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인교회에서 분가한 더작은교회가 11월 24일 설립 감사 예배를 드렸다. 민주적 교회 운영과 작은 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부천 예인교회에서 분립한 더작은교회(전영준 목사)가 정식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관련 기사 : 더 건강하게, '더작은교회'로 분립) 더작은교회는 분립 넉 달 만인 11월 24일 오후 3시 인천 예림학교(예림원)에서 설립 감사 예배를 열고, 초대교회처럼 나누고 공의를 실현하는 공동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설립 감사 예배에는 형제 교회인 예인교회 교인들도 참석했다. 지난 8월 연합 수련회를 함께 한 뒤, 약 두 달 만에 마주하는 두 형제 교인들은 악수와 포옹을 나누며 반가움의 인사를 건넸다. 예배당은 200여 명의 교인으로 가득 찼다.

"더 나은 교회 아닌 전혀 다른 교회 공동체"

이날 설교를 전한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는 더작은교회가 장인이 만든 걸작 같은 교회 공동체가 되길 바랐다.

김 대표는 구약시대 이스라엘 민족이 공동체 구현에 실패한 예를 들면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출애굽을 허락한 이유는 새로운 공동체 건설을 원해서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지금 모습보다 더 강한 공동체가 되려 했다. 하나님은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닌, 옆으로는 서로 의지하고 위로는 하나님을 바라며 살아가는 평등 공동체를 기대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구현하지 못했다. 김 대표는 "이스라엘의 실패 원인은 비교하는 마음에 있었다. 비교하면 지는 것이다. 더 나은 교회나 공동체가 아닌, 전혀 다른 교회와 공동체를 구현해야 한다"고 했다.

개혁을 지향하는 교회를 향한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 대표는 "개교회 정관에는 하지 말아야 할 조항들이 많은데 자칫 정관에 발목 잡혀 좋은 일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교회 건물이 없는 것을 개혁의 상징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건물을 선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작음 그 자체를 지향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작은 교회는 개혁을 지향하다 얻는 하나의 결과물이고, 생명과 평화, 정의를 구현하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노력하면 교회는 필연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개혁적인 교회에서는 가장 개혁적인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할 위험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 더작은교회는 인천 예림학교 예배당에서 주일 예배를 한다. 감사 예배에는 예인교회, 더작은교회 교인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축사를 전한 개혁교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오재은 장로(언덕교회)는 더작은교회가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본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양적 성장과 큰 예배당 짓기에 혈안이 된 한국교회는 작고 낮아지는 기독교의 본래적인 모습을 잃은 지 오래라고 했다. 그는 더작은교회를 작은 불씨에 비유하며, 온 대지를 다 태우고 남는 불씨처럼 더작은교회의 출발이 불씨가 돼 들불처럼 확산되길 바랐다.

더작은교회 교인들은 섬김과 봉사로 전혀 다른 새로운 공동체를 일구려 한다. 김용훈 집사는 예인교회의 나눔 사역 가운데 하나인 '러브하우스'를 더작은교회에서도 하고 싶다고 했다. 러브하우스는 소외된 이들의 집을 찾아 도배와 장판, 지붕 개보수 작업 등을 도와주는 사역을 말한다. 전영준 목사는 교회는 지역사회를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면서 외국인 근로자와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지역 아이들을 위한 홈스쿨링을 시도해 보고 싶다고 했다.

교인이 중심되는 교회

▲ 더작은교회 교인이 특송으로 '나의 찬양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사진 위) 예인교회 성가대는 그 화답으로 '가라 세상 끝까지'를 찬양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더작은교회는 목회자 한 명이 이끌어 가는 교회보다 교인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적인 교회를 지향한다. 교회 정관을 제정하고 운영위원회를 조직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른 교회와 달리 교회 운영은 당회가 아닌 운영위원회에서 한다. 운영위원회는 20대~60대까지 세대별로 한 명씩 골고루 들어간다. 담임목사는 운영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지만 의결권은 없다. 하상교 장로는 "민주적인 교회 운영과 함께 목회자가 목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했다.

교회와 관련한 모든 논의는 교회 소그룹 공동체인 '아둘람'에서 이뤄진다. 아둘람은 다윗이 사울 왕을 피해 숨었던 동굴인데, '교인들의 피난처'란 의미로 부른다. 현재 4개의 아둘람이 있으며, 1개 아둘람은 5~6가정으로 꾸린다. 교인들은 주중 아둘람 모임에서 주일 설교를 묵상하고 교제를 나눈다. 김용훈 집사는 "아둘람에는 권위와 차별이 없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고, 논의한 이야기는 아둘람 리더가 교회에 전달한다"고 했다.

예인교회와 마찬가지로 더작은교회는 예배당이 없다. 예림원의 예배당을 빌려 주일예배를 한다. 예림원 설립자와 학교장이 장로인데 마침 인연이 닿아 주일예배 공간을 확보했다. 지난 7월 28일부터 이곳에서 주일예배를 해 오고 있다. 더작은교회는 예배당으로 쓰기 위한 건물을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교회 재정의 절반 가까이는 지역사회 선교에 쓰고자 한다. 최소한의 소유와 최대한의 나눔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 지난 2월 24일 담임목사로 청빙된 전영준 목사. 전 목사는 십자가보다 더 커지는 교회가 아니라, 겨자씨 한 알 보다 작은 교회로 남도록 걸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더함공동체교회, 벗교회 분립

같은 날 아침, 인천 주안동에 있는 더함공동체교회(이진오 목사)도 벗교회를 분립했다. 더함공동체교회는 이진오 목사가 2011년 10월 개척한 등록 교인 70여 명의 신생 교회다. 이 목사는 무너져 가는 한국교회의 유일한 대안은 건강한 작은 교회라고 생각하고, 민주적인 교회 운영을 하기 위해 힘써 왔다.

벗교회 분립 논의는 올해 6월부터 시작됐다. 이 목사와 함께 전임으로 사역하던 김현숙 목사가 사임 의사를 밝혔고, 교회는 김 목사를 도와 분립을 결정했다. 네 가정의 자발적인 참여로 9월 말부터 모임을 시작했고, 더함공동체교회는 11월 총회를 통해 벗교회를 분립하기로 했다. 재정적인 자립을 위해 1년간 매월 50만 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김 목사와 20여 명의 교인은 하나님나라의 새 여정을 시작한다. 불확실한 미래와 재정적인 어려움 등 자생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이 많지만, 김 목사와 교인들은 건강한 작은 교회를 꿈꾸는 모험에 하나님이 함께할 거라고 굳게 믿는다. 떠나는 이들을 배웅한 더함공동체교회 교인들은 벗교회가 지역을 섬기는 건강한 교회로 세워지기를 기도했다. 

▲ 이진오 목사가 건강한 작은 교회를 꿈꾸며 2011년 10월 개척한 더함공동체교회가 11월 24일 벗교회를 분립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 더함공동체교회 전임 사역자였던 김현숙 목사는 예수를 모르는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며, 지역사회를 섬기는 건강한 작은 교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 더함공동체교회 교인들은 벗교회로 분립해 떠나는 교인들과 아쉬움을 달래며 서로를 배웅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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