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합동 측 98회 총회에서 직선제에 의한 선거를 치렀다. 개정된 선거법의 절차상의 흠결에 관한 논쟁이 있을 수 있고 또한 그 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후보의 자격 제한에 관한 정당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지난 13년간의 구슬 뽑기 방법에서 직선제로 회귀한 것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변화였다. 그런데 여전히 제비뽑기가 가장 성경적인 선출제도이며 다수결에 의한 직선제는 전혀 성경적이지 못한 방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아쉽다. 제비뽑기가 가장 성경적인 제도이며 지금 우리가 그 방법을 따라야 한다고 하는 주장은 과도한 것이며, 더 나아가 전혀 성경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다.

2. 성경에 형사취수의 제도가 있었고, 노예제도가 있었으며, 일부다처의 관습이 있었다고 해서 오늘날에도 그런 제도를 계속할 수 없는 것처럼, 제비뽑기가 성경에서 사용되었다고 해서 오늘날에도 그런 제도를 아무런 진지한 고민 없이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3. 우리가 제비뽑기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이제는 하나님의 뜻이 밝히 성경 66권 가운데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성경이 완성되기 전에는 하나님의 뜻은 선지자를 통해서 제한적으로 전달되었으며, 또한 우림과 둠밈이나 제비뽑기와 같은 여러 가지 방법들을 사용하여 하나님의 뜻을 구하곤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성경이 완성되었으며, 신앙생활에 필요한 모든 하나님의 뜻이 밝히 계시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의존하여 판단하면 된다. 이제는 더 이상 구약 시대와 같은 선지자가 없다. 즉 하나님의 직통 계시를 받아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지 않는다. 제비뽑기는 하나님의 계시가 완전히 주어지기 이전에 한시적으로 사용되었던 방법으로, 오늘날에도 제비뽑기를 통해서만 하나님의 뜻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철저하게 잘못된 주장이다.

4. 더 나아가 사람의 의지와 하나님의 뜻은 양립할 수 없는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제비뽑기의 열렬한 주창자이신 박광재 목사님은 <기독신문> 2013년 9월 4일자 광고를 통해서, 제비뽑기는 "주권을 성삼위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방법인 반면, 직선제는 "최종 선택과 최후 결정권 즉 주권을 인간들이 행사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는 사람의 의지와 하나님의 뜻을 서로 배타적인 것으로 보는 잘못된 신학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는 의사의 치료와 약을 사용하면서도 우리의 치료가 의사나 약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온전히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의 노력과 판단과 뜻은 하나님의 주권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제비를 사람이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여호와의 작정에 의한 것이라고 잠언 16:33에 의하여 고백할 수 있다면, 사람이 직접 선거를 통하여 선출하더라도 그것이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하나님의 작정에 의한 것이라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제비뽑기는 사람의 의지가 전혀 작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는 반면, 선거는 사람의 의지가 작용되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과 다르다. 하나님은 사람의 마음에 소원을 주시고 일을 행하시기 때문이다(빌 2:13).

5. 더 나아가 제비뽑기가 하나님의 뜻을 항상 바르게 나타냈다고 볼 수 없다. 우리는 그 예를 사무엘상 14장에서 볼 수 있다. 사울 왕은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승기를 잡은 뒤, 계속해서 밤새도록 블레셋을 추격하여 진멸하기를 원하였다. 하지만 제사장의 권면에 따라 추격할지 여부를 하나님께 물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아무런 응답을 하시지 않았다. 그때 사울 왕은 하나님께서 응답하시지 않은 이유가 이스라엘 가운데 죄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제비뽑기를 통해서 그 죄가 누구에게 있는지 밝히기를 원했다. 그 제비뽑기를 통해서 요나단이 뽑히게 되었다(삼상 14:36~42).

하지만 요나단에게 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첫째, 사울이 금식의 맹세를 하게 할 때 그 자리에 요나단은 없었고, 따라서 요나단은 금식의 맹세를 하지 않았었다. 둘째, 하나님은 요나단과 함께 하셔서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하게 만드셨다. 셋째, 사울은 백성들의 만류에 따라 요나단을 죽이지 않았는데, 그것 때문에 그 어떠한 하나님의 진노도 없었다. 사울은 엉뚱한 사람을 죄인으로 뽑아 버린 것이다. 제비뽑기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는다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지, 항상 천편일률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드러내는 방법이 아닌 것이다.

죄는 요나단에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신앙을 전쟁을 이기는 방편쯤으로 활용하려던 사울 왕에게 있었고(백성이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사를 이용했던 것처럼), 피째 고기를 먹었던 백성들에게 있었다. 요나단은 죄인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영웅이었다. 하마터면 의인을 죽이는 우를 범할 수 있었던 것이 제비뽑기였다.

어떤 설교자들은 가룟 유다 대신에 맛디아를 제비뽑기로 선출한 것도 잘못된 선출이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나님께서 가룟 유다를 대신할 사도로 바울을 예비해 놓으셨는데, 예루살렘 교회가 섣불리 제비뽑기를 통해서 맛디아를 선출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맛디아는 그 이후로 아무런 활약이 성경 가운데 기록되어 있지 않다. 물론 나는 이러한 분석이 재미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러한 분석이 100% 바른 해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해석일 뿐이다. 하지만 요나단의 경우는 잘못된 제비뽑기였음에 분명하다.

6. 제비뽑기가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나타낸 것은 하나님께서 그 방법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기로 작정하셨을 경우일 때이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제비뽑기가 하나님의 주권을 떠나서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주권하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제비뽑기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진정한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하나님께서 그 제비뽑기를 통해서 그 뜻을 나타내시기로 선택하셨을 경우뿐이지, 제비뽑기를 하면 항상 하나님의 뜻이 드러나게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은 제비뽑기에 메어 있는 분이 아니시다. 제비뽑기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게 되면, 제비를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하나님의 뜻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셈인데,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뜻이 제비뽑기에 종속되어 버리는 것이다. 아니다. 결코 하나님은 제비뽑기라는 방법에 종속되시는 분이 아니다. 제비뽑기는 하나님께서 특별하게 사용하시기 원하셔서 사용하게 될 때, 그때에야 하나님의 뜻이 그 제비뽑기를 통해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허용하시지 않았는데 제비뽑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미신적인 행위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마치 침을 뱉어서 침이 튀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하는 어리석은 일과 다름없다. 언약궤를 가지고 가면 무조건 하나님이 그 전쟁에서 이기게 해 주시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삼상 4:1~11).

7. 직선제의 선거를 시행했을 때 발생하게 되는 여러 가지 단점들, 예를 들면 금권 타락 선거의 양상들은 인간의 죄성 때문에 의한 것이지, 직선제가 하나님의 뜻을 드러낼 수 없는 비성경적인 제도이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8. 우리는 지난 13년간 제비뽑기를 통해서 총회 임원을 선출하는 일을 해 왔는데,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타락한 우리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동안 제비뽑기는 그러한 면에서 부조리들을 잠재웠던 공로가 있었기에 열심히 제비뽑기를 주창하신 박광재 목사님께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더욱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어째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이들이 타락하고 더러운 모습으로 자신들의 탐욕을 추구하고 있는지, 총회가 심히 걱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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