,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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