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노인들이 연합해 만든 대안노인회가 범국민 구국 기도회를 열었다.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기도회에는 노인 300명 정도가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서울역 구 역사 앞에 전광판을 올린 무대가 등장했다. 무대 앞에 깔린 의자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른들이 하나둘 모여 앉았다. 찬양 소리가 대형 스피커를 타고 서울역 일대에 메아리치고 참석자들은 조용히 무대를 지켜봤다. 대한노인회가 10월 11일 연 범국민 구국 기도회의 첫 장면이다.

구국 기도회는 얼마 전 대한노인회 안에 새로 생긴 기독신우회가 주관했다. 기독신우회는 생의 마지막을 앞둔 노인들에게 복음을 전하자는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현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와 협약을 맺고 지역 교회와 경로당을 연결하는 운동을 진행 중이다.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이 기독신우회 대표회장도 맡았다.

나라를 위한 기도회였지만 분위기는 여느 기도회와 사뭇 달랐다. 개신교인이 아닌 참석자가 있어 기도해도 눈을 뜨고 대표 기도자의 말을 들었고, 기도가 끝나면 손뼉을 쳤다. 양팔을 들고 통성 기도를 할 때도 손을 높이 들고 흔들어 보이거나 머리 위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설교 때 참석한 인원이 300명가량으로 가장 많았지만 설교 이후에는 사람들이 계속 빠져나가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 노인들을 위한 자리였기에 기독교인이 아닌 참석자들도 많았다. 일부 참석자는 통성 기도 시간에 양팔을 흔들어 보이며 즐거워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기도회의 초점은 대한노인회 기독신우회가 많은 노인에게 복음을 전하자는 데 맞춰졌다. 홍재철 대표회장은 설교에서 "하나님을 믿고 세상을 떠난 시신은 평안해 보인다. … 하나님을 믿는 청년 중에 자살하거나 죄 짓는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노인을 구원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아 회장을 하게 됐다는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은 하나님을 믿으면 평안하며 어려움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길 기원하며 탄생한 대한노인회 기독신우회지만, 노인의 삶과 직접 관련이 있는 정부 정책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김기현 국회의원(새누리당)이 먼저 입을 열어 "기초 노령 연금을 공약대로 지급하지는 못하지만, 여기 계신 분 거의 다 내년에는 2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 뒤 돈을 조금 더 번다고 행복한 게 아니라 하나님을 믿어야 행복해진다는 말로 축사를 마무리했다.

▲ 노인의 행복을 기원하는 자리였지만, 최근 논란이 된 정부의 노인 복지 혜택 축소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김기현 국회의원이 먼저 나서 "돈보다 하나님을 믿는 게 행복"이라는 축사를 전했을 뿐이다. 홍재철 대표회장은 사안을 자세히 모른다고 답했다. 사진 왼쪽부터 홍재철 대표회장, 김기현 의원. ⓒ뉴스앤조이 김은실

대한노인회 기독신우회 관계자들과 참석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하태초 한기총 공동회장은 영도자로 세워진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행복 시대를 열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한다며 한기총과 대한노인회 기독신우회가 박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고 기도했다.

기초 노령 연금 공약 파기와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금 전액 삭감 등 논란이 된 노인복지 축소에 관해서는 언급을 꺼리거나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홍재철 대표회장은 관련 내용을 잘 몰라서 지금 말할 수 없다며 나중에 대화하자 했고, 오준영 기독신우회 운영위원장은 나라의 사정이 어려우니 천천히 진행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대한노인회가 정부와 대화하며 노인들의 환경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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