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바른교회아카데미 저널에 실린 작은 교회 운동을 보면서 필자는 나름대로 최근 자주 회자되는 '작은 교회'를 바라보는 교계의 시선을 세 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하나는 작은 교회를 '자라고 있는 교회, 충분히 덜 자란 교회'로 보는 입장인데, 작은 교회를 열악한 재정과 환경으로 어려움 중에 있어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교회로 본다. 둘째는 작은 교회를 성공하지 못한 교회로 보는 입장으로, 작은 교회 목회자를 무능하고 실패한 목회자로 보는 입장이다. 셋째는 작은 교회를 '교회의 희망'으로 보는 입장이다.

최근 한국교회에 회자되고 있는 여러 작은 교회 운동은 바로 이 세 번째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그동안 대형 교회의 잇따른 각종 사고에 자극되어 교회 본질을 찾고자 하는 대안적 운동이다. 현재 교회 개혁을 비전으로 한 작은 교회 연합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2005년에 시작된 평신도들의 적극적 참여를 지향하는 개혁교회네트워크(홈페이지 바로 가기), 2011년부터 '참여, 개방, 소통'을 모토로 시작된 교회2.0목회자운동(홈페이지 바로 가기), 또 출석 교인 20~40명 정도의 규모의 7교회의 목회자로 구성되어 연합 집회와 기독 시민 특강, 그리고 여름과 겨울에 교회 연합 아웃리치를 시행하고 있는 작은 교회들의 연합체인 교회2.0+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작은 교회 운동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그동안에도 작은 교회의 의미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신앙 공동체가 있어 왔지만, 이처럼 연합하여 비전과 목표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작은 교회 연대를 이루는 모습은 한국교회의 새로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 운동은 한기총이나 NCC와 같은 교회 연합 기관들이 대형 교회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교단 간의 기득권 싸움, 정치적 암투와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을 의식하며 교회 본래의 사명에 충실한 교회를 세우려고 하는 것이다.

작은 교회의 가치와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다. 현재 작은 교회 운동은 작은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 작은 교회가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연대하여 계획하고 격려하고 지속적으로 하려는 운동이다.

작년 워싱톤 DC에 있는 세이비어교회 주일예배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 교회는 몇 년 전부터 한국에 '미국을 움직이는 작은 공동체'로 대대적으로 소개되어 벤치마킹하고 싶은 교회 중의 하나로 알려진 교회이기에 교회 소개와 감동적인 수많은 이야기는 생략한다. 주일 오전 10시 30분경에 예배 장소라고 해서 찾아간 곳은 30평 정도의 포토스하우스라는 소박한 서점이었는데, 들어서니 은퇴한 것으로 보이는 노인들 30여 명이 찬양하고 있었다. 듬성듬성 어지럽게 놓여 있는 식탁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이 주일예배라기보다는 구역예배 분위기였고 웃으며 포옹할 듯 친절히 맞이하는 한 노인의 영접은 친밀감을 강조하는 모임일 것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눈에 거슬리는 모습이 포착되었는데, 치매에 걸린 한 노인이 흘러내리는 바지춤을 추켜올려 가며 회중들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빵을 먹으면서 산만하게 두리번거리고 있어서 예배에 방해가 되고 있는데도 적극적으로 그를 제지하는 이가 없는 것이 신경에 거슬렸다.

예배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고 분위기가 점점 어설프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를 놀라게 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헌금 시간이 되었는데, 아까 정신없이 빵 먹으며 돌아다니던 그 노인이 헌금위원이 되어서 바구니를 들고 다니는데, 그를 붙잡고 갈 방향을 잡아 주는 여인이 따라다니고 있는 것이다. 정신이 번뜩 들었다. 이 먼 곳까지 찾아와 예배 탐방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조금 전까지의 예배 장면은 어수선하고 산만함 그 자체여서 조금 실망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때까지 낯설고 서툴게 느껴졌던 그 순서와 분위기의 의미가 깊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이다.' 이 예배 회중들은 치매 노인도 예배자일뿐 아니라 순서 담당자로 존중히 여기는구나!' 이 원리는 그 이후 성찬 집례에서도 계속 유지되었다.

이제 광고만 남은 시점에서 예배는 이미 1시간을 넘기고 있었기에 다 끝났다고 생각하며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또 하나의 예배가 시작되고 있었다. 광고 시간에 하나둘씩 나와서 저마다 계획하고 준비 중인 환경 살리기, 독점 기업 반대 캠페인 등을 소개하며 참여를 권장하는데, 그때 데이빗이라는 키가 크고 강단 있어 보이는 늙은 노인 한 분, 아까 문에서 영접했던 그 노인이 마이크 앞에 꼿꼿이 서더니, 최근 자신에게 있었던 변화를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의사로부터 치매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제 곧 여러분과 정상적인 교제를 나누지 못할 것에 대해 우려하며 미리 양해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때 하나둘씩 앞으로 나와 그를 감싸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누구랄 것도 없이 하나둘씩 차례로 한마디씩 기도한다. 필자도 가까이 가서 둘러서 눈물로 기도하는 이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도에 참여했다. 그 순간에도 헌금위원을 했던 그 노인은 여전히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날 필자는 이들만이 가진 보물,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값진 보화를 보았다. 지극히 작은 자를 주님처럼 대접할 줄 아는 마음이 그것이다. 한국의 수많은 교회와 크리스천들도 작은 자들을 섬기고 있는데, 세이비어교회가 특별한 것은 예배 안에서부터 작은 자들 하나하나를 한 몸으로 존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복지 사역은 교회 예배의 내용과 진행에서부터 잉태되어 자라다가 열매 맺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작은 자들의 조촐한 모임에서 주님의 마음과 임재를 느꼈다.

이날 작은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발견했다.

김세광 / 서울장신대 예배설교학 교수·신학대학원장, 바른교회아카데미 연구위원

이 글은 '바른교회아카데미'에서 펴내는 바른교회아카데미 저널 '좋은교회' 10월 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필자와 바른교회아카데미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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