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자와 여자가 등장하는 텍스트를 보면 이들의 연애 이야기로 읽고는 합니다. 그래서 룻과 보아즈의 나이가 비슷할 것이라고 상상을 하는데 사실 보아즈는 나오미와 비슷한 세대였을 것이고, 룻은 딸뻘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성경에 룻이 예쁘다는 말은 전혀 안 나와요. 그런데도 룻이 예쁘다고 묘사하는 주석이 있는데 이는 남성 주석자의 환상이 담겨 있는 거죠. 그들에게 룻은 예뻐야만 하는 겁니다."

▲ <이브에서 에스더까지―성서 속 그녀들> / 유연희 지음 / 삼인 펴냄 / 364쪽 / 1만 5000원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소장 양권석)가 지난 3월 31일 저녁, 서울 충정로 안병무홀에서 유연희 박사의 새 책 <이브에서 에스더까지―성서 속 그녀들>에 대한 북토크를 열었다. 유연희 박사는 이 책에서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문학 단편으로 룻기를 '착하게' 읽은 기존의 해석과 달리, 룻을 국가의 경계를 넘어 편견을 극복한 이주 노동자, 성공한 글로벌 시민으로 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사회를 맡은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기존 연구자들이 여성을 사회구조의 희생자로 묘사했던 것과 달리 "적극적으로 자신의 기회를 쟁취하는 모습으로 재해석한 점이 돋보였다"고 책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 실장은 오늘날의 성서 연구가 "굉장히 참신하고 발랄하고 도발적인데 한국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아 독자들이 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유 박사의 책은 그런 면에서 "드물게 독창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유연희 박사는 "서양에서는 구약에 대한 새로운 비평법이 쏟아져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교회와 학계가 한 식구이기 때문에 이런 비평을 접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저 스스로 더 도발적이고 새로운 해석에 목말라 했어요. 이 안에 있는 10편의 글 중에는 전통적이면서 평이한 것도 있고 조금이라도 비틀거나 새롭게 보려고 노력한 것도 있습니다. 교회의 시각에서 볼 때 조신한 글부터 건방지고 무례한 글까지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의 부제는 '성서 속 그녀들'이지만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그녀들을 해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성애, 섹슈얼리티, 포르노그래피의 시각으로 폭넓게 성서를 다루고 있다.

유 박사는 이 책에서 "페미니스트 성서 해석은 교회가 좀 더 여성 포용적이 되게 해 주었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이성애에 기반을 두고 있고, 그래서 이성애 중심적 교회를 여전히 강화할 수 있다. 그런 교회에서는 퀴어 교인들이 커밍아웃을 쉽게 할 수 없고, 하나님의 자녀로서 편하게 예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 박사는 성서와 성(性)에 대해서도 "교회는 성에 대해 공공연히 많이 말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이 우리를 섹슈얼한 존재로 지으셨기 때문이고, 성서가 성에 대해 많이 말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성에게 힘을 주는 방식'으로 성서를 읽어 낸 <이브에서 에스더까지―성서 속 그녀들>은 하와, 하가르, 룻, 에스테르, 미르얌 등을 새롭게 해석하고, 그 해석 안에서 여전히 남성 중심적 문화에 잠겨 있는 한국교회 여성들이 지녀야 할 여성 리더십을 보여 주는 책이다.

배선영 / <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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