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교회 재정 횡령, 설교 표절 등을 중단하고 목회자의 거룩성을 회복하자는 '목회자 윤리 강령'이 무산됐다. (관련 기사 : 논의 못 한 '목회자 윤리 강령', 98회 총회 재상정) 96회기, 97회기에 이어 3년째다. 예장합동 98회 총회 둘째 날 신학부(이승희 부장)가 윤리 강령을 채택해 달라고 청원했지만, 안명환 총회장은 충분히 숙지한 뒤 논의하자며 뒤로 미뤘다. 마지막 날 정치부(서재철 부장) 보고에서 윤리 강령 채택 건이 다시 나왔지만 총대들은 이를 선택하지 않았다.

▲ 신학부장 이승희 목사는 목회자 윤리 강령 채택으로 그동안 부정적으로 비춰졌던 교단의 이미지가 쇄신될 수 있을 거라며 이번 회기에서 꼭 다뤄 달라고 청원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신학부장 이승희 목사는 목회자 윤리 강령 채택으로 그동안 부정적으로 비춰졌던 교단의 이미지가 쇄신될 수 있을 거라며 안건을 상정했다. 안명환 총회장은 강령 내용을 꼼꼼히 읽고 내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 목사가 이전 두 회기 동안 다루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꼭 논의해 달라고 했다. 14개 조의 윤리 강령을 이 목사가 낭독하자 일부 총대들은 박수를 치며 반겼다.

김상윤 목사(함동노회)가 세부 내용에 대해 질의했다. '타인의 연구 결과를 자료의 수준에서 하되 무단 복제를 하는 것을 금한다'는 설교 윤리 부분에서 자료 수준과 무단 복제의 기준에 대해서 물었다. 또 '목회자의 경제생활은 교인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동료 목회자나 사회인에게 상실감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영위되어야 한다'는 경제생활 부분을 예로 들면서, 이런 선언을 하면 법 규정이라는 절대성에 매이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승희 목사는 남의 설교를 복사 수준으로 인용해서 사용한다는 것을 금한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경제생활의 부분에 대해서는 목회자의 호사스러운 삶으로 교회가 지탄받는 상황에서 스스로 자중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상윤 목사는 교인들이 윤리 강령의 문구를 이유로 노회나 총회에 조그마한 문제를 가지고 이의를 제기했을 때 정치적인 문제로 비약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는 "우리 교회 장로가 4년마다 새 차를 제공해 준다. 에쿠스를 탄 지 8년이 됐다. 혹자는 교인이 600여 명밖에 안 되는데 그런 차를 탈 수 있느냐고 비판할 수 있다"며 "경제생활 부분을 법으로 제약하면 안 된다. 교인들의 신앙과 양심에 따라 목회자를 섬기는 방식이 다르지 않은가. '지나치게'라든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라는 단어를 넣으면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승희 목사가 "트집을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목회자가 거룩성을 회복한다는 정신이 중요하다. '지나치게'라는 단어를 넣는 게 더 좋겠다면 삽입해서 받도록 해 달라"고 대답했다.

논의가 오고가는 도중, 안명환 총회장은 "사회자 직권으로 이 건은 내일 논의하겠다. 총대들은 내용을 잘 숙지했으면 좋겠다"며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그 뒤로 신학부 청원 사항은 다뤄지지 않았다. 마지막 날 정치부 보고에서 올라온 헌의 중에 목회자 윤리 강령 채택 건이 나왔다. 목회자의 비윤리적 문제를 교육·조사·처벌·상담을 전담할 총회 윤리위원회를 조직해 달라는 헌의도 함께 상정됐다. 정치부가 현행대로 하는 게 좋다며 기각하자고 했고, 총대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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