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관 씨가 10월 29일 '엄마 나라 이야기' 공연을 한다. 그는 그동안 간간히 했던 시노래와 동요 공연을 본격적으로 할 예정이다. 서강대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순회공연을 한다. 이번 엄마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그는 이번 공연이 엄마 나라인 조국과 동포 사회를 잇는 다리가 되기를 희망했다. 사진은 올해 5월 미국에 갔을 당시 맨해튼 필그림교회에서의 홍순관 씨. (사진 제공 홍순관)

예수께서 이 시대에 가수로 오신다면 어디서 어떤 노래를 부르셨을까.

노래꾼 홍순관은 이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다. 27년간 가수 생활을 하면서 정신대 할머니들을 위한 '대지의 눈물' 공연을 10년 했고, 평화박물관 건립을 위한 '춤추는 평화' 공연은 100회 이상 8년째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사태와 용산 참사 등 이웃이 신음하는 현장에 어김없이 찾아갔다.

그는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을 꿈꾸며 노래한다. 시와 노래, 이야기를 통해 하늘의 숨, 하나님이 주시는 생기와 창조와 상상력의 숨, 인간답게 살게 할 힘을 주는 숨이 사람의 심성에 깃들기를 바라며 공연한다. 그것은 신 나는 일이고, 그에게는 하나님나라를 넓히는 부르심이다.

오랜만에 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를 만났다.

- 최근엔 대외적으로 소식이 뜸했는데, 어떻게 지내셨어요. 또 이번 10월 29일 공연을 소개해 주세요.

올해 1월에 20년 지기이자 10년간 꼬박 붙어서 음악을 함께 했던 동료가 세상을 떠났어요. 사흘을 울었습니다. 대선 뒤 허망함과 친구의 죽음 소식에 힘들었고, 일도 없었어요.

5월에는 뉴욕과 LA에 정처 없이 가서 순회공연을 했죠. 6~7년 만에 가니 전에 알던 사람도 없었지만 한 달 반 정도 있으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중 유학 시절 미국에서 저를 만났고, 제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가 되었다며 뭐라도 돕겠다는 젊은 목사님이 있었어요. 그와의 만남이 이번 '엄마 나라 이야기' 공연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 '엄마 나라 이야기' 공연은 이전에도 있었는데요, 예전에 했던 공연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엄마 나라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사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었어요. 그들이 생각하는 엄마는 한국에 시집와 한국말도 잘 못하고 구박받고 불쌍한 존재지요. 엄마는 친정으로 돈을 보내야 해요. 엄마 나라는 가난하고 비참합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걸 바꿔 주려고 노래하기 시작했어요. 엄마 나라 말로 동화를 읽어 주고 동요를 들려주기도 했어요. '네 엄마의 나라도 아름다운 나라야'라고 말하고 싶었죠.

이번엔 거꾸로 미국 이민 사회에 들어가서 우리나라에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지, 얼마나 아름다운 언어와 귀중한 역사가 있는지 보여 주려 해요. 동포 사회에 유학생도 많고, 동포 1.5세·2세들도 많잖아요. 미국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잘 길러 내야 합니다. 과거 독립운동이나 통일 운동을 국내에서만 한 게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활발히 했고, 미국 교포 사회는 무엇보다 든든한 뒷받침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한인들도 유색인종이라 차별받는 등 대부분 고생합니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 아이들은 개콘(개그콘서트), 드라마, 한류 가요(K-POP) 같은 걸 보고 엄마 나라를 이해한다고 하죠. 거기에 무슨 메타포가 있고, 우리 얼이 있나요. '아니다. 다른 대한민국이 있다. 너희가 모르는 엄마 나라의 아름다운 역사와 문화가 있다' 말해 주고 싶죠. 이런 바람을 미국에서 만났던 그 목사님과 나눴어요. 대번 좋다고 하길래 저는 네트워크를 조직해 달라고 했습니다.

