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교연 임원회는 4월 3일, 건국절 제정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8·15 건국절 서명운동 추진위원장 최성규 목사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한교연)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는 광복절은 있으나 건국절은 없다…심지어 북한도 9월 9일을 구구절이라 하여 대대적으로 건국을 기념하는 축제를 연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한영훈 대표회장)이 4월 3일 <국민일보>에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 1천만 명 서명운동' 광고를 내고, 8월 15일을 광복절 겸 건국절로 지키자고 제안했다. 미국·중국·호주·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북한도 건국일이 있는데 우리나라만 없다면서 정부를 수립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해 정통성을 바로 세우자는 것이다.

광고에는 한교원 회원 교단 전체가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주요 교단은 건국절 제정 서명운동을 모르고 있었다. 예장통합·예장백석·기성 등 주요 교단 관계자는 "교단 내부적으로 건국절 제정 운동을 논의한 적 없고, 한교연으로부터 공지를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한교연 관계자는 건국절 서명운동추진위원장인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가 미리 광고를 냈다면서 조만간 공지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최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생일이 없는 것과 같다. 하루라도 빨리 건국절을 제정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광고를 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헌 헌법에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나와 있는데, 어디까지나 임시정부라면서 정부가 출범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08년 뉴라이트 등 보수 단체들은 건국절 제정을 추진했다. 당시 발족한 건국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추어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건국절 제정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독립운동을 펼친 선열에 대한 모독이며, 부정선거로 하야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영웅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이어진 것이다. 최근엔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보수 단체들이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주제로 한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나섰다. (관련 기사 : 이승만 영화, 서세원 연출에 전광훈 후원회장) 최성규 목사는 건국절 제정 서명운동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관련이 없다면서 정치와 이념을 배제한 사업이라고 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건국절 제정은 역사를 잘라먹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8년에 낸 제1호 관보 자료에는 '대한민국 30년'이라고 표기돼 있다고 했다. 즉 이 전 대통령도 1919년에 세워진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따랐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건국절 제정 운동은 지지도 받지 못한 채 사라졌는데, 교계가 말도 안 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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