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권으로 꿰뚫는 소예언서> / 김창대 지음 / IVP 펴냄 / 422쪽 / 1만 8000원

 <한 권으로…>라는 이름의 책들이 갖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본서의 제목이 <한 권으로>라는 이름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혹여 독자들이 오해할까 봐 한마디 한다. 예전에 <한 권으로 읽는…>이라는 이름의 학술서가 예상 외로 많이 팔렸는데, 알고 보니 책 제목이 주는 선입견, 즉 그 책 한 권만으로 그 주제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해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는 단순히 웃어넘길 수 없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 제목은 12권으로 된 소예언서를 종전처럼 12개의 별개의 책들이 아니라, 마치 한권의 책에 12개의 장(chapters)이 있는 책처럼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포함하고 있다.

구약성경의 뒷부분에 가면 일련의 예언서들이 있다. 앞부분에 있는 예언서들은 대예언(major prophets)라고 불리고, 뒷부분에 있는 예언서들은 소예언서(minor prophets)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대예언서는 내용상 더 중요하고 소예언서는 내용상 덜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분량에 따라 배치를 한 것이지, 내용상의 중요성이 그 크기와 비례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은 신약의 책들이나 심지어 바울서신도 마찬가지다. 복음서가 바울서신보다 더 먼저 나오는 것이 복음서가 더 먼저 기록되었다는 의미도 아니고, 로마서와 갈라디아서가 바울신학의 정수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이러한 책들의 배열은 누가 무슨 용도로 배열한 것일까? 어째서 호세아가 가장 먼저고 말라기가 가장 나중일까? 본서는 12소예언서의 배열의 문제를 특별히 12권의 책들이 어떤 통일성을 갖고 있는지를 다루는 책이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마다 각 권들이 기록될 당시의 역사적 정황과, 하나의 성경책으로 묶여질 때의 신학적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일반 성도들의 경우에 일차적으로 매주일 설교나 묵상을 할 때 우리와 시공간과 문화적인 격차를 갖고 있는 옛 문헌인 성경을 우리 시대에 어떻게 읽고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듯이, 마찬가지로 개별적으로 기록될 당시와 하나의 경전(canon)으로 묶여질 때의 차이점들을 고려해야 한다.

본서는 소예언서를 읽어야 할 당위성을 먼저 다룬다. (1) 소예언서는 율법과 믿음과의 관계를 제시하고 믿음의 삶-공의와 인애와 의를 실천하는 삶-을 강하게 촉구한다. 한국교회는 "값싼 은혜에 안주하며" "믿음을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지적 동의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 15쪽). 그러나 행위란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성실한 반응이지, 구원의 조건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2) 소예언서는 오실 분으로서, 우리의 공의와 인애에 대한 요구를 완성하실 분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를 강조한다. (3) 소예언서는 "공의와 인애의 열매를 맺게 하는" 성령 사역을 새롭게 조명한다. (4) 소예언서는 "형식이 아닌 마음의 변화가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의 성립 요건(18쪽)"이라고 말한다. (5) 소예언서는 옛 창조 질서를 넘어서는 "새로운 창조 질서"에 대한 교훈을 이야기한다. (6) 소예언서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청지기 사명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한 권으로 읽는 소예언서의 배열 순서에 대한 접근 방법은 다양했다. 역사적 흐름(포로 이전 시대에서 포로 이후 시대로), 인용과 암시를 통한 주제별 키워드의 상관성(인접 책들을 마치 경첩[hinge]처럼 연결해 주는 역할), 중심 내용이나 키워드를 통한 교차대구적 구조(chiastic structure) 등. 요즘 소예언서에 대한 논란은 주로 배열(配列)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히브리 사람들(MT 맛소라 본문)과 70인역(헬라어 번역본)의 세부적인 배열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그들이 살았던 지역(팔레스타인과 이집트)과 상황의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하여튼 이러한 정경의 배치와 순서에 대한 논란은 어찌 보면 그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정경이냐 아니냐의 문제와는 무관해 보이지만, 정경의 목록에 편입되면서 어떤 위치와 배열의 순서를 갖게 되었느냐는 그것 자체도 주어진 공동체의 '신학적 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연구의 대상이 되며, 그러한 연구를 통하여 12소예언서를 하나의 책으로 읽으려고 했던 고대 전통도 재구성해 보고, 각 책들에 나타난 중요한 키워드나 사상, 그리고 구조를 더 자세하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사실 이러한 논의는 아주 크게는 성경 신학적 관점으로부터 오경 한 권으로 읽기, 역사서 한 권으로 읽기, 시편 한 권으로 읽기, 이사야서 한 권으로 읽기, 그리고 소예언서 한 권으로 읽기라는 하나의 새로운 해석학적 트렌드(trend)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의의 가장 중요한 단서는 오래전부터 12소예언서는 한권의 두루마리에 함께 기록되어 우리에게까지 내려왔다는 것이다. 즉 각각 분리된 문서로서 존재하였던 다른 책들과는 달리, 한 권으로 인식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단순히 분량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 위에서 논의한 대로 12권의 책 사이에, 혹은 인접한 책들 사이에 연결 고리와 구조가 명백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각각의 책들은 우선 당대의 청중들을 겨냥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포로 시대 이후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며 2차 3차 청중을 위한 영감 된 책으로서의 역할을 갖게 됨으로써 그 배열과 보존의 중요성이 강화된 것이다. 그래서 아주 거대한 주제와 책들의 상응성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어떤 책과 인접한 책들 사이의 상관관계는 주도면밀하게 살피면서 소예언서를 읽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일 것이다. 또한 저자가 제시하듯이, 소예언서 전체를 관통하는 몇 가지 신학적 주제들이 있으므로, 그것들을 염두에 두면서 소예언서를 통독하는 것도 새로운 인식과 통일성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유익할 것이다.

저자는 12개의 소예언서들의 각론 단락에서 구조 분석, 세부 단락의 내용 전개, 신학적 메시지의 순서로 다룬다. 이 단락은 서평자가 요약하거나 논의하지 않으려고 한다. 12소예언서의 내용과 구조를 개괄하거나 그것들 안에서 중요한 신학적 메시지를 찾으려고 하는 독자들에게 직접 펼쳐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하는 것이다. 독자들이 구구절절이 읽어 보면 알게 되겠지만,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는 저자의 핵심 논지인 각 책들과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언급과 제시가 이 책을 소예언서 개론을 원하는 평신도들의 기초적인 요구를 넘어서 전체 구조와 상관성과 핵심 메시지까지 알기를 원하는 신학생들이나 목회자들의 신학적 목회적 필요까지도 채워 주는 대단히 유익하고 흥미로운 책으로 전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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