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명 팀장은 이날 강의에서 의료민영화의 유일한 대안이 '건강보험하나로'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하나로를 실시하면, 당장은 일인당 보험 부담료가 인상되지만, 사보험 절감 효과와 의료 보장 혜택을 받지 못해 나가는 의료 비용을 감안하면 훨씬 이익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송상호)

지난 23일 안성1동 주민센터 회의실에서 안성의료복지협동조합 주최로 강연이 열렸다. 김종명 씨(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건강보험하나로 팀장)의 이날 강의를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했다.

- 의료민영화란 무엇인가.

의료민영화란 다른 말로 의료 사유화, 의료 영리화, 의료 산업화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한마디로 국민 의료를 나라가 책임지던 걸 시장에 떠맡기는 의료 정책을 말한다.

- 의료민영화가 왜 문제 있다고 하는가.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근간은 역시 우리나라 헌법을 거스른다는 점이다. 헌법 10조, 34조, 36조 등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되어 있다. 그 헌법을 구체화한 보건의료기본법, 국민건강보험법, 의료법 등에서도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말하고 있다.

- 그렇다면 앞으로 의료민영화가 되는 걸 지금 반대하려고 하는가.

우리 국민들이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정부에서 지금 막 의료민영화를 하려고 하니 그것을 반대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10년 전부터 이미 정부에서 추진해 왔고, 진척되어 온 의료민영화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는 것이다. 의료민영화는 노무현 정부 때 '실손 의료보험 도입, 의료사업선진화 추진'등에서 슬슬 추진되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전면적으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했다가 2008년 촛불항쟁에 좌절되었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 영리의료법인, 외국인 의료관광 활성화 등을 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의료숙박시설, 원격의료 허용, 4차 투자 활성화 대책 등을 통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 권력자들은 선거 때만 국민을 위한 의료 공약을 했고, 실제로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해 왔다.

- 의료민영화가 왜 그토록 문제란 말인가.

의료민영화는 한마디로 친국민 정책이 아니라 친자본 정책이다. 그간 보건의료 정책은 보건 복지부가 아니라 친자본 성향이 강한 기획재정부가 주도해 왔다. 여기서는 보건의료 부문을 국민의 건강권이라는 측면이 아닌 경제 활성화의 수단으로 바라본다. 실제로 보건의료 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은 의료 산업에 기반하고 있는 대기업들에게 치명타를 준다. 먼저 의료 산업에서 올리는 수익이 감소될 것이며, 공공 의료를 실시하려면 대기업 등이 세금을 많이 부담해야 한다. 대기업 등이 반길 리가 없다.

- 그게 그토록 문제라면 우리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왜 추진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보건의료의 공공성이 취약하다.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과 개인 의료비의 부담이 크다. 그러다 보니 암보험, 실손 의료보험 등 민간 보험이 확대된다. 건강보험 보험 수가의 낮은 보상율로 인해 건강보험의 의료 공급 체계를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 의료 보험에 대한 국민 만족도가 떨어지고, 의료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민간의료 보험 등이 판을 치게 된다. 말하자면 문제의 근원은 정부가 실시해 온 '의료 보장의 질과 국민 만족도 저하'가 문제다. 정부에선 "봐라. 이렇기 때문에 의료민영화를 해야 질이 올라간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나타난 현상을 두고 대책을 세우는 일에 불과하다. 사실, 정부는 공적 의료에 대한 재원 조달조차 '정부와 기업의 재정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정부와 대기업의 실속을 챙기는 형국이다.

-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은 무엇인가.

의료비 재원 조달의 민간 보험화 활성화다. 4대 중증질환을 100% 보장한다고 한 공약을 폐기했다. 노후 의료비 보장 보험 성격의 민간 보험 출시를 허용했다. 의료 기관의 영리화를 허용했다. 예컨대 의료 관광 메디텔을 허용했고, 원격의료를 허용했고, 병원의 부대사업 등 병원의 영리 사업을 대폭 허용했다. 이중에서 원격의료를 예로 든다면 이렇다. 원격의료란 한마디로 집에서도 의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정책이다. 그거 좋은 거 아닌가 싶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기업, 정확히 말하면 원격의료 장비를 파는 대기업을 배불리는 정책에 불과하다.

- 민간 보험의 활성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금융위원회의 실손 의료보험 종합 개선 대책 발표에 의하면 3년마다 보험료가 갱신되며, 80세가 되면 무려 월 보험료가 60만 원 정도가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생 의료비 지출이 대폭 이루어지는 연령대가 65세~80세다. 평생 지출할 의료비의 약 70%를 그 연령대에 지출한다. 하지만, 실제로 실손 의료보험 가입률은 60세 이상 노령 인구에서 11.6% 정도로 뚝 떨어진다. 민간 의료보험은 가입 5년 이후 절반 이상이 해약한다. 이럼에도 국민들은 1년에 4조 이상을 민간 보험료를 내어 대기업의 수익을 더해 주고 있다.

- 의료민영화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의료민영화가 만연한 미국을 예로 들겠다. 미국의 영리 병원 지역과 비영리 병원 지역을 대상으로 1인당 의료비 지출을 비교한 결과, 영리 병원을 다니는 사람들이 약 20% 더 많이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다. 투석 병원의 경우, 영리 병원의 환자가 비영리 병원의 환자보다 훨씬 사망률이 높았다. 일인당 의료비는 올라가고, 의료 질은 떨어졌다. 그 이유는 병원이 영리만을 추구하다 보니 병원 인력을 값싼 비숙련공과 비정규직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 의료민영화를 빗대어 사회 공공성이 시장화된다면 어떨까.

예컨대 경찰과 119가 민영화된다면 이런 현상이 생긴다. 119로 전화가 온다. 다급한 주민에게 "돈 먼저 내면 불 꺼 줄게"라고 할 수도 있다. 경찰서로 전화가 온다. 도둑이 들었으니 잡아 달라고. 그러면 경찰서에선 "돈 먼저 내면 도둑을 잡아 줄게"라고 할 수도 있다. 공공적인 의료 보장권이 민영화가 되면 마찬가지 현상이 된다.

- 의료민영화의 대안은 있는가.

유일하고 유력한 대안은 건강보험하나로 정책이라고 본다. 사보험이 아니라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의료비 지출을 대체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일단은 국민이 일인당 지불해야 할 의료보험료가 인상되기 마련이다. 이 부분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건강보험하나로 정책을 꺼려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위 3%의 계층이 아니라면, 건강보험하나로를 통해 의료비를 해결하는 게 훨씬 유익하다. 일인당 의료비가 인상되더라도 사보험에 지출하는 금액과 의료 보장 되지 않아 지출되는 의료비를 절감하면 결과적으로 일반 국민들에겐 훨씬 이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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