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합정동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양화진)에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조국을 떠나 한국 땅에서 헌신했던 145명의 외국인 선교사들이 묻혀 있다. 양화진이 '성지'로 불리는 이유도 거룩한 뜻을 품고 한국에서 희생하고 봉사했던 선교사들이 잠든 곳이기 때문이다. 9월 26일, 셔우드 홀과 웰본 선교사의 후손들이 양화진을 방문했다. 100주년기념교회(이재철 목사)가 주최한 양화진 안장 선교사 후손 초청 선교사 추모 예배에 참석해 선교사들의 유품 기증식을 가졌다.

▲ 추모 예배에는 13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이 함께 양화진 소개 영상을 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130여 명의 사람들이 양화진 선교기념관 2층 좌석을 메운 가운데 추모 예배가 시작됐다. "한국 기독교는 한글 성경 번역을 통해 평민들의 문자로 정착되지 못했던 한글 보급에 공헌했다." 이만열 명예교수(숙명여대)가 양화진 소개 영상을 통해 선교사들의 업적을 기렸다. 그는 눈에 보이는 것도 있지만 선교사들은 정신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조국을 떠나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한국에서 사랑과 봉사, 희생이라는 값진 유산을 남겼다"며 감사했다.

설교를 맡은 강병훈 목사(100주년기념재단 이사장)도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의 헌신과 수고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1세기 만에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는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하며 향유 옥합을 깨뜨린 여인을 사람들이 기념하고 기억할 것이라고 예수님이 말씀했던 것처럼, 한국교회의 선교를 말할 때 선교사들의 수고를 기억하게 될 거라고 강조했다.

▲ 강병훈 목사는 향유 옥합을 깨뜨린 여인을 사람들이 기념하고 기억할 것이라고 예수님이 말씀했던 것처럼, 한국교회도 선교사들의 수고를 기억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예배 후 선교사 유품 기증식이 이어졌다. 크리스마스실을 만들어 결핵 퇴치 운동에 힘썼던 셔우드 홀 선교사의 외손자인 클리포드 킹 씨와 원주와 안동, 대구 등 선교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아 복음을 전했던 웰본 선교사의 손녀인 프리실라 웰본 에비 씨가 조부모의 유품을 전달했다. 의료 선교사였던 셔우드 홀의 청진기와 왕진 가방, 혈압 측정기 등을 전달한 클리포드 킹 씨는 크리스마스실 발행, 대한결핵협회의 전신인 해주요양원 설립 등 셔우드 홀 선교사가 한국에서 많은 일을 했다며, "유품이 당연히 한국에 있어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리실라 웰본 씨는 웰본 선교사의 여권, 수첩, 도장, 나막신, 편지 등을 기증했다. 그는 양화진이 자신의 할아버지와 삼촌, 이모 등이 묻힌 특별한 장소라며, 조상들을 기념해 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 기증받은 선교사들의 유품들. 셔우드 홀 선교사의 왕진 가방과 청진기(위), 웰 선교사의 나막신, 선교 수첩 등이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기증식 후 이재철 목사가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세상에 온갖 종류의 물건이 쏟아져 나온다. 세월이 가면 99.999%는 폐기처분된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물품은 가격으로 따질 수 없다. 금은보화가 아니라, 홀, 웰본 선교사처럼 거룩한 분들이 쓴 거룩한 뜻이 담긴 것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재철 목사는 "귀한 물건을 전달해 줘서 우리의 사명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그들의 뜻을 받아 사랑을 전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 이재철 목사는 "귀한 물건을 통해 우리의 사명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해 주어 감사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예배를 마친 후에는 홀 선교사와 웰본 선교사의 가족 묘지를 찾아 참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 8시부터는 선교기념관 앞 야외무대에서 선교사 후손을 초청해 제12회 양화진 음악회를 열었다. 이미경 교수(뮌헨 국립음대)와 니콜라스 다니엘이 영화 '미션' 주제곡 등을 연주하고, 연기자 정준 씨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 유품 기증식 후 양화진 기록관 박흥식 관장이 프리실라 웰본 에비 부부(사진 위)와 클리포드 킹 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 예배를 마치고 홀 선교사와 웰본 선교사의 가족 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웰본 선교사의 묘지에 헌화하는 프리실라 웰본 에비 씨. ⓒ뉴스앤조이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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