언어는 한 나라의 문화, 정신의 총체예요. 우리말로 만든 '시노래'(poem-song)와 동요는 그 자체로 시대정신이고 역사입니다. 이번 10월 29일 서강대 공연은 미국 동포 한인 2세를 위한 공연의 서막입니다. 새 노래와 음악이 새로운 옷을 입고 나와요. 소박하지만 기다릴 만한 무대가 될 겁니다. 사실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  홍순관 씨는 언어가 한 나라의 문화, 정신의 총체임을 강조했다. 우리 언어를 가장 잘 표현한 시노래와 동요 공연를 매개로 동포 2세들에게 엄마 나라인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역사와 문화를 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정한철

- 순회공연을 새로 시작하시려는 거군요. 예산이 많이 필요할 텐데요. 홍순관 씨에겐 스폰서나 기획사도 없으시잖아요.

사실 정말 버거워요. 제작비 뒷받침이 있으면 양질의 음반을 제작하고, 노래의 퀄리티를 높일 텐데,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도 너무 열악하죠. 몸으로 때워야 해요. 한 번 공연에 3000~4000만 원이 듭니다. 늘 예산은 부족하죠. 오로지 팬을 믿고 합니다. 팬들이 티켓을 미리 사 주시면 많은 힘이 되죠.

음반 만들 재정이 부족해 목돈 마련을 위해 '조각과 서예전'을 하려 해요. 미국에선 목사님들이 모금을 해 주시겠다고 했고요. 11월 7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하는 WCC 부산 총회 GETI&KETI 초청 콘서트까지 끝나면 바로 작업에 들어갈 겁니다. 잘 준비해서 작품 팔아 돈을 마련하고 그걸로 음반을 제작합니다. 1~2월에 전시회, 3월에 앨범 녹음하고 4월엔 준비를 마무리해서 미국으로 가 순회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 지난해 8월 동탄복합문화센터야외공연장에서 열렸던 '엄마 나라 이야기' 공연의 리허설 장면. 본디 엄마 나라 이야기는 다문화 사회 이해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사진 제공 홍순관)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교회 이야기로 이어졌다. 예술이 주는 힘, 인문학이 주는 힘, 정신이 주는 힘을 잃어버린 세대. 메타포(은유)를 몰라 시를 이해할 수 없고, 신약과 예수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 없는 세대를 그는 걱정했다. 평화야말로 예수의 언어였고 삶이었으며 죽음이었다. 예수는 약자와 여자, 어린아이의 친구셨다. 교회는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다면서 지구와 환경이 망가져 가는 것을 방치했다. 평화와 환경을 생각하기는커녕 평화 공연을 하겠다, 환경 콘서트를 하겠다는 그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교회 밖에서는 오히려 그를 초대하고 강연도 부탁한다. 홍순관은 도리어 세상이 창조 세계를 걱정하는 것에 기가 차고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재능과 재주를 돈벌이가 아니라 이웃을 향한 일과 역사를 돌보는 일에 썼다. 종종 주위에선 TV 방송이나 라디오 방송에 진출하라는 제안을 한다. 유명해지면 더 효과적이지 않느냐며 유혹한다. "유명해지면 정말 이 일을 할까요"라는 그의 말엔 진실한 힘이 있었다.

홍순관의 노래와 이야기 춤추는평화 '엄마 나라 이야기'

일시 : 10월 29일(화) 오후 8:00
장소 :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티켓 : S석 5만 원, A석 3만 원(평화박물관, 홍순관 Daum 카페 회원은 S석 1만 원 할인)
입금 계좌 : 국민은행 006001-04-208023 ((사)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문의 : 02-735-5811~2, peacemuseum@empal.com (평화박물관) 

*티켓은 계좌 입금 후 공연 당일 현장 수령
*어린이 티켓을 준비하지 못했으나 어린이와 함께하면 좋을 공연입니다. 어린이는 S석을 4만 원으로, A석은 2만 원으로 할인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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