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촛불 기도회에는 100여명의 목회자 및 교인들이 참석했다. 새맘교회와 향린교회는 떡과 다과, 희망찬침례교회는 커피와 빵을 준비하기도 했다. (사진 제공 <에큐메니안>)

촛불교회는 2009년 2월 26일 첫 예배를 시작으로 한국사회의 어둠을 밝히고자 촛불을 들고 고난 받는 현장을 찾아다녔다. 용산 철거민, 쌍용차 해고자, 유성기업, 강정마을, 4대강, 재능교육, 두리반, 밀양 송전탑까지 촛불교회가 방문한 현장은 70여 곳, 햇수로 5년 동안 다양한 화두를 한국사회에 던져 준 촛불기도회가 200차를 맞았다.

200차 촛불기도회는 10일 오후7시30분 대한문 광장, 쌍용차 해고자 농성장에서 열렸다. 촛불교회 운영위원장 박득훈 목사(새맘교회)는 "어두운 세상에 신음하다가 외치는 사람들, 자신의 몸을 던져 저항의 물결을 이으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지난 5년을 돌아보면 무시무시하고 어두운 시대에 굴복하지 않고, 이 시대를 향해 부르짖고 외쳤던 형제와 자매가 있어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승리한 사람들"이라며 "정의와 평화, 그리고 생명의 이름으로 맘몬과 자본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 자체가 승리"라고 격려했다. "이 승리는 주님이 다시 오시는 날 온 천하에 선포되고 완성되고야 말 것"이라는 말이다. 

▲ 촛불교회가 방문했던 현장의 사람들이 200차 촛불 기도회를 축하했다. 오른쪽부터 전재숙 집사(용산), 유동환 씨(밀양), 김정우 전 지부장(쌍용차). (사진 제공 <에큐메니안>)

이어 다양한 축하마당이 이어졌고, 촛불교회가 현장에서 만났던 분들이 자리를 참석해 200차 촛불기도회를 함께 축하했다.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 집사는 "살고 싶어 올라간 망루에서 5명이 싸늘한 죽음으로 내려왔지만 시신조차 볼 수 없었다"며 "355일을 싸우는 동안 촛불교회가 함께 울어 주고, 보듬어 주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예수를 믿는다고 해도 기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전 집사는 "촛불교회의 목사님과 교인들이 있기에 열심히 싸워 나갈 것이며, 좋은 세상을 만났을 때, 서로 부둥켜안고 '고맙다'고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 어르신의 아들 유동환 씨는 "어려운 현장의 아픔을 생각하며 직접 찾아다니는 교회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10년째 송전탑 건설 저지를 위해 싸우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 초심으로 돌아가 촛불교회 창립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왼쪽부터) 방인성, 김경호, 조헌정 목사와 김동한 장로, 김진철 집사. (사진 제공 <에큐메니안>)

민주노총 쌍용자동차 김정우 전 지부장도 "촛불교회의 목사님들과 함께 하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투쟁과 사회적 힘을 모아 이룬 작은 성과들이 있었다"며 "고난 받는 현장을 찾아가 아낌없이 몸을 던지고, 그들의 고통을 대신한 촛불교회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전했다. "저희들도 함께 이 땅의 작은 민주주의를 위해서 앞서는 밀알의 존재로서 열심히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200차 촛불기도회는 다시금 결단하는 의미로 창립하며 선포했던 선언문을 낭독했으며, 촛불을 들고 '국가기관 불법 대선 개입'에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청계천 농성장까지 길놀이를 벌였다.

▲ 예수살기 총무이자 촛불교회 실무자로 5년간 수고한 최헌국 목사는 "아직도 촛불교회가 가야할 현장이 많다"고 전했다. (사진 제공 <에큐메니안>)

고수봉 / <에큐메니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